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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82

테니스엘보


BY 그대향기 2008-02-29

 

 

처음에는 화가 났다.

내 팔을 내 맘데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에 울화통이 터지려고 했다.

행사는 많이 있고 내가 해야 할 일은 꽉 찼는데 팔이 말을 안 듣는다.

프라이 팬 하나도 바로 못 들어올리고 팔이 옆으로 비틀어진다.

의자를 빼고 식탁에 앉으려 해도 의자가 의자가....

아ㅡㅡ우 .

너무 아프고 \"악\" 소리가 절로 신음처럼 입에서 흐른다.

두세달 전 부터 조짐이 안 좋아서 정형외과에서 근육강화 주사를 맞고

단단히 준비를 했는데 또 일을 하니까 재발이다.

늘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일이 다반사고  팔을 많이 심하게

사용해야 하는 일을 하다보니 밤에 집에 올라오면 어깨며 팔이 제일 피곤했다.

일을 쉴 수 없어서 계속하다보니 이젠 서서히 고장이 나기 시작한다.

 아직은 쉴 때가 아닌데...

막내 대학은 입학시켜 두고 그만 둬야 하는데....

삼남매라 남편 혼자서 다 감당하기에는 무린데....

 

여러가지 생각이 착잡하게 얼키는 가운데 병원에서 근육을 풀어주는

주사를 맞고 약을 받아왔다.

약이 무슨 대수겠는가?

의사는 쉬란다.

무조건 쉬는 것 이상의 약은 없단다.

남의 가정사정도 모르는 극처방이다.

손 빨래도 하지 말고 그냥 푹~ 푹~쉬란다.

다행히 오른손이 아니라서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못 채고 있다.

남편은 이제 내가 일을 그만 둘 때가 됐나보다 하면서 씁쓸하게 웃는다.

아내의 아픔을 어찌 해결해 주지 못하는 마음에 미안함만 가득한 사람.

결혼하고 지금까지 게으름을 모르고 이 곳까지 달려온 아내에게

남편은 언제라도 미안하다 , 고맙다 , 사랑한다를 꾸밈없이 했었는데

이젠 심각하게 웃는다.

그래도 아직은.....

 

막내의 대학이 있고 둘째의 사립등록금이 산만큼이나 큰데

지금은 그만 둘 때가 아닌 것이다.

좀 살살 하면서 몸을 추스려가며 해야하는데 한창 바쁘고 일손이 딸리면 언제 폼 재고

주방장 권위 세워 뒷전에 있을 수 있었는가?

늘 남보다 먼저 주방에 나갔고 남보다 늦게 주방에서 퇴근을 하며 달려온 15 년.

많게는 세가마니 반을 쌀을 씻어 밥을 하고

적게는 40 kg의 쌀을 씻어 밥을 하는 일을 15년을 했으니

팔이 고장을 알릴만도 하지.

물론 나 혼자 다 하는 일은 아니지만 부식 구입에서 분배 조리 , 배식은 혼자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라 언제라도 무거운 짐과으이 씨름은 뒤 따른다.

몸 사리지 않고 이 만큼 하다보니 넓은 집도 많은 이들의 사랑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비록 사모님은 못 되어도 사모님들 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친분를 맺으며

내가 발을 붙이고 사는 땅 위에서 인정을 받는 보람된 삶을 산다고 자부한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자신의 일에서 보람도 느끼고 인정도 받는 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냥 먹고 사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먹고는 살되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직업인이 된다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는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고

또 열심히 살았다.

 

얼마 전에 나는 주방에서 설겆이를 하고 있었고

애들은 무슨 날인지 피자를 시켜서 둘러 앉아 먹으며 하는 말

\"누나. 여자는 우리 엄마 정도는 되야 신부감이 될 것 같아\"

\"왜?\"

\"엄마는 머리도 영 엉망이 아니시고 건강하시고 음식도 잘 하시고 책도 늘 읽으시고.\"

\"그래. 엄마 정도면 좋은 엄마감이지.\"

아......

애들의 인정을 받는다는게 얼마나 행복하든지...

비록 지금 테니스엘보에 시달리더라도 애들이 행복하게 인정해 주고

남편이 사랑하며 미안해 하는 마음이 진정인데

조금 아픈 것 쯤이야......

참자!!!

조금만 더 참자!!!

주방장으로 봉사한지 벌써 15 년.

15 년을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보람은 애들이 잘 증명해 주고 있으니까

열심히 치료하고 조금씩만 팔을 사용하고 이기자.

그대향기!

다른사람에게 악취를 남기지 말고 향기로운 이름으로 남자.

남편이나 애들, 주위에 나를 아는 모든이들에게.

 

아픈 팔을 붙들고 간절히 기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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