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7년.
되돌릴 수도, 없었던 일로도 안되는 역사 속의 2007년.
열흘도 남지 않은 올 해의 마지막 한 주일이 시작된다.
헐떡거리기도 했고 주저앉고 싶을 만큼 삶이 주는 무게에 힘이 들었어도
정확하기도 하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시간이라는 괴물은 우리를 과거로 때로는 미래로
넘나들게 한다.
어제의 소중했던 기억들이 하루의 시간을 먹어버리면 대수롭지 않은 자잘한 일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 시간이라는 인정도 사정도 없는 흐름은 은행에 저축해 둘 수도 없고 지갑 속에 꼬깃꼬깃
숨겨두고 쓸 수도 없다.
적금도 안되고 장기저축도 안된다.
보험은 더더욱 안되고.
시간은행이 있어서 젊고 활기 찰 때 많이 저축해 뒀다가 늙고 허약해 지고 기력이 떨어졌을
때 조금씩 조금씩 아껴서 꺼내쓰면 좀 좋을까?ㅎㅎㅎㅎ
좋을 때의 기억들만 많이 모아뒀다가 슬픈 일이 있을 때 위로가 되게 꺼내 먹고.....
부질없는 망상이란걸 알면서도 늘 아쉬움으로 년말을 맞는다.
이런저런 한 해의 일들을 되짚어 보는 조용한 시간.
내 방의 미니 오디오 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아이들과 남편은 늦은 시간인데도
텔레비젼 앞에서 프로그램 품평이 한창이다.
내방 엄밀하게는 부부 침실 한켠에 한평 정도의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내 책상, 나 만의
책상을 들여 놓고 중고 노트북을 들여 주던 남편.
빈 공간에 뭘 긁적이는 아내를 위해 집을 지으면서 작은 공간을 특별히 마련해 주고 등도
따로 책상 위에 달아 준 남편.
미니 오디오 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던 오디오를 생일 선물 아니다, 입주 선물로 들여 놔
주던 남편.
작은 공간이지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을 아내의 자리로 만들어 주던 남편.
4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아컴에 글을 올리면서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는 공간이다.
아이들에게 편지를 적으면서 가끔 남편에게 사랑의 메모를 남기면서 한평의 공간은
결코 작은 공간이 아니었다.
책꽂이에는 자주 읽는 책과 단행본들이 이리저리 꽂혀있고 남으로 난 창으로는 밝고
따뜻한 햇살이 늘 내 책상을 비춘다.
창 너머로는 닥스훈트와 말티즈의 재롱이 보이고 비탈진 야산에는 피고지는 야생화들로
커다란 캔버스가 된다.
여름 날의 너무 많은 수련회로 지친 몸으로 2층 집으로 올라 왔을 때 갖가지 꽃들로 하여
웃음을 지을 수 있어서 행복했던 일.
너무 지치고 수술한 허리가 아파 와 그만 두고 싶을 때도 말 없이 온 몸을 안마 해주는
막내로 하여 행복했던 일.
바쁜 엄마 아빠가 크게 신경 써 주지 못해도 제 앞가림들을 잘 해 주고 있는 딸들 덕분에
수월하게 부모 노릇해서 행복했던 일.
적지만 조금씩 적금을 부으며 살아갈 수 있어서 감격했던 일.
일년 동안을 휘ㅡ이 둘러 보니 크게 기뻐할 일은 아니지만 결코 작지 않은 행복들이
나와 내 가족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것 같다.
무엇보다도 건강을 지킬 수 있어서 가장 행복하고.
또 한 해가 저물어 가지만 자연의 순리에 적응하면서 내게 주어진 시간만큼은 겸손하게
교만하지 않고 잘 지내고 싶다.
어제보다는 조금 나은 오늘로
오늘보다는 또 더 나은 내일들로.
내년에는ㅡ
나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 여겨지면 망설이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형편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기에서 더 나빠지지 않는 경제력으로 작은 실천들이 방해를 받지 않을 소시민의 바램이
걲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편의 건강도, 아이들의 건강도 ,나의 허리도 말썽을 피우지 말고 지금 이대로만 이어져
주었으면 정말 좋겠다.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아픈 사연들도 좋아지는 새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일은 우체국에 들러서 창구 아가씨에게 성탄인사도 하고 연하장을 사야 겠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준 여러 분들에게 인사도 드리고 2007 년을 놓아줘야겠다.
과거로 뭍히는 2007 년에도 기쁨과 슬픔들로 해서 울고 웃으며 넘어왔듯이
내년에도 희비의 쌍곡선을 긋겠지만 기복이 심하지 않았으면.....
안녕.
많이 행복했었던 2007년 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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