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증권사 지점장 사모님에서 고객님을 외치며 20년 전업 주부에서
선택의 여지 없이 먹고 사는 일이 다급하여 생활 전선에 나서던 그해 초 여름 6월,
삼복 복중 한 여름 무더위도 아니였건만 진땀 나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 하기만 하다.
인터넷에 떠오른 채용 공고를 보고 창업하는 콜 센터에 입사 지원을 하고
당당하게 공채 1기로 나보다 한참이나 아래인 연령의 동기들과 전문 상담원 일을
시작하였다.
여러날 실무 교육을 받고 처음으로 헤드셋을 끼고 상담원 전용 부스에 앉았을때
그 낯설움과 두려움 하지만 모래성처럼 허물어진 집안 살림에 더 이상 주저함은
사치였기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아는것도 없이 그렇게 콜센터 상담원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맡은 업무는 접시를 파는 일이었다
접시란 다름이 아닌 접시형 안테나를 통하여 TV 시청을 하는 위성방송 스카이 라이프
유치 업무였다.
그때 당시만 해도 수신 전용 셋탑박스 기기값이 20만원도 넘는 고가이고 월 수신료도 만만하지 않았기에 하루에 하나를 유치하기도 하늘에 별따기 였다.
하루 종일 바위에 계란 던지는것 처럼 허공에 메아리로 실적없이 무료한 콜이 진행되자 입사 동기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떠나더니 끝내는 관리자의 수가 상담원의 수 보다 더 많은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는 끈질기게 자리를 지키고 눌러 앉아 고객에게 설득도 하고 나름대로 위성 방송이 난 시청 지역으로 TV수신이 어려운 깊은 산골이나 섬마을 지역에서는 정말 중요한 세상과의 연결 통로가 됨을 인식 시켜 나갔다.
그 결과 도시에 사는 자녀들이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에게 설치를 해드리는 판매 전략을 세워 하나 둘 유치를 늘려 나갔다.
아울러 스카이 라이프 당사에서도 고가의 수신기 값을 인하하면서 이벤트도 종종 펼쳐
어떤 날에는 한 직장에서 나와 상담한 고객이 자신의 사무실 전체 직원을 소개 시켜주는
시샛말로 대박 터지는 하루도 있었다.
접시를 파는 상담 업무는 회사 사정상 오래 장기간 가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여기 저기
설치 되어있는 동그란 접시형 안테나를 바라보면 상담원일을 처음 시작하던
그때가 새삼 떠오른다
접시를 파는 업무로 부터 시작한 상담원 일은 퇴근 후 삶의 갈림 길에서 사네 못사네
베게 잎이 펑펑 졎도록 울다가 아침이면 단 하루의 결근없이 습관처럼 일어나 직장으로 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얼굴도 모르는 고객님을 다정하게 부르면서 수많은 거절에 거절을 당하면서
때로는 목소리가 너무 예쁘네요 좋은 상담 고맙다는 인사도 넘치게 받으며
6년이란 세월을 보내왔다.
처음 입사했던 콜센터에서 3년,그리고 지금의 콜센터로 이직하여 3년 모두 6년째이다.
지금의 근무처는 처음 근무지였던 콜센터에서 함께 일했던 분들이 새롭게 창업한
회사인데 그간 6년간 상담원일을 하면서 수 많은 업무를 수행해 왔다.
지난 주 대통령 선거 전날 19일 2007년 직장 송년회가 있었다.
송년회 자리에서 올해도 분에 넘치게 우수 사원 표창을 받게 되었다
2002년 첫해 부터 표창을 받기 시작하여 이직하여서도 거의 매해 우수 사원 표창을
받으면서 사는게 다급하여 최선을 다한것이 일석이조가 되어 회사에도 도움이 되고
우리집 가정 경제에도 도움이 되었으며 게다가 매년 상까지 받게 된것이다.
이번 송년회에서는 팀별 장기 자랑에서도 우리팀이 1등을 하여
이래 저래 더 더욱 신나는 연말 송년회가 되었다.
사모님에서 상담원이 되어 처음 접시를 팔던 어려운 그때 절박했던 날들에서
세월의 흐름속에 아들 아이는 군대 다녀와 복학하여 이제 1년만 더 있으면 졸업이고
딸 아이는 대학 4학년, 딸 아이 사춘기 여고 시절 나와 함께 아무런 죄없이 빚 독촉에
눈물도 많이 흘렸던 이쁜 딸아이는 졸업 전 취직이 되어 지금은 인턴 사원으로
근무중이다.
얼마 전 유럽으로 여행가려고 매달 급여에서 쪼게어 넣은 적금을 타게 되었다.
하지만 곧 아들 아이 4학년 1학기 대학 등록금 고지서가 거금으로 날아 들것이다
학자금 융자도 어렵지는 않겠지만 빚으로 파탄난 가정에 그 전처를 밟고 싶지 않기에
어떻게 하든 융자는 피해 가고 싶어 여행은 또 다시 먼 훗날 뒤로 미루었다.
그러나 퇴근 후 집에와 여행사 홈 페이지를 들락 거리면서 이나라 저나라 관광지를
검색해 보면서 꿈에 부풀었던 그것만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처음 접시를 팔던 그때 곱다던 내 목소리는 이제 고객과의 통화중 불쑥 쉰소리가
허스키하게 튀어 나온다.
하지만 그래도 그럴지언정 2007년 12월 한해의 끝, 마지막 길목에서 올해도 스스로에게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싶다.
잘했어 바늘아~
2008년에도 파이팅!
그간 모진 비 바람에 흔들렸어도 결코 꺽이지는 않았으니 장하다 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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