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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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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BY 그대향기 2008-03-21

 

 

오늘도 두 주에 한번씩 쉬는 휴일.

평일이 휴일이라 여러가지 볼일을 보기에는 좋다.

딸의 결혼을 얼마 남기지 않았기에 휴일마다 백화점으로 재래시장으로

분주히 돌아다녀도 준비할게 뭐가 그리도 많은지....

따로 살림을 차려 준다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직업을 갖지 않고 딸과 같이 며칠을 다니며 한꺼번에 준비를 해 나가면

금방 끝이 날 것도 같은데 두 주에 하루씩만을 시간 내서 하는 일이라

꼼꼼히 적고 챙겨도 빠지고 또 빠진다.

맨 먼저 웨딩촬영과 한복부터 너무 과한 상대를 만나서 분에 넘치게

예약을 하고 옷을 맞추기 시작해서 그릇과 이불 , 가구, 가전제품까지...

예상 금액보다 조금씩 또 더 많게 초과되기 시작하더니 우리가 예산을

세운 금액보다 훨씬 높이 나오기 시작한다.

절약하고 허례허식 없이 꼭 필요한 것만 준비해 주려 했던게 눈으로

보고 귀 동냥도 하다보니 처음과 같은 초절약 혼수가 어렵다.

당장 그릇을 사러 가서도 이쁘고 좋은 것과 덜 그런 것의 가격차이는

엄청나니 몇 점 집었다 하면 일 이십만원은 기본이고 작은 박스에

조금 채웠다~싶으면 일 백 만원은 후딱 넘어가고,이불도 재래시장의 빛 고운

이불은 몇 만원이면 호화찬란한데 소위 말하는 메이커는 단품 하나에도

일 이 십 만원은 기본이고 침대세트는 오 십 만원도 중간치를 가는 가격이니...

난 세상을 너무 모르고 살았던 거다.

촌 아줌마가 된지 벌써 15 년 째.

그 동안 애들 셋 키우고 남편 대학 뒷바라지에 시부모님들 옆에 모시고

살면서 안 보고 안 듣고 안 나가며

생활비를 이리 쪼개고 저리 아끼며 지극히 기본적인 삶을 살아오면서 참

많은 부분에서 문외한 적인 생활을 한 것 같다.

정장 한 벌이 얼만지?

금 한 돈의 가격이 얼만지?

메이커 구두 한 켤레의 가격이 얼마나 가는지?

요즘 유행하는 옷의 색깔이나 스타일은 뭔지?

.................................................................

그저 열심히만 살고 부지런만 하면 된다는 억순이 맘으로 살았던게

딸의 혼수를 장만하러 큰 세상으로 나가보니 이렇게나 티가 날 줄이야....

모든게 다~멋져 보이고 이뻐 보이고 가격표를 보고 기겁을 하고...........

옷도 옷 같아 보이지 않고 얄궂은 얇은 천 조각 몇개를 이리저리 오리고

붙여 둔 것이 수 십 만원을 하는데 입이 벌어져 혈압이 확 ㅡㅡㅡ오른다.

백화점과 재래시장은 아예 천지차이라는 말이 딱 맞는 표현.

물론 옷감이나 디자인 칼라의 선명도, 세련미, 옷을 입었을 때의 태깔.

뭐든 다 차이가 났지만 촌 아줌마의 기는 여지 없이 꺽이고야 만다.

그래도 그래도 결혼인데 정장은 좋은 것으로 목사님댁 막내며느린데

교인들 시선도 있고 목사님 체면도 계신데.............

좌절에 절규하며 정장을 고르는데 얇은 니트 한장에도 수 십 만원

블라우스 한장에도 십 만원이 넘는다.

세일을 억지로 떼를 쓰며 해 달래서 한 가격이 겨우 십만원을 조금 넘긴

가격이니........

돌아가고 싶다.

시골로 돌아가고 싶다.

눈치 안보고 내 편한 허름한 옷을 입고서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내 시골로

돌아가고 싶다.

매장을 둘러보면서 가슴에는 돌을 얹어 둔 것 처럼 답답하다.

두꺼운 겨울 옷은 두껍기라도 해서 옷감이 많이 들어가 비싸다는 느낌이 덜

드는데 봄 여름 옷은?

종잇장 같이 얇은 것이.....

바지 정장 한벌, 스커트 정장 한벌에 블라우스 석장을 사고 더 이상 비싼

매장에서 간이 쫄아드는 참극을 당하고 싶지 않아 재래시장을 갔다.

숨통이 트인다.

마음 편하게 이집 저집 둘러봐도 부담이 없다.

색감이 좀 처지고 디자인이 다소 노골적이고 원색적이라도 마음 편하게

입히자.

그래도 숨은 디자이너들이 지하실에서 한두평의 작지만 큰

작업실에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위해 멋쟁이가  입을 것을 상상하며

열정을 바쳐 복제하고 창조한 성실한 옷인데 , 작품인데 인정해 주고

실용적으로 몇 점 입히자.

니트 조끼 하나, 스튜어디스 복장 같은 깔끔한 블라우스 한 장을 구입하고

아이보리색의 후레아 스커트 한장을 더 구입했다.

