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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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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의 빈자리


BY 바늘 2008-02-03

25층 나의 집!

 

퇴근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맨 위 25 숫자를 콕 누릅니다.

 

1,2,3,4,5,6,7...

 

빨간불이 켜지면서 올라가는 층을 표시하는데  층수 계기판(?)을  아무런 생각없이

멍하니 쳐다 보다 드디어 문이 열리면서  바로 마주 보이는 우리 집!

 

며칠 전 그날도 평상시와 같게 그렇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왠 남자분이 집앞에서

되돌아 나오기에 누구세요?

 

가만보니 택배회사 직원인듯 배달할 물건을 여러개 갖고 있었다

 

\"아~여기 사시는 분이세요?\"

 

\"네~ 그런데요\"

 

딸 아이 이름을 묻더니 택배 물건 전달하려고 왔다면서 부재중이라 경비실에 지금 맡기려고

현관문에 메모지를 붙혀 놓고 가는 길인데 나를 만나 다행이라면서  물건을 건네고

 바쁘게 다시 25,24, 23,22,21...

 

집에 들어와 배달 온 상자를 열어보니 싱싱한 가자미 생선이 4개씩 냉동 포장되어

한 아름 들어져 있었다.

 

순간 가슴이 찡해져 왔다.

 

구정을 앞두고 딸 아이가 근무하는 직장에서 보내온 선물이었다.

 

옛말에 잘 나가던 정승이 죽으면 손님이 없어도 정승집 개가 죽으면 손님이 넘쳐난다고

지난날 명절이면 여기 저기서 갈비, 굴비, 한과, 과일 등등 품목도 다양하게 선물이

배달되어 오더니 어려운 시절을 맞이하고 보니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렇게 몇년 쓸쓸한 명절을 보내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이제 사회 초년생의 대열에

들어선 딸 아이에게 배달되어진 택배 상자를 바라다 보니 그것은 눈에 보여지는 그냥

선물이 아니라 다시 이제 어둠속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음지에서 양지로의 발 돋음이

되는것 같아 그만 눈시울이 붉어져 왔다.

 

이달 15일이면 딸 아이가 대학 졸업을 한다.

 

요즘 대학을 졸업하여도 제때 취직이 안되어 문제라는데 딸아이는  2개월 인턴사원을

걸쳐 올해 초 정식 직원 발령을 받게 되었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튼실한 해운 회사로 근무지도 서울 중심가에 있다보니

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직원들 분위기도 좋은 편이고 연봉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

그만하면 괜찮은 직장을 잡은듯 한데 딸 아이가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준

사람은 다름이 아닌 아들 아이였다.

 

아들 아이는 친구 아버님에게 4학년 졸업을 앞두고 있는 여동생의 이력서를  전달하였고

신속하게 다음날로 연결이 되어 면접 통보를 받은 딸은 참한 이미지로 보셨는지 흔쾌히

 입사 승락이 되어 근무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졸업전 4학년 학생 신분이라  일주일에 3번 근무를 나갔고 올해 초 부터는 정식 직원으로

발령으로 받아 주오일 근무를 하게 된것이다.

 

3월 다음달이면 연봉 협상이 정식으로 이루어져 좀더 나은 수입으로 오를것이란다.

 

이제 곧 아들 아이 4학년 1학기 등록금이 거금으로 날아들 것이다.

 

올해는 작년 보다 10% 정도 인상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번 까지는 내 힘으로

등록 시키면 이제 한 번 남은 2학기 등록금은 학자금 융자를 받아 내년 부터 아들 아이가

취직하여 스스로 갚아 나가겠다고 한다.

 

과외 아르바이트 부터 출장 부페 아르바이트까지 아들 아이도 쉬지 않고 일을 하여왔다

 

몇년 세월 가장의 빈자리로 인하여 우리 가족 모두는 가슴속에 커다란 슬픔을 한 소큼씩

담고 살아가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속으로 각자 제 몫을 하면서

굳세게 걸어 나가고 있다.

 

동 트기전 어둠이 가장 짙다고 하는데 이제 밝은 빛만 가득한 둥근해가 서서히 25층

높다란 우리집 창가에 비추려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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