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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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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같은 사람 되고 싶어.


BY 오월 2008-01-22

어둠이 고요히 잠든 새벽녘.

나 역시 졸린눈을 비비며 남편과 함께

식탁에 앉았었고  어두운 거리로 사라지는

남편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베란다 문을 통해

지켜보던 때가 있었다.

검푸른 새벽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또렷하게 밝지 않는 그 새벽

빛처럼 불투명한 고3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드나들 던 검푸른 새벽 속 아이들의 힘겨움도

 

긴 세월 어느새 물 흐르듯 바람 불어가 듯

지나가 버린 세월이 되었다.

허리가 아프도록 처음으로 누려보는 게으른 아침

어느새 미나리 싹처럼 건강하고 파릇한 햇살이

거실을 가득 메웠다.

여유 있는 몸짓으로 커튼을 살짝 걷고 밖을 내다본다.

소리없이 내린 눈이 하얗게 세상을 덮은 날 행여 남편이

볼세라 커튼 한 자락에 얼굴을 가리고 히죽히죽 웃는다.

 

공사판 특별히 쉬는 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눈오고 비오면 쉰다.

그러다 보니 남편보다 일찍 일어나 그 날의 날씨를

남편에게 보고하는 것이 하루의 맨 처음 일과다.

토로롱 토로롱 스레트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참 좋아했던

남편은 언제 부턴가 날씨가 궂으면 신경질이 늘었다.

그런날 나는 철없는 사람이 되어 남편뒤로 숨어 히죽히죽

숨은 웃음을 흘리곤 한다.창가에 서서 마당에 만들어지는

작은 분수들 유리창을 구르며 내려오는 빗방울들 처마밑에

별 소용도 없지만 풍요롭게 철철 넘치는 빗물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그 삶에만 목매기에는 자연이

만들어 내는 풍경들이 철나지 않은 내 눈에는 아직

눈물겹게 좋다. 힘겹게 남편이 만들어준 작은 텃밭에

아직 푸성귀 하나 심은적 없지만 내 방 가득 온갖 꽃씨를

받아두고 또 황새목이 되도록 봄날을 기다린다.

 

어린 상추 뜯고 풋고추 따고 된장찌게 끓이면 한 끼 식사

넉넉 할텐데 꽃만 심고 들여다 보는 철부지 아내.

그래도 민들레 같은 사람은 되어 주고싶다.

흔한거 같아도 하얀꽃 노란꽃 금가루 뿌려놓은냥 피어나고

푸른 잎파리 밥상위에 기꺼이 내어놓고 흰 뿌리 깊이 내려

튼실하게 자리잡은 생명력 질긴 민들레 남편옆에 아이들

옆에 나 민들레 같은 사람으로 그렇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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