발이 유난히 큰 딸애의 구두는 수제화 맞춤.

여러가지로 엄마를 골탕 먹인다.

발이 큰 것은 전적으로 남편 탓이다.

270 미리를 신는 아빠를 닮아 딸도 260미리를 신는다.

늘 운동화 차림으로 다니는데 어쩌다가 구두를 사는 일이 있으면 온 시내를

다 뒤져도 260 미리의 숙녀화는 모래 밭의 바늘찾기 보다 더 힘든다.

큰 맘 먹고 오늘 수제화로 두 켤레 맞춰주고 핸드백도 이젠 학생처럼 어리게

들고 다닐 수 없어 큰 맘 또 먹고 아이보리 색 하나와 오늘 산 빨간색 짧은

바바리에 같이 들라고 강렬한 빨간색 가방에 장 지갑까지 풀 세트로 샀다.

딸은 입이 벌어져서 그냥 만지작 만지작만 하고 있다.

좋긴하나 보다.

제 힘으로는 감히 엄두도 못 내는 고가 들이니 흥감해서 빙글거리기만 한다.

남편한테는 극비 사항이다.

남편이나 나나 큰 지출 없이 허영 없이 사느라 고가의 옷들은 내 것이 아니다

하고 지냈는데 딸애의 소품이나 옷의 가격을 안다면?.....

내 비상금은 서서히 바닥이 나기 시작했고 남편한테는 딸의 옷 가격을 낮추는

일만 남았다.

일류 백화점도 아닌데 진짜로 이해가 안 갈 만큼 비싸다.

겉에 걸치는 옷이 무에 그리 중요하냐며 모르쇠로 일관하며 살았던 지난

시간들이 물거품이 되어가는 시간들이었다.

가방이나 옷이 명품이 아니고 그 속에 담긴 사람이 명품이면 된다고

명품처럼 살자고 나 자신을 억제하고 무식하기 까지 하며 딴청을 부리며

살았던 지난 날 들이 과연 아무 소용이 없었던 허영이었을까?

생각의 허영.

오해의 슬픈 종말일까?

여러가지로 착잡한 생각으로 가벼워지는 지갑으로 허전함이 공복감처럼

온 몸을 휘감는다.

 

 

내 옷의 대 부분은 날 너무나 잘 아시는 부산의 부잣집 마나님이 해 마다

철 마다 L 백화점에서 사다가 택배로 부쳐 주시는게 메이커의 전부다.

코뿔소도 악어도 내개는 너무 먼 메이컨데 사모님은 두 마리를 주신다.

내 간으로는 감히 만지지도 못 할 가격대의 정장도 케쥬얼도 그 사모님은

해마다 철 마다 해 주시니 난 그저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얼마 전에도 D 사의 실크 스카프를 곱게 포장 해서 내미시며

\"어쩌다 쉬는 날 외출 하면서 목에 두르고 나가요.

남편 앞에선 제일 이뻐야 해요.

아끼지 마시고 자주 하세요.\"

난 뭘로 보답해 드릴까?

단지 자주 안부 전화드리고 우리집에 오셨을 때 환하게 인사한 것이 다 인데

건강한 내가 좋아서

늘 웃으며 인사하는 내 모습이 좋아서

선물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감사해 하는 내 모습이 오히려 감사해서

잊지 않고 선물을 하신다는 사모님.

딸애의 청첩장을 참 조심스럽게 건네 드렸다.

평소에 받은게 많아서 연락을 안 드리자니 섭섭해 하실 것 같고

하자니 고지서 발부 하는 것 같고.....

 

딸애의 청첩장을 보내는 기준을 받았을 때 기쁘게 이해해 주실 분에게만

보내 드렸다.

받고 시간이 안나서 못 오시더라도 청첩장을 고이 간직해 주실 분에게만.

우리가 축의금을 예의상 드린 어르신께도 부담이 되겠다 싶으면 청첩장을

보내지 않았다.

부산의 모 대학 중창단도 축가를 불러 주는 축제 같은 결혼식을 할 예정이다.

미국에 사시는 큰 시누이 되시는 분은 영상으로 축하메세지를 전 할 예정이고

경직되고 무거운 결혼식의 형식을 벗어나서 진짜 축복과 축하가 충만한

그런 결혼식을 할 예정이다.

 

촌 아줌마의 비상금에 비상금을 다~~탈 탈 털어서

딸의 평생에 남을 추억만들기에 올~~인!!!

둘째 때는 더 치밀하고 준비성 있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딸의 옷을 준비하면서 주책스럽게 이 못난 에미도 생각 좀 해 주지..

하는 생각도 들더만 끝내 딸은 제 옷 고르기만 열중이었는데 왕 섭섭.ㅎㅎㅎ

그래서 철이 들고 나면 보내야 하는가 보다.ㅎㅎㅎㅎㅎ

가서 잘 살거라니 됐고 잘 살아서 엄마한테 좋은 것 많이 해다 줄거라니 어디

믿어나 볼까?.......

엄마 것 뺏어 가지나 말아라.

이 이 허가난 도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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