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돌이.
말티즈 19 년 장수견 이름.
청각은 거의 없고 시력은 매우 밝음.
이빨도 양호 , 사료도 아작아작 잘 씹어 먹는 실외견.
서울 생활 16 년을 청산하고 시골생활 3 년째.
수컷의 하얀 말티즈 아파트에서 쫒겨나 시골에서 바깥 생활 시작.
이상은 복돌이의 신상 명세표다.
잘 아시는 분의 애완견인데 고급 아파트로 이사를 가시면서 주민들의 반대로
못 키우게 되면서 내게 맡겨진 강아지다.
가족처럼 16년을 키우던 개를 아무나 주기는 그래서 우리가 개를 이뻐한다는
소문을 들으시고 서울에서 이 곳 경남의 시골까지 직접 데려다 주시곤 많이 섭섭해 하셨다.
새 하얀 눈사람처럼 이쁜 복돌이는 자주 미용을 해서 털도 이쁘고 건강상태도
양호해서 여간 귀여운 개가 아니어서 쉽게 입양을 했었다.
그 분들은 복돌이의 집과 여행가방을 비롯해서 사료 , 미용재료 , 영양간식 , 피부 약
귓병 약 , 옷 여러벌 ,샴푸와 린스도 여러 병...
애완견 소품전을 차려도 될 만큼의 용품을 같이 주시면서 잘 부탁한다고
미안하지만 아프면 병원에 꼭 데리고 가고 병원비 청구하라신다.
만약에 죽게 되더라도 연락해 주라시며 몇번이나 안아주고 또 작별의 뽀뽀를 하시고
두고 가게되서 미안하다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하시며 서울로 가셨다.
반려동물로써의 가족의 의미로 키워지던 복돌이.
우리 집에 입양이 되면서 다소간의 긴장이 있었던지 용변을 못 가리게 되고
피부병이 급속히 진행되더니 비늘처럼 온 몸이 허옇게 일어나고 거실바닥에
뚝 뚝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어주신 약도 먹이고 연고도 발라봤지만 낫지를 않았고
동물병원에 가도 대책이 서질 않았다.
매일 매일 바같에서 바쁘게 사는 우리가
복돌이한테 매 달릴 수는 없고 난감했다.
진공청소기를 거의 손에서 붙이다 싶이 해도 기분은 찝찝하고
복돌이는 눈치만 슬금슬금 보고....
16년을 살던 집을 떠난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복돌이는
사료는 잘 먹어도 피부병과 귓병은 나을 기미가 없고
용변도 세면장에서 잘 가리던 녀석이 카펫 위로 침대로.....
아무데나 마구 갈기고 다닌다.
그렇게 한달 두달을 보내는데 아이들이 주로 거실에서 누워서 티브이 보고
거실에서 식사를 하는 생활이라 결단을 내려야 했다.
고민 하다가 서울로 전화를 드렸다.
\"복돌이요~~실내견을 못 할 것 같아요.
피부병이 낫지를 않고 용변을 가리질 못하네요. 죄송해요.\"
\"어머머...제가 죄송해요. 잘 하던 녀석인데....아무래도 환경이 바뀌면서 애가 충격을 받은 모양
이네요. 죄송하지만 남한테 주거나 개집에만 주지 말고 밖에서만이라도 키워주세요.
죽을 때 까지만요.죄송해요.\"
\"걱정마세요.밖에서는 좋아 질거예요. 안에서 못 키워줘서 미안해요.그리고 사료는 저희들이
살테니까 이젠 보내지 마세요.\"
\"아니아니예요. 죽을 때 까지 사료하고 간식은 저희들이 보내드릴게요.\"
그렇게 해서 복돌이는 바깥에서 사는 신세가 되었고 지금까지 너무 건강하게 잘 산다.
하루종일 좋은 햇볕을 많이 쬐는 양지바른 집에서 사는데 피부병도 나았고
귀는 여전히 잘 들리지 않지만 매우 건강하다.
예전처럼 자주 미용은 못해서 새하얀 털빛은 없어진지 오래지만
회색견이 되어 200평 우리집 옥상에서 여유자적 잘 산다.
19 년.
사람의 나이로 치면 100 살은 족히 될라나?
이빨도 튼튼하고 육포나 닭고기 간식을 잘근잘근 잘도 씹어먹는다.
아직도 사료와 간식은 서울에서 내려오고 가끔 우리 애들 간식과 옷 까지 내려온다.
키워줘서 감사하다고....
사랑으로 돌봐줘서 고맙다고...
오늘 밤.
그 댁 사모님한테서 전화가 왔었다.
우리 애의 결혼소식을 들으시고 피부과 의사인 사모님 아들이
좋은 팩제를 보내셨다고...
결혼전에 피부관리를 해야 하는 우리 애를 위해 특별히 보내신단다.
여전히 강아지 사료와 간식 샴푸와 린스랑.
이제 그만 하시라고 해도 끝까지 하시겠단다.
철마다 우리 가족의 간단한 옷과 명품커피까지 꼼꼼히 챙겨서 보내시는
놀라운 사랑을 주시는 복돌이 엄마.
복돌이가 얼마나 더 살런지는 모르지만 밥 잘 주고 집 따뜻하게 돌 봐주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정성이리라.
그리고 아주 가끔은 내가 전 할 수 있는 사랑을 서울로 보내드린다.
너무 받기만 해도 손 부끄럽고 복돌이를 통해서 좋은 사모님을 알게 된 것도 고마운데
서울의 그 사모님은 오히려 본인이 더 감사하다고 늘 말씀하신다.
오늘도 좋은 선물을 주시면서도 오히려 미안하다신다.
작은 선물을 드리면서 전화하게 되었다시며...
청첩장이 나오면 꼭 보내주라고 몇번이나 다짐을 하신다.
지금까지 받은 선물만 해도 과분한데 서울에서 꼭 참석하신단다.
인연이란 참....
복돌아!
비록 창 밖의 강아지가 되었지만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살아다오.
네 엄마한테 내가 덜 미안하게....
내가 지나가면 끙 끙 예쁜 목소리를 내며 내 다리를 긁는 복돌이.
겨울에 추워서 털을 안 깍이고 그냥 뒀더니 헌 털실이 뭉친 것 같아서
그저껜 방에 데려와서 목욕시키고 털도 대충 밀고 고운 향내 나는 샤워코롱도
칙칙 뿌려서 하룻밤을 방에서 재워 줬더니 온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빙그르르 돌기까지...
불쌍한 놈.
내일 아침에는 또 바깥에서 살아야 할 것을 저렇게 좋아하다니.
귀는 잘 들리지 않아도 복돌이를 만나면 늘 말을 걸고 애들한테 하듯이 대해주는 내가
우리 애들은 신기하단다.
분홍색 옷을 곱게 입은 복돌이는 오늘도 꿈을 꾸며 자고 있겠지.
옛날의 그 집과 가족들을 추억하면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