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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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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욕심쟁이


BY 낸시 2008-02-06

나는 남편을 욕심쟁이라고 흉보고 산다.

남편의 욕심에 그만 질식해버릴 것 같다고 느끼기도 한다.

욕심에 눈이 어두워 멀리는 고사하고 바로 코 앞도 못보고 산다고 남편을 비난하기도 한다.

둘이서 목소리를 높여 싸우기도 하고 못 살겠다고 이혼하자고 하기도 한다.

남편을 화나게 하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돈이 왜 필요한 것이냐, 돈을 벌면 어디에 쓸 것이냐, 돈이 가져다 주는 유익이 무엇이냐...

질문을 하는 나는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나를 남편은 잘 난 체 한다고 비난한다.

 

우리 식당에 새로운 종업원이 왔다.

한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지만 한국말이 서툰 한국인 이세다.

서툰  한국말로 날더러 참 착하고 좋은 사람이란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내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을 좋아해서란다.

하하...웃었다.

그리고 내가 착한 것이 아니고 계산에 밝아서라고 말해주었다.

여지껏 살면서 경험한 것으로 내가 하나를 주면 그 몇배를 받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주는 것이니 착하다기 보다 어쩌면 교활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렇다.

나는 주는 것을 좋아한다.

남편 말을 빌리지 않아도 스스로도 지나치다고 느낄 때가 있을 만큼  퍼주길 좋아한다.

배추와 무우를 박스로 사다 김치를 담아 다 퍼주고 나면 우리 먹을 것이 없을 때도 있다.

식당에 오는 손님에게도 핑계만 있으면 공짜 음식을 퍼 나른다.

처음 왔으니까, 자주 오는 손님이니까, 날마다 오는 손님이니까, 내가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힌트를 준 사람이니까, 같은 음식만 시키니까 다른 것도 맛보라고, 내가 좋아하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왔으니까, 아들 친구니까, 일하는 사람 친구니까, 전에 일하던 사람이니까...등등

그래서  단단히 결심하기도 한다.

손바닥을 쫙 펴고 살 것이 아니라 주먹을 꼭 쥐고 살아보자고...

나와 성향이 비슷한 언니는 그런 자신을 잘난체 하길 무척 좋아하는 사람인가보다고 하였다.

둘이 전화 통화를 하다  하하 웃었다.

어떻게 경건한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나눌 때 언니는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사람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먹이지 말 것, 음식을 해서 나누어 주지 말 것...등등.

다른 사람들은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하였다지만 나로선 정말 공감하고 또 공감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남편을 욕심쟁이라고 흉보는 내 속마음은 사실 많이 찔린다.

진짜 욕심쟁이는 남편이 아니고  내가 아닌가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에게 인정 받고 싶은, 사랑 받고 싶은 욕심 때문에 남편과의 관계에 흠집을 내가면서 무리한 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많아서다.

하지만 오늘도 내 욕심이 속삭인다.

언젠가 남편도 나처럼 계산에 밝은 날이 올꺼야...

큰 돈을 벌기 위해 작은 돈을 포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때가 올꺼야...

 

돈도 사랑처럼 쫓아가면 달아나는 속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돈 욕심에 넌지시 돈을 밝히지 않는 척  하는 것일 뿐이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너무 많은 욕심쟁이라서다.

내가 사는 곳, 내가 가는 곳마다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고 싶기도 하고내 주변의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지나친 욕심에 코 앞도 못 본다고 남편을 비난하면서 지나친 욕심으로 남편과 싸우며 사는 나를 발견하고 어이없어 하면서도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나는 진짜 욕심쟁이다.

우리 언니는 참 바보다.

이런 날 자기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니...

울 시어머니도 바보다,

날 더러 사람이 욕심이 있어야 산다고 충고를 하시다니...

날더러 착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날 정말 모르는 사람들이다.

내가 얼마나 엉뚱한 욕심을 부리며 세상을 살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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