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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77

아름다운 중년


BY 27kaksi 2008-03-13

\" 아! 정말 중년이 아름답지 않니?\"

난 지금이 가장 좋은 것 같애, 남편도 아이들도 모두 내 손에서 벗어 났고, 아직은 차리고 나서면 늙었다는 소리를 듣지는 않고,

돈 걱정도 별로 없고... 그저 한가지 근심이라면 앞으로 건강해야

한다는 것과, 공이나 잘 맞어 주었으면 좋겠다\"

친구들의 모임에서 명품으로 몸을 감싼 친구가 말했다.

몇명의 알맞게 세련된 아줌마들은 그렇다고 수긍 하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참 여유로운 나이가 되어 있다.

생활도 아이들도....

지금 나의 중년도  너무 아름다운가?

아름다운 중년!....

우리가 생각 하는 아름다운 중년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었나?...

 서로의 자랑과 손주들 얘기로 좌중이 시끄러워지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실제로는,

가끔 갱년기 증상으로 얼굴이 붉게 달아 오르고, 혼자 있으면 때론

울적해지고, 한달을 못 넘기고 염색을 해야 하고, 불타는 잠자리

같은 것도 조금은 비껴간 그런 날들이... 지금우리의 일상인것을...

그렇다면,

열심히 살아온 젊은 날들이 더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이들의 시험문제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어쩌다 꽃이라도

한송이 남편이 들고 들어 오면 모든 피로와 시름을 잊었던 그때!

우린 지금의 나를 생각했던가?

값이 나가는 옷이 무슨의미가 있으며, 마디가 굵어진 손에 번쩍이는

보석 반지가 행복의 척도 라고 한다면 너무 삭막하지 않은가!

계절에 민감한 나이 -꽃이 핀다거나, 단풍이 든다거나, 눈이 내린

다거나 등등- 가 된것에 놀란 적이 있다.

바쁘고 바쁘던 젊은날에는 계절이 바뀌는 것에 그리 민감하지 않았

었다.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못하게

그만큼 열중하는 일들이 많았으니까...

요즘은 꽃이 피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 어디가 매화가 좋다던데,

어디가면 벗꽃이 좋다던데.... 뭐 이런...

아마도 더 늙기전에 보고 즐겨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생긴건 아닐까? 미장원에서 파마가 너무 곱슬 거리게 나왔다고 하니까, 미장원

원장이 말했다.

\"나이가 들면 좀 곱슬거리는 머리가 좋아요. 생머리는 좀 초라해 보이기가 쉬워요\"

아니, 내가 이제 자칫 하면 초라해 보이는 나이가 되었다는거네...

하고 혼자 실소를 머금었다. 맞다. 인정할 것은 인정 해야 한다.

잘 자라주어서 늘 나의 자랑으로 여기는,

 우리 아이들이 내가 예전에 비해 좀 안달이 된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난 그때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었다.

나이를 먹는다는게 풍요로움과 여유가 생기는것이 아니라 좀 초조하고 안달이 난다는 것을 젊디 젊은 아이들이 알 수 있을까?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라고 어느 노 작가는 말했다.

지금의 여유로움은 젊음에 대한 그리움을 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무심코 티브이 드라마를 보다가 정말 늙은 나이에도 정정하게 자기

역을 소화하는 노배우를 볼 때 아름답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런 분들은 축복 받은 사람이다.

예전의 교회에 참 이쁘게 꽃달린 구두를 신고 옷도 예쁘게 입는

나이드신 여 장로님이 계셨다. 수군거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좀 어색하면서도 그의 밝은 옷과 발그레한볼연지의 빛깔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었다. 내 머리에 아직도 이쁜 노인으로 남아 있다.

그 분은 아직도 살아 계신지... 아직도 그리 곱게 단장 하며 사시는지 때때로 궁금하다.

아마도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것은 지금의 여유로움과 안일함을

즐기는게 아니라 더욱 열심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품위를 지키는

게 아닐까 싶다.

유난히 나이를 의식하게 되는것은  너무 젊은 척 하는 친구들을

만날때가 그렇다. 아니 내자신이 아직도 젊다고 우기고 싶어질때

가 그렇다.

 작고 고사리 같은 손을 가진 조그만 간난아이를 볼 때

너무 간절하게 이쁘다고 느낀다거나, 돈을 내놓고라도 일찍 출가

시킨 자녀의 손주 자랑에 침을 튀기는 친구가 부러워 보일 때, 내

나이를 의식한다.

아름다운 중년...

그것을 위해 난  어떤 생각과 어떤 시간들을 보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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