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사망 시 디지털 기록을 어떻게 처리 했으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세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43

뮤리엘의 웨딩 2


BY 뮤리엘 2007-12-29

2003년, 그 해 여름은 무지 덥고 습했다. 학생들과 함께한 마지막 여름 학기 보충 수업을 마치고, 난 아쉬움과 서운함에 교단을 떠났다.

 

수없이 많은 수업과 수 많은 학생들의 때묻지 않은 눈을 바라보며 나의 학창 시절을 무용담 삼아 이야기 하고, 지식을 전달했던 시간들.......

 

내겐 너무나 소중했던 것들을 뒤로하고 그해 9월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싣엇다.

 

먼 길 떠나는 자식을 위해 부모님은 바리 바리 싸주시고 그도 모잘라 돈 까지 두둑히 챙겨 주셨다.

미래에 대한 설레임과 낯선 곳에 가는 두려움......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 등 여러 가지 마음의 변화가 한꺼번에 밀려 들어 벅차 오르는 기분을 어찌 말로 표현하리요!

 

10년만에 다시 찾는 뉴욕이었다.

 

우선은 사촌 오빠가 사는 곳에서 귀거를 하기로 했다.

 

긴 비행의 끝에 뉴욕의 케네디 공항에 도착했다.

 

머리가 반은 벗겨진 사촌 오빠의 모습이 세월의 무상함을 드러내는 듯, 눈가의 주름도 하나씩 보이는 것이 이제 늙었구나! 이 말을 첫 인사로 건네게 되었던 것이다.

 

오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오빤 내게 물었다.

 

\"어때, 미국에 온 것 같아?\"

 

\"아니, 외국 같은 느낌이 전혀 안 들어!  아무 생각 안나네! 낯설지도 않고\"

 

\"넌 체질이다. 미국 살어야 해!\"

 

결국 말이 씨가 되었나! 난 지금 미국에 살고 있다.

 

그 후로 난 미국 생활에 적응하기 보다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바빴다.

 

왕복 4시간이 되는 등하교 시간이 미국 생활을 즐겨 보기도 전에 날 지치게 했던 것이다.

 

당초 계획 했던 공부하면서 일하면 되지! 하는 생각은 단 한달만에 물거품이 되고, 난 학교와 집을 오가고 짬짬이 친구들을 사귀어야 했다.

 

수업이 끝나고 저녁이라고 먹고 집에 가면 밤 12시가 훨씬 넘으니.......

 

낯설다고 생각되지  않던 곳이 시간이 지날 수록 인생의 회의감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가득 안겨주고 있었다.

 

난 너무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맨하튼의 밤거리도, 영화에서 보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즐기는 파티도, 브로드 웨이를 걸으며 사랑하는 연인과의 달콤한 데이트도.....

 

이런 모든 것을 상상하며 꿈을 꾸고 현실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던 내게, 진짜 현실은 참혹했다.

 

새벽녘에 일어나 기차를 타고 맨하튼 34가 팬스테이션에서 내려 다시 지하철을 갈아타고 160가에 내려 학교를 가고, 학교 앞 작은 카트에서 파는 50전짜리 베이글을 먹으며 하루 반나절을 버틴다.

 

공강 시간이 되면 친구들과 함께 카페테리아나, 학교 앞 유명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그떄가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

 

그러나 시간이 갈 수록 이게 뭐하는 것인가 하는 회의감이 찾아왔다.

사실 미국에 공부하러 간 것도 이유이긴 하지만 더 큰이유는 시집을 가기 위함이기도 했다. 정말 바보 같이!

 

친구들과 앞으로의 게획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늘 불투명한 미래가 발목을 잡고 있어 엉치 끝이 아파오곤 했다.

 

여하튼 내게 주어진 시간을 즐겨보자는 결론은 맘 속으로 내리곤, 행동하기로 했다. 일단 친구와 함께 미국 대학문화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마침 우리 학교가 축제 기간이라 밤 늦게 까지 학생들이 잔디 밭에 앉아 놀고 있었다.

 

나 역시 맥주를 사 들고 학교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으로 올라갔다. 그곳은 학교 메인 도서관과 마주 보고 있는 곳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80개 정도 되려나.... 안 세어 봐서 모르겠지만... 여하튼 길고 넒은 계단 위엔 박물관이 있고, 그 계단 옆으로 기둥이 있는데 그 기둥위호 올라가면 계단 아래와 잔디 밭 풍경, 학교 도서관과 메인 캠퍼스 등을 한눈에 볼 수가 있다.

 

여하튼 9월의 마지막 주였던 것으로 기억이난다 그날이!

 

친구와 난 술을 들고 기둥 위로 올라가 별을 보고 달을 보고 살아온 이야기, 남자 이야기 등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끝에 결국 하나, 왜 우리는 지금 남자도 없이 이러고 있는 것인가하는 질문은 던지게 되었다. 그 말끝에 들려온 기타소리! 누군가 익숙치 않은 솜씨로 기타 줄을 뜅기고 있었다. 그것도 우리 옆에서!

 

친구와 난 기회는 이때다! 술도 마셨겠다, 용기를 내서 그 잘생긴 어린 학생, 대학 1학년 생이니 나랑은 근 8년 이상 차이가 나는 아이였다. 금발의 백인 남자! ㅋㅋㅋㅋ

 

서른이 훌쩍 넘은 여자와, 서른이 다 되어가는 여자! 이 둘이 만나 술을 마시고 19살의 백인 남자를 먹이감으로 생각했으니,,,,,,,, 상상이 되시는가........

 

\"하이\"

 

\"하이\"

 


\" 잇어 뷰리풀 나잇\"

 

\"예스, 리얼리 나이스\'

 

침묵!

 

그 후로는 전공이 뭐냐, 기타는 무슨 곡을 친거냐 등등 술 기운에 별 시시콜콜한 잡다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밤 공기를 마셨다.

 

그리고 결국 우린 그의 메일 주소와 전화번호를 받았고, 그 다음날 친구는 메일을 보내고 난 전화를 걸었다.

 

 

다음 날 도서관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셋이 함께!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