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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방을 사고 싶다


BY 영롱 2008-03-07

그 가방을 사고 싶다

초록빛 바람 냄새 나비처럼 팔랑이는 그 가방

바퀴가 달려서 씽씽 굴러 가면 나도 따라 굴러갈 수 있겠다.

마루의 한 톨 먼지와도 타협할 수 없는 내 강박의 삶도 떼구르르 굴러 갈 수 있겠다.

요즘 보기 드물게 운전을 할 줄 모르는 나는, 가방을 사야겠다고 가방집을 흘끔거린지 오래다.

운전을 할 줄 알면 차에 몽땅 쑤셔 넣고 달리면 그만이겠지만

내겐 가방이 필요하다.

가방이 없어서 여행을 못 간다.

폼 나는 가방을 하나 사야겠지만 그냥 언제나 \'가방을 사야지\'하고는 돌아 선다.

떠나고 싶지만 언제나 붙박혀 있는 붙박이 장롱 처럼 가방을 사도 아직 그 가방을 사용할 형편이 아니다.

그래서 마음 먹은 일은 꼭 하는 나는 가방을 사는 일은 하지 못한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북소리처럼 둥둥둥 어디든 떠다닐 수 있는 가방을 사야겠다.

언젠가는, 내 생의 한 시절이 또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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