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반의 여동생과 40대 후반의 나와 50대 중반의 언니.
이렇게 세자매가
일년에 두 번씩 여행을 떠난지 오년이 흘렀다.
인천 사는 언니가
부산을 한번도 가본적 없다기에 이번 겨울 여행지를 부산으로 정하고
언니와 동생은 서울에서 ktx를 타고
나는 포항에서 출발하여 동 대구역 에서 두 여자와 접선을 하기로 했다
요즘..아니..초겨울부터 은근한 우울증에 내 감성은 상막하기 그지 없어서
이쁜꽃을 보아도 곁 눈질로 힐끔보며
\"니가 이쁜꽃인거 알거든..모 어쩌라구..\"심술을 부렸고
겨울이 깊어가면서 내 감성의 밑천은 우리 밭둑 밑에 도랑 바닥처럼
쩍쩍 갈라져서 귀차니즘이 나를 지배하였다
하여.
반년반에 만나서 가는 여행이 설레임보다는..의무감이 더 앞서있어서인지
출발 하던날 까지도 ..부산이 뭐 볼게 있다구..하면서
키박스에 열쇠를 돌리니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노래가사가 유치 찬란 했다.
\"이차선.. 다리위 끝에서 마지막 이별을 왜 잡지도 못하고..눈물만 흘리고 있어.
이차선 다리위에 멈춰진 우리의 사랑..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노랫 가사 속에 연인들이 헤어지는 장소가 영 마음에 안든다
\"아니 너네들은 하필 이차선 다리위에서 이별을 하냐..
\"널찍한 8차선도로도 있는데..왜 좁은 이차선.. 그것도 다리 맨끝에서 이별를 하냐구..\"
별걸다 시비를 걸며 툭 음악을 끄고는 냅따 동대구역으로 달려갔다..쌩~~
한 여자와 두 여자가 동대구 역에서 십분 차이로 만났다
반년만에 한자리서 만나는 세자매들.
전날 시댁에 제사가 있어서 늦잠을 잔탓에
모자하나 둘러 쓰고온 나와는 다르게
부악때기 마냥 뽀얗게 화장을 하고 온 언니와 여동생의 얼굴이
룸미러속에 달덩이처럼 보이자 웃음이 쿡..나왔다
내 특유의 장난기가 발동 하여
룸미러로 뒷좌석을 보며 반달눈을 뜨며 \"두달이 떳구만~~\"한마디를 하자
두여자가..\"저거 또 시작이군.~~\"하면서 유쾌하게 까르르 웃는다.
인구 400만의 부산이라..
부산의 기억이 뭐가 있드라..애써 기억을 더듬으니
26년전 나 결혼할적에
현재 내 나이였던 40대후반의 십여년전 고인이 되신 친정 엄마와
20대 초반의 내가 부산 진시장에서 혼수용품을 사던 기억이 떠올랐고
잠시 어머니를 향한 애잔한 그리움에 붉어진 눈시울을 두여자들 모르게 수습해야만 했다.
동생은 차 뒷좌석에서 흰종이를 내앞에 내민다
\"모꼬..\"
\"우리 병원 유닥터가 부산 여행간다니까 코스를 메모 해주드라구.,이대로 꼭 가라네..\"
\"야 운전하면서 보이냐..낭독해..\"
\"응..첫날은 범어사->동래온천->태종대 ->해운대->광한리 야경..을 보고..에..이튼날은..\"
동생은 충실히 코스를 읽어주고 나는 중간중간에 동생 말을 끊으면서
\"아따메..유닥터인지 유쌤인지..자상도 하네..계속 읽으셔.\"
\"조용해..이튼날은.동백섬과 자갈치 시장을 들리고 달맞이 고개란 도로를 찾아가서
\"언덕위에집\"레스토랑을 꼭 들러 스파게티를 먹으래\"
\"스파게티.?거 느글느글 하던데..조선사람은 지글지글 끓는 찌개가 딱인데..\"하니
옆에 있던 인천 언니가 한마디 거든다
\"그..서양국수 야 ..두어 젓가락 먹으면 끝이드만..비싸기만 비싸구.\"
세자매가 여행코스를 잡다보니 어느새 부산 톨게이트가 보였다
범어사를 가려면 양산으로 빠져야 했다는 톨게이트 여직원 말을 듣고는
언니와 동생이 죄없는 네비게이션을 구박을 한다
\"가스나..뭐했노... 양산으로 빠지라 안하공..머리가 좋은 네빈 아니네..\"
부산으로 들어와서 범어사를 가다보니 아침을 굶고 온탓에 허기가 밀려왔다
범어사에 도착하니 어디서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풍겨오고
우리 셋은 웬지 끌리는 전각이 있어 들어간곳이
우연찮게 범어사 식당이였으니..부처님도 우리의 허기를 아신것은 아닌지..
세자매는 동시에 웃음이 터지면서 식판을 들고는 속삭였다
인천 언니.
\"야...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좋다..\"
서울 동생.
\"포항 언니만 승질 안내면 별탈 없어..
여행 마지막 날만 되면 서러움을 당하는 나는
\"이번에 나 왕따 시키기만 시켜봐..해운대 바닷물 맛을 보여주지....\"
\"하이구..왕따는 우리가 당했지..하나가 둘을 왕따 시키는 대단한 언니..\"
조잘재잘 이러쿵저러쿵 사바사바 하다보니 식판이 동나버렸다
우리 세자매는 범어사에서 공짜로 아점을 해결하고 부산 태종대로 가기위해
띵띵띵...네비를 치고는 번잡한 부산 시내로 들어갔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