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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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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질었던 황금 돼지해(마지막)


BY 은지~네 2008-02-06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이었지만

우리는 묵묵히 움직였다.

 

끝없이 계속되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의 연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다만 \'시랑\' 그 자체이신 주님께 기댈 수 밖에는...

 

거의 매일저녁마다 가족이 둘러 앉아 열심히 기도하고

다같이 성경책을 읽어 나갔다.

남편은 더 열심히 성경공부를 하였다.

 

여러가지 일을 겪은 둘째는

점점 자신감을 잃으면서 사나와져 갔고

생활자세는 나태해져 갔다.

그나마 간당간당하는 성적마저 곤두박질 치는 것을 막으려고

남편은 기를 쓰면서 아이를 독려 했다.

 

그렇지만 주변에 실망감을 느낀 우리에게

우선 둘째의 친구들과 그 가족들이 우리에게 따스함을 보여 주었다.

가을방학이 되자 한 친구 엄마는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여행에 우리아이를 데리고 가

아이의 상실감을 달래 주었고

 

다른 친구가족은 우리아이의 생일날

자신의 집에서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 주면서

우리아이에게 따스함을 보여 주더니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우리가족을 초대 해 주었다.

그것도 오로지 우리가족의 편한 시간에 맞추어서

한달 전에 이야기 하고는 인터넷으로 진로소주를 2병이나 샀단다.

 

그러나 12월 초, 갑자기 아이싱 레인이 내려,

거리는 빙수처럼 얼음과 물이 같이 섞여있던 날이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성경공부를 하고 오던 남편의 차가

고속도로에서 200미터쯤을 미끄러지다가

결국 중앙에 있는 도랑으로 들어 간후에 두바퀴 반이나 돌았던 것이다.

 

한시간 이상 도착시간을 넘겨 집에 온 남편얼굴은 하얀 백지장 같았다.

길에 얼음이 있는 줄도 모르고 비가 오는 줄 알고 달렸단다.

앞서 가던 차가 미끄러지면서 왔다갔다 하기에

\'대 낮부터 왠 술을 먹었나? 왜 저러지?\' 라고 생각 했단다.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자신도 사정없이 미끄러진 것이었다.

 

어떻게 도랑에서 나왔냐니까

미끄러질 때는 브레이크를 잡지 말란 생각에 그대로 미끄러지다가

도랑에서 길의 반대쪽으로 나가면

그야말로 죽을 것 같아서 그때는 브레이크를 잡았기에

뱅그르르 돌다가 멈췄단다.

멈춘 후에 정신을 차리고 잘 보니까 다행히 가장 얕은 곳이라서

911 도움을 청하지 않고서도 빠져 나올 수 있었단다.

 

등골이 오싹했다.

나도 많이 다녀 본길이지만 그곳은 도랑이 꽤 깊은 곳이다.

그냥 도랑에 잘못 빠져도 차가 뒤집힐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미끄러지면서 빠졌으니...

그러나 가장 얕은 곳으로...

차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것은 나중 일이었다.

다치지 않은 것만 천만다행이었다.

새 차가 아닌 것까지도 다행이었다.

 

우리는 감사의 기도를 올리면서 생각했다.

따분하고 지루한 일상이 싫다고 말하곤 할때

우리가 이런 것을 생각 해 봤는가?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것이 싫다고 하면서 어떤 것을 생각하는가?

 

이제 나는 말할 수 있다.

평범하고 따분하기까지 한 조용한 일상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상인가를....

더 좋은 세상도 있겠지만 지금 나에게 주어진

나의 가족과 나의 환경을 지키면서 사는 것도 큰 축복이라고...

 

지난 일년 힘든 일도 많았지만

남편은 미국사람들과 영어로만 공부하던 성경공부를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한국말로 할수 있는 기회도 생겼고,

둘째는 견진성사를 준비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전 가족이 다시 한번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정말 견디기 힘든 해였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발전의 해이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해 시민권도 신청 했는데

통과 되어 이제 선서만 남겨 두고 있으며

열심히 몸을 움직인 결과 예쁜 부엌도 생기고,

잡안 전체에 산뜻하게 페인트 칠도 새로 하고,

등도 바꾸고 밝은 분위기를 만들었다.(아직도 진행중)

그러느라 갖고 있던 주식을 팔아 치웠는데도

은행잔고는 엄청 줄어 들어서

신용카드를 쓸때도 언제가 카드대금을 내는 날인가 신경쓰면서 살게 되었다.

 

그러나 누가 그랬던가?

돈 걱정이 가장 쉽다고...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이 안정이 된 지금 알뜰하게 사는 것은

행복한 일상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여행 안가고, 외식 안하고, 크리스마스때 아이들 선물 줄이고....

현재 온가족의 협조하에 알뜰살림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우리가족은 지난 크리스마스때

둘째의 친구네 집에서 세 가족이 모여

아이들은 애플쥬스로, 여자들은 와인으로 남자들은 진로소주로

건배(한국말로 가르침)를 외치고,

불고기를 안주로 먹는 행복함을 느끼면서

세상은 그래도 따스하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뜸했던 아컴의 문을 여는 순간

화니핀님이 보내 주신 쪽지를 발견 했어요.

보낸지 정확히 14일이 지난것이었지요.

하루만 지나면 지워질 판에 읽을 수 있게 되었으니 ...

너무 반가왔어요.

다른분도 보내셨는데 제가 못 보았는지도 모르겠네요.

만약 그렇다면 너무 죄송하고

본의가 아니었슴을 이해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면서 에세이방을 뒤져 보니

아낙님은 은지네를 찾는 글도 올려 주셨습니다.

부족한 이사람을 기억해 주시고 찾아 주셔서 너무 감사 드리며

다시한번 세상의 따스함을 느끼는 바입니다.

 

음력으로 새해가 되기 전에 끝내려고 열심히 썼네요.

그동안 지루했던 글 읽어 주시고

따뜻한 말 전해 주신 분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명절 잘 보내시고 여러분 모두 좋은 일들로만 가득한 한해가 되십시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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