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머니들이 왜 그렇게 위풍당당한지 아시나요?
효성스러운 자식을 두신 분들일수록 더 위풍당당해지거든요.
특히 효성스러운 딸을 두신분들이 더 그렇답니다.
님들!
한번 생각해보세요.
당신의 시어머니가
그리고 친정어머니가 어떤 자식을 두셨는가하고 말입니다.
우리 시 어머니도 여늬 시어머니와 다름없이 효성스러운 자식을 두셨기에,
특히 딸들이 더욱 효성스럽기에 목소리가 위풍당당 쩌렁쩌렁 하였지요.
그런데 요즘들어 우리 시엄니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니
그것도 마음 아픈 일이지요.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듯 위풍당당했었는데
어느새 종이 호랑이가 되어버리지 뭐에요.
한때는 원망도 했고 미워도 했지만
모든것이 세월이 지나는 사이에 자꾸만 녹아 없어지는 것 같아요.
내가 늙어가는 것일까?
예전에 그렇게 원망스러웠던 시어머니는 어디로 가버리고
자꾸만 작아져가는 가슴 아픈 노인 하나만 남아 있으니
우리 시어머니 목소리가 자꾸만 작아지는 이유?
막내 아들이 자꾸 속을 썪이는지라
그리고 잘나가던 딸들 형편이 자꾸만 어려워지면서
한때 딸들 잘나가고 막둥이 큰일없이 살때는 목소리가 아주커서
그리고 워낙에 논리 정연한 입담의 소유자인지라 변호사라는 별명까지 붙여지셨는데
요즘들어 자식들이 잘 안풀리다보니 목소리가 자꾸만 작아져서
어느결에 시골의 소 시민의 목소리로 남겨지게 되었답니다.
허리가 점차 꼬부라져 보조기를 착용하매
바지싸이즈가 작다하여 두어장 사들고가 옷장을 열어보니
여름 옷 겨울 옷 할것없이 모두 구닥다리인지라
\"쯧쯧 ....이러니 이모님들한테 흉을 먹지.\"
한결같이 십여년 전에 입으시던 옷들 뿐이었다.
순간 번개처럼 스치는 우리 친정엄니
빨간거 새파란거 하얀거 까만거.....골고루 착착착 걸어놓은 친정엄마 옷장이 스쳤다.
거 참 이상하네.
친정엄마 옷장을 질투하다니.......
이걸 어찌해야 봄 바바리 한벌을 사드릴까나.
예전에 딸들이 잘 나갈때는 내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았는데
딸들 형편이 어려워지고나니 이리되는지라
님들이시여!
친정엄마 목소리 큰건 딸을 잘둔 탓이라오.
기뻐하소서.
그렇다고 우리 시누이들을 잘못둔건 절대 아닙니다요.
시누이가 셋인데 이십여년을 살아오면서 다투어 본적이 없답니다.
그저 우리 시엄니 목소리가 남처럼 컸던것 빼고는.
우리 시엄니 딸들이 잘나가서 다시 목소리가 커졌으면 좋겠내요.
막내아들 복잡한일 다 정리되어 위풍당당하게
맏며느리인 내 앞에서도 호령 호령 하셨으면 좋겠내요.
얼마나 더 사실나나
올해 칠십 여덟인데
우리 고교생 두 딸들 대학갈때까지만 밥 끊여 드시고 사시면 정말 좋겠내요.
아니 우리 막내딸 대학갈때까지만 살아주면
그야말로 볼따귀에 뽀뽀 쪽쪽해가면서 내딸 기르듯 보살필텐데.
죽지만 마
엄니야 죽지만 말아
나는 올해 결혼 25 주년을 맞이한답니다.
그 세월을 사는 동안 무슨일은 없었겠어요.
남들처럼 고부간의 갈등도 있었고 원망도 있었고 죽을때까지 당신을 용서하지 않으리라는
앙심도 있었지요.
그러나 세월을 지내는 동안 모두가 녹아가는 터인지라
밉고 원망스러운 마음으로 시엄니를 바라보면 모두가 미움투성이인지라
야속한게 하도많아 열 손가락이 모자라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시어머니를 보면 열 손가락 아니 몇배의 손가락으로 세도 다 모자라
내게 가장 중요한건
우리 시어머니가 아들 딸에 대한 편애가 없는지라
종갓집 맏이인 내가 딸만 셋을 낳아 보석을 기르듯 그것들만 손바닥에 올려놓고
애지 중지 하건만 큰 흉되지 않는 다는 점이다.
더구나 나는 아들을 둘씩이나 땅속깊이에 아니 내 가슴속 깊은곳에 묻어놓고 사는 여잔데
이런 여자앞에서 시어머니가 손주 타령을하면 나는 정말 살수가 없을진데
감사 감사 또 감사
요즘 세상이 바뀌어 아들 선호사상이 없어졌다 하여도
당신들이 살았던 시대가 다남 다복 시대인지라 욕심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을텐데....
다행인것은 우리 딸 셋이 얼마나 할머니 할아버지를 좋아하고 따르지
어느날부터인가 나는 애을 잘 기른 여자가 되어버렸다.
특히 우리 막내딸은 말만 조금 색 다르게 하여도 한달이상은 기쁨이 된다.
우리막둥이에 말이 서울 고모댁으로 갔다가
경기도에사는 고모내 집으로 갔다가
탁구공 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기쁨을 주다가
다시우리집으로 돌아올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사랑 사랑 인간이 사는데는 역시 사랑밖에 약이 없다.
미운거 원망스러운거 들춰내면 끝도없고
사랑스럽게 어루만지면서 인내하며 사랑하며 살며는 모든것은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터인지라
세월아!
세월이!
네가 내 한을 스쳐갈때 그래도 사랑의 씨앗도 함께 뿌려줬구나.
가슴이 먹먹하여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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