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밀가루가 많이 올랐어요..그래두 아줌만 붕어빵 여섯 개 줍니다.\"
\" 아니 밀가루가 또 올랏데요? 이거 미안해서 \"
나에겐 단골로 가는 가게가 여럿있다.
그 중에 하나인 붕어빵 파는 아저씨는 벌서 이 십여년 된 가게다.
사실은 가게도 아니다. 노점상인데..손수레에 붕어빵 무쇠틀을 올려서 일년 열 두달 중에
한 여름 8월달 만 빼곤 늘 영업중이다.
세월이 하도 오래 되니 아버지도 이 아저씨 붕어빵을 제과점빵보다 더욱 좋아 하신다.울 아들은 이 붕어빵 장사한다고 해서 같이 웃기도 했는 데.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으신다.
오로지 네모 반듯한 종이봉투에 그득하게 담아주신다.
제과점빵은 하나에 천원짜리라도 요기가 부족한데
여섯개의 붕어빵은 혼자 다 먹지 못 할만큼 한 끼로도 부족함이 없다.
모르고 이천 원어치를 샀더니 덤으로 더 주는 바람에 근처 잘아는 택시기사님하고 나눠 먹기도 했다. 택시기사님들도 그러신다. 밥 먹을 때는 지났고.어디 식당으로 들러가는 게 만만하지 않을 때 천원어지 붕어빵은 아주 알맞단다.
사실은 나두 그런 적 많은 데.
밀가루값이 아무리 올라도 덤은 또 준다는 말에 고맙습니다아 했다.
\" 아줌니는 왜 그렇게 잘 웃어요?\" 이러신다.
\" 아저씨는 아예 얼굴에 웃음보가 새겨 있는 데유?\"
아니 내 얼굴에 그런 게 있었나 의아해 하신다.
겨울 날싸가 젤 춥다고 하면 그 아저씨네 붕어빵은 굽기가 바쁘게 팔려간다.
오늘저녁에 사러 가야지..
2
나는 잔치국수를 참 좋아한다. 국수로 세 끼를 먹는다고 해도 좋다.
마른 멸치를 우려 낸 맑은장국 육수도 뜨듯하게 몸 데워가면서 마시는 것도 참 좋다.
그런데 이 국수를 잘 못한다. 아무리 그 똑같은 재료를 쓴다고 해도 그 맛이 영 아니다.
그러니 먹고는 싶고 할 줄은 모르는 데. 나의 옛날 보험에 들어준 고객이 이 국수장사를 한 십오년 하시는 분이 계신다. 그 때도 이 천원인데 지금은 이천 오백원이다. 그런데 나한테는 이천원만 내란다. 왜그러시냐고 하니 덤이란다. 깍아주는 오백원이 덤이란다.
겨울 밤 깊어 갈 때 야식은 다른 거 안 떠오르고 그 국수가 떠오른다. 이 집은 낮장사만 하시는 데. 한 번은 그 말을 했더니 그런 손님 여럿 있으시단다. 밀가루 값이 또 올랐으니 이젠 오백원 받으셔야 한다고 했더니. 국수사리를 더 올려 주신다.
\" 나 배터져유?\"
\" 히히...많이 먹고 오래 오래 살으라구!\"
손 마디가 굵은 손으로 입을 가리시며 웃으신다.
그래도 이미 아줌니 미소는 전부 번졌다 . 얖에 있는 손님들도 밝게 환하게 웃으신다.
오늘 저녁엔 붕어빵 사러가지만 내일은 국수 먹으러 갈거다.
3
아직은 염색도 할 필요없고 그렇다고 따로 머릿결 관리도 하지 않는 데 일년에 서 너번 가는 미장원이 벌써 15년이나 지난 오래 된 단골 고객이다.
처음엔 남편이 총각 때 이용하던 그 미장원이 결혼 후 나를 데려 간 그 미장원인데
작은 곳인데도 그 미용사는 늘 뭘 배워야 한다고, 미용기술을 더 배워야 한다고 했었다.
막내를 임신해서 만삭이 되어도 손님머리는 직접 컷트를 하고 그러더니 점 점 직원이 늘어나서 아예 넓은 매장으로 이사를 했다. 지금은 직원이 12명이나 된다.
\" 손님 성함이 어떻게 되요?\"
옛날처럼 원장이 직접 할 때 오가는 손님 얼굴로 익히고 누구 엄마로 알고 지냈던 동네미장원이 으리으리 해져서 나도 어리벙벙하다. 그래도 주인은 날 보고 그런다.
\" 영은엄마는 비아이피 고객이니께 거기에 입력을 잘 해주세요?\"
후후..내가 비아이피라고? 그럼 대우가 어떻게 되는 겨?
컷트도 다른 손님보다 천원이 싸고, 파마값도 오천원이나 디씨 해 준단다.
막내를 임신했던 그 아들이 나의 아들과 한 살차이다.
딸도 엄마를 닮아 미용기술을 배워 얼마전 기능 올림픽에 나가 일등을 했단다.
그림도 잘 그렸는 데..그 때 그 수채화를 미용실에 걸어 놔서
\" 소질 있네...손 재주로 나가면 참 잘하겠다\" 고 내가 그랫단다.
잘 기억이 안나는 데.
머리를 보니 또 파마를 할 때가 되었다. 나처럼 띄엄 띄엄 오는 손님이 많으면 미용실 굶어 죽는 다고 자주 오라고 했는 데.
몇 칠 후에 파마하러 가야지.
..살면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준 사람들을 곰곰히 생각하는 오늘이다. 여기에 쓴 고마운 사람들말고도 나에겐 그냥 스쳐서 멋 모르고 받은 것도 나는 많이 잊어먹었다. 그렇게 산 세월임에도 불구하고 흘려버린 시간들이 고스란이 밴 내 삶의 부분들을 적어본다.은혜를 잊지않고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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