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 명절음식과 수요일 예배를 마치고 나니 저녁 8시 30분.
아버님댁으로 가자니 시간이 어중간하고 안가자니 눈치보이고....
평소에는 명절이 되면 할머니들 음식 빨리 마치고 저녁까지 차려
드리곤 준비해서 아버님댁으로 앞치마도 안 벗고 눈썹 휘날리며
달려가서 또 음식을 하고 뒷정리도 해 드리는데 오늘은 시간이
영~~어중간 해서 용기를 내서 아버님댁에 전화를 넣었다.
\"어머님. 지금 저녁이랑 예배 마쳤고요, 애들 아빠는 지금 마산에
볼일이 있어 가고 늦겠다고 합니다. 제가 지금 가자만 아주버님 차로
절 데리러 오셔야 하는데 아직 음식할 것 많이 남았나요?\"
\"응....나물도 남았고 뭐.....\"
\"나물은 내일 아침에 하시면 안돼요?\"
\"아침에?....그럼 넌 쉬어라 .고단할텐데....\"
\"죄송해요. 내일 아침에 갈께요.\"
\"그래.애들이랑 내일 아침에 보자.\"
전화를 내려 놓자마자
\"이야호~~~내일 가도 된다!!!!!\"
아들이 웃고 딸이 웃는다.
\"엄마는.....할아버지댁에서 그렇게 많이 했으면 이제 안가도 안돼?\"
\"윗동서들이 일을 하는데 아랫동서가 안가면 안돼지....\"
\"그래도 엄마는 여기에서 할머니들 음식 하루 종일 하잖아요\"
\"할아버지 할머니 특히 큰엄마들은 이해 못하셔. 이 일은 우리 일
이고 공적인 거고 할아버지댁 일은 사적인 거니까 이해가 좀 어렵지\"
해마다 명절이면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팽팽하다.
아무리 여기에서 하루종일을 음식해도 보이지 않는 일이고
애들까지 동원해서 굽고, 찌지고 ,튀기고, 무치고 ,끓여대도
시댁일은 시댁일대로 밤 늦게라도 해야 며느리로써의 도리를
다 하는 것이라 해서 고단한 몸을 이끌고 아버님댁으로 갔었다.
윗동서 둘이서 어머님과 함께 거의 다 해 놓으시고 마지막 일만
남겨둘 때도 있는데 얼마전 까지만 해도 내 몫의 일이 남아있었다.
온 몸이 음식냄새로 절여져 있고 다리는 휴식을 필요로 하지만
묵묵히 내 몫의 일을 다 하고 한밤중에 우리집으로 넘어왔었다.
남편도 안타까운 맘은 있어도 형수들이 하니까 자기 아내만을
쏙 빠지게는 못하고 눈치만 슬쩍슬쩍....
늦은 밤에 우리집에서는
\"피곤하지? 수고했어. 내가 팔다리 주물러줄께.\"
애들도 내가 할머니댁에서 또 일을 하는게 못마땅해서 집에만 오면
엄마는 이집 저집의 일꾼이냐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며느리는 딸과 다르다고 얘기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아주 어릴적에는 어머님이 방에만 계시고 둘째를 임신한 배로 자기
엄마가 부엌에서 일을 하는 것을 보던 우리 큰딸.
\"할머니! 할머니는 왜 일 안해요? 왜 우리 엄마남 일해요?
우리 엄마 내 동생 가져서 배도 부르고 힘든데 할머니가 일 하면
되잖아요. 할머니 예?\"
할머니 머쓱 하셔서
\"떽끼! 못하는 말이 없네\"
정말 난 몸도 사릴줄 몰랐고 시댁에서건 이곳 할머니들 일이건
내 힘이 닿는데 까지는 최선을 다한다.
요령도 모르고 꽤도 부릴줄 모른다.
못하는 것은 안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하는 편이다.
세째며느리라는 자리에서도 맏이 노릇까지 했고
지금도 집안의 대소사는 거의 남편이 다 책임을 지고 있어도 불만이
없다.
시누이들 시집 갈 때도 가장 많은 축의금을 내야했고
아버님댁에 뭔 일이 일어나면 만사를 재쳐두고 남편은 도와드려야
한다.
금전적이든 행정적이든.
명절이 이번처럼 어중간하게 몸이 편한적은 시집 오고 처음이다.ㅎ
편한건지 안그런건지 내일 아침에 건너가 보면 알겠지.
동서들 낯빛이 조금.......
이곳은 밤만 되면 암흑천지라 걸어서도 못가고 택시도 안 다닌다.
애들이 다 크고 나면 대명천지로 나가야지.....ㅎㅎㅎㅎ
간 큰 세째며느리
아버님댁에 안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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