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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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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비가 오는 밤에


BY 그대향기 2008-01-12

오랫만에 정말 오랫만에 겨울 비가 내린다.

아니다.

겨울 가뭄을 조금은 해갈시키는 비는\' 온다\'라고 안하고\' 오신다\'

라고 하던데...

겨울 비가 오시는 밤에 초저녁 잠을 토끼잠처럼 깜빡자다가 남편

의 부서럭거리는 소리에 깼다.

낮에 내 노트북에 스피커가 성능이 조금 더 좋으면 어제 서점에서

구입한 \'도종환의 시 배달\'에 동영상과 시 낭송을 잘 들을 수 있을

거라 했더니 서재에 있던 남편의 스피커를 떼어서 내 노트 북에

연결해 주고 있었다.

무슨 큰 작업을 위한 것도 아닌데 그저 시를 잘 듣고 싶다는 내

작은 소망을 들어주려고 밤에 전기선을 빼고 꼽고를 하는 남편.

\"아마 이 정도면 시 낭송이나 음악은 그런데로 잘 들을 수 있을

거니까 한번 들어보고 부족하면 다시 해 봅시다.\"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그래서 자다가 깨서 성능 좋은 스피커 연결 해 두고 시를 ~~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목소리도 차분하고 시를 감칠맛나게 낭송

하는 시인들과 성우의 목소리로 들으며 글을 쓴다.

겨울 비가 오시는 밤에 음악과 시 낭송이라~~

나는 참 행복하다는 깊은 행복감에 젖는다.

작은 배려로 아내를 행복하게 해 주는 남편과 건강한 세 아이들.

비록 풍족한 부의 만끽은 없을지라도 가진 것에서 만족을 느끼고

원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는 지금의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또 소중

한지 .....

가난함도 겪어봤었고 사모님소리를 들으며 몇개의 통장도 부풀리

며 살아봤기에 지금의 이 소중한 행복이 더욱 값지게 와 닿는다.

한창 어려울 때 친정오빠의 카드로 은행돈을 빌려쓰며 자존심도

상해봤고(오빠는 안스러워 했었고 자존심은 올케한테 더 상했다)

아이들의 옷을 조카들에게 옷장을 정리하라고 반강제로 협박하며

입혀도 봤고, 친정에 갈 때 마다 눈물어린 친정엄마의 꼬깃꼬깃한

비상금도 얻어서 써 봤기에 지금의 이만한 풍족이 마냥 흡족하다.

더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과욕은 허욕이리라.

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

만고의 진리일 것을 알기에 주어진 환경에서 내게 맡겨진 일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수확을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남편의 건강을 챙기며 살리라.

죽음 앞에서 눈물로 이어진 우리의 사랑이기에 지키기에 최선을

다 하리라.

도움을 받으며 살던 지난 날들이 우리에게 많은 도전을 받게 했

기에 오늘의 생활이 가능했고 그러기에 지금은 적으나마 주변을

살피는 눈을 가질 여유를 얻은 것이리라.

행복은 가진 것에 있는게 아니라 무엇을 나누며 사느냐에 있다고.

가끔은 월드비젼을 통해서 얼굴도 나라도 모르는 이국의 아이들

에게 염소도 보내고

시골에 유독 많은 늙고 병들고 찾아오는 자식도 없는 독거노인

들에게 애들을 데리고 가서 청소도 해 드리고 반찬도 챙겨 드리며

진짜 쬐금이지만 비상금도 챙겨드리는 부끄러운 도움도 드린다.

어린 날에 했었던 봉사였지만 애들은 지금도 그 때의 봉사를 잊지

않고 철수세미로 방바닥을 닦던 일, 군불을 떼기 위해 산에 가서

언손을 호호 불며 나뭇가지를 질~질 끌어 오던 일,숯검뎅인지

냄비인지 구분이 안되던 냄비를 얼음을 깨고 닦던 일을 기억한다.

몇번을 가고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바람에 못가고 잊고 있었던

할아버지가 그 뒤 얼마 못가서 돌아가셨단 얘기를 전해 듣고 쓸쓸

해 했었다. 많이....

 

지금은 정부지원금이 꼭 가야 할 사람한테 지급되는지 모르지만

자식이 있어도 없는 것 보다 더 나쁜 그런 분들도 시골에는 많다.

옆에서 보기 힘든 분들이 많지만 마음만 뻔~하고 큰 도움은 못

드리는게 안타까울 뿐.

내 생활의 규모가 크지 않기에 ......

 

잠이 확 달아난 깊은 밤에 주저리주저리 또 푼수끼다.ㅎㅎㅎ

월요일부터 300 명의 수련회가 있어서 토요일에 시장엘 간다.

비가 오면 야채값이 비싸지는데 춥기도 하고.....

앉아서 배달을 시키지 않고 항상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산다.

해산물도 눈이 맑은가 탱긍탱글한가를 확인하고 파도 국산인지

무나 조개도 우리 것인지 확인하고 산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우리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라 좋은 것으로

사기로 시장에 이름이 났다.

물건을 사면서 쓸데없이 파는 사람의 물건을 타박하지 않는다.

눈으로 보고 좋으면

\"하나 더, 쪼금만 더 주면 안 잡아 먹~지요\"

\"나는 하나 더 갖고 싶은데 더 주시면 큰일 나요?\"

애교 작전으로 흥정한다.

그러면 거의 모든 분들이 덤으로 더 주시거나 깍아 주신다.

얻어가도 이쁜사람이라고....

줘도 밉지 않다고.....

비가 얼음으로 변하지 않았으면....

 

음악은  빗소리를 타고 아직 흐르고

나긋나긋한 성우의 시 낭송은 밤 공기를

조용 조용히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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