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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잔 놓인 풍경(4)


BY 개망초꽃 2008-03-06

차를 한 대 구입했다. 삼만 오천 원 하는 핸드 카. 도자기라서 들고 다닌 것이 무리가 따라 손목과 허리가 아프다. 그래서 본사에 통보를 했다. 차 한 대 사야겠다고.


차는 여름날 풀처럼 초록색이다. 몸은 납작하고 바퀴는 장난감 자동차처럼 작고 핸들은 하얀색이다. 납작한 몸에 글씨를 새겼다. 잊어버리고 훔쳐가기 쉬운 차라 까만 매직으로 진하게 내 것임을 강조했다. 매장 명 밑에 꽃마차라고 이름 붙여 줬다. 야생화 커피 잔을 실고 다니는 차라서 꽃마차라고 했다.


옆 집 타월매장도 나와 함께 차를 구입했다. 타월 집 차는 대문자로 B M W라고 썼다. 타월은 시험 운전을 한다고 아무도 타지 않은 빈 차를 끌고 매장 안을 돌면서 차 자랑을 했다. 내 차는 비엠떠블류야, 하면서.


꽃마차는 창고로 향했다. 창고 자물쇠는 결국 견디질 못하고 주인에게 뜯겨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그 곳에 금도금 자물쇠가 끼워졌다. 열쇠로 한번만 갖다 대면 쉽게 열려서 편하다. 꽃마차는 창고 구석에 세워두었다. 어두침침한 창고지만 새 거라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 마차 한 대 구입하고 거들먹거리며 창고를 나와 커피 잔 놓인 내 집으로 돌아왔다.


매장엔 서서 일을 볼 수 있는 탁자가 코너마다 한 개 씩 놓여 있다. 하얀색 탁자 위엔 유리가 놓여 있고 서랍이 여러 개 달려 있다. 상부 장에 달린 작은 서랍엔 볼펜과 배송전표와 일지 노트가 있고, 하부 장은 시골집 창호지 문처럼 앞으로만 열리는 문이 달려 있다. 그 문을 열면 그곳엔 도자기 그릇이랑 먼지 터는 새털 총체가 들어있고 지갑이 훤히 보이는 이곳에서만 쓰는 가방이 앉아있다. 가방 옆엔 일회용 커피랑 등산할 때 가지고 다니던  스텐 컵이 꽃마차처럼 반짝인다. 그 컵에 녹차도 우려먹고 커피도 하루에 두 잔씩 타 마신다.


서 있어야만 쓸모가 있는 탁자에 서서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앞을 보고 있다. 쑥부쟁이 꽃과 패랭이꽃이 그려진 커피 잔을 골라서 눈앞에 놓아두면서 앞을 주시하는척하며 꽃을 본다. 보라색 꽃과 분홍색 꽃이 마음을 씻어주고 고단한 심신을 달래준다.


누군가 그랬다, 이곳은 전쟁속이라고. 전쟁 속에서도 계절은 바뀌고 꽃이 피고 꽃이 지는 법. 한 겨울에 무기도 없이 뛰어 들었는데 지금은 꽃피는 춘삼월이다. 잔디밭엔 새순이 고개를 내밀고 세상 동태를 살피고 있는 삼월에 그대는 지금 전쟁 속에 무기도 없이 뛰어 들었다. 총칼을 든 상대에게 이길 수는 없지만 잘 피하길 바란다. 목숨만은 건질 수 있게 전쟁 속을 무시하고 잘 피신하길 바래본다.

그래서 당당하게  돌아와 내 품이 그리웠다고 나 없이는 못산다고 그러하길...


사는 것이 말이야 전쟁인거지, 학창시절도 그렇고 사회생활도 그렇고 결혼도 그래, 나도 알지, 안다고. 전쟁 속을 쉽게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지, 부딪쳐 보는 거야. 잠시 피신을 할 수 있어도 있는 기정사실을 없는 것으로 둔갑 시킬 순 없어. 사랑을 취할 땐 더한 거야. 동물도 사랑 때문에 목숨까지 버리며 싸우잖아. 사랑을 믿지 않기로 했어. 세상에 사랑이라는 것들은 순간의 쾌락이라고 결론지었고, 사랑이 있다 치자……. 그건 순간의 감정이라 생각하고 있거든. 사랑 별거냐고…….시간이 흐르고 나면 별 게 아니었어. 하긴 그 순간은 죽을 만큼 힘들고 가슴 아프지만. 다 그런 거지만.


퇴근하기 전에 창고에 들어가 꽃마차의 주차장을 확인을 했다. 밤이라 창고는 냉기가 술렁술렁 술렁인다. 두 개짜리 형광등엔 한 개씩만 형광등을 끼워 놓아서 어둡고 침울하다. 일이 익숙하지 않았을 때는 어두운 창고에 불만이 많았는데 이젠 불이 나가도 손전등 켜고 물건을 탁탁 잘 집어 챈다. 무슨 일이든 익숙해지면 어려울 일도 쉽게 풀리게 된다. 불행 중 다행인 일들이 얼마나 많던지 살면서 수시로 느낀다.


불행 중 다행인 일들…….그대도 그렇게 위로하며 지내길…….같은 추억을 갖고 있는 나를 잊지 말길…….모든 것이 순간이고, 모든 것이 추억이 된다는 것을…….


하늘은 오렌지색 춘향의 귀걸이는 한들 하들~~

꽃마차는 오늘도 내일도 씩씩하게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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