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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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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지는 사람들


BY 오월 2008-02-11

난 칠남매의 셋째다

다들 남들에게 빠지지 않을 만큼의 인물에다 큰 키.

그 중 유일하게 나만 키도 작고 얼굴도 가장 못 났다.

어린시절 물동이를 너무 많이 이고 자란 탓이라고 애꿋은

물동이 탓을 해 보지만 키 작아 크게 불편한 것 모르고 자랐고

시집이란 것도 갔다.

시누이 하나 없고 아들만 삼 형제를 두신 시어머님은 며느리

욕심이 많으신 분이 였지만 세 며느리 모두가 씽크대에 붙어서

있으면 키들이 쪼로록이다.

 

가끔씩 키 작은 며느리들이 마음에 차지 않으시면 셋 모두를

똘똘 뭉쳐도 이웃집 키 큰 며느리 하나만도 못하다 하시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곤 하셨다.

어머님은 연세가 있으셔도 며느리들 보다 키가 크시니 그 부족함이

더 크게 보이셨던가 보다.

친정엘 가도 제일 작은키 시집엘 가도 제일작은키 내가 속한

단체에서도 언제나 앞줄 가운데는 내 차지다.

뒷줄에 서신 형님들은 넌 연식도 좋은데 어째서 그렇게 못 컸느냐고

농담을 하시고 이제 이런 농담에 익숙한 나는 깔깔거리며 웃는다.

 

설 명절 두루두루 친지들을 찾아뵙고 헤어짐 섭섭하여 꼭 한번씩

안아드리는 인사.

내 키가 작다며 그렇게 못마땅해 하셨든 어머님이 내 품안에 쏙 들어

온다 나보다 조금 아주조금 키가 크셨던 형님은 날 쳐다보시며 고개를

들고 난 형님을 쳐다보기 위해 아래를 본다.

친정집에 도착해서 엄마와 둘이서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엄마

어깨가 내 어깨 아래에 있다.

혼자 물어본다 작아져서 작아져서 어디들 가시려고요?

그 분들은 그렇게 아주 조금씩 땅과의 거리를 좁혀가고 계시다.

 

작아지며 아이되고 작아지며 땅과의 거리를 좁혀가는 사람들.

반면 어느새 나는 큰 사람이 되어있다.

큰사람 여러 뜻이 있겠지만 작은 사람을 안아주고 보듬는게 큰 사람의

몫이 아닐지.어른 노릇이라는게 정말 힘들고 자식들이 우애있게 살게

하는 것도 분명 어른 노릇이 가장 중요하지만 땅을 향해 거리를 좁혀

가시는 분들 큰 사람들이 더 많이 이해하고 보듬어 드려야 함이

옳지 않을지.....

남편의 키가 나보다 작으면 아내가 남편을 보듬고 남편이 작은 아내를

보듬고 큰 사람이 작은 사람을 보듬는 이치가 맞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나도 제일 작은 사람이 아니고 나보다 작은 사람이 생겼음이

 

 

이렇게 가슴 시릴 수가 없다.

자식키가 부모님 키를 넘어 설 때 그때부터 자식은 부모님을 보살필 때 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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