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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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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속에서 노닐다


BY 단미 2008-03-20

얼었던 땅밑에서 스물스물 봄기운이 올라오고 골짜기에는 작은 개울이 졸졸졸 노래를 하니
살짝 내려 앉은 이른 봄빛이 버들강아지를 간지럽힌다
자나가던 게으른 겨울 바람이 소리를 죽이고 숲으로 사라진다

나는 흰 보자기 머리에 질끈 둘러쓰고 며칠전에 쏘옥 올라온 냉이를 그저 캐기 미안해서
“겨우내 봄 구경할려고 올라왓는데 쪼매 더 있어라”
혼자 중얼댔더랬는데 오늘보니 쌀쌀한 바림이 부는데도 햇살을 맞아서인지 엄청 커있길래
조금 미안했지만 호미를 들고 냉이를 캐기 시작했다

지난 겨울 견뎌오느라 아직 초록은 보이지않고 짙은 갈색 이파리엿다
호미질을 하니 제법 통통한 우유빛 뿌리가 쏘옥 올라왔다
간간이 우리가 씬냉이라고 부르는 쓴맛나는 나물도 보이고 뽀얀 쑥도 귀엽게 앉아있다

자연의 오묘함에 감탄하지 않을수가 있겠는가
누가 씨를 뿌린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가 물한바가지 뿌려주지 않았거늘 혼자서 여리지만 긴 세월을 이겨낸다는 것이 참으로 기특하기만햇다

시댁마당 한쪽 구석에 갇혀 있던 강아지를 풀어놓았더니 강아지는 신이난 개구쟁이가 되어서 이곳 저곳을 마구 헤치고 다니다 내곁에 와서는 킁킁대며 꼬리를 흔들더니 자꾸 까만눈을 맞추자고 한다 강아지 눈은 참으로 이쁘다

남편은 묘목장터에서 장만해온 대추나무를 심느라고 삽질을 하고 주변의 나뭇가지랑 깨진 유리병조각을 주워 내느라 여념이 없다

우리 아들 어렸을 때 심어놓은 단감나무 가 애처롭게 서있다 감도 몇 개씩 열리고
잘자라는 단감나무를 어느날 개구쟁이 아들 두놈이 톱으로 밑둥치를 잘라버렸던 것이다
이미 잘려진 단감나무를 보고 어른들은 아연 실색했지만 우리 아들은 지가지은죄를 몰랐는데 그단감나무가 세월이 흘러서 다시금 몇 개씩 열매를 맺고 우리 아들은 군인이되었다

남편이 정성스례 심은 대추나무 에다 물을주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밥상위에는 봄내음이 폴폴나는 냉이 된장국이 보글 보글 노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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