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정부가 자녀 1인당 출산 양육비 1억 원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87

나 여기 서 있을께요.


BY 낸시 2007-11-18

툭하면 언니에게 전화해서 하소연하길 좋아하는 나, 어제 새벽도 전화를 했다.

한국가면 육개월만 날 먹여주고 재워줄 테냐고 물으니 그러라고 한다.

언니들이 좋아하는 제부, 즉 남편 때문이다.

울 언니 둘은 절대 제부 흉 안본다.

내가 흉보면 무조건 참고 살라고 한다.

남편은 첫데이트 신청을 언니 둘을 통해서 내게 했고 부끄러워 싫다는 내게 좋은 아이 같으니까 한번 만나보라고 부추긴 죄로...

큰 언니는 아주 가끔 정말로 드물게 정 힘들면 이혼해도 좋다고 하기도 하지만 그건 정말 드문 경우다.

 

지금은 새벽 5시, 밤을 새워 닭다리 30파운드을 포를 뜨듯 얇게 잘라놓고 20파운드는 나중에 해야지 하고 팔도 쉴겸 아줌마 닷컴에 들어와 수다를 떤다.

우리 식당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 둘이 바빠서 미처 하지 못한 일을 하는 중이다.

남편에게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에게는 그런 일 시키지 말란다.

 

오픈한 지  이 년 반이 지난 우리 식당은 아직 자리잡았다고 하긴 이르다.

사람들 말에 의하면 처음 시작한 비지니스가 자리를 잡으려면 보통 오 년이 걸린단다.

식당을 처음 오픈한 사람 중의 70퍼센트는 일년 안에 망하고 오 년 안에 망하는 비율은 90퍼센트라고 하는 말도 있다.

무엇 때문에 망하는 것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경험한 것으로는 가족간의 불화가 가장 힘든 일이다.

 

처음부터 반대하며 화를 내는 남편과의 사이에 오고 간 대화다.

\"여보, 난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고 매스컴도 탈 것인데. 그 때 사람들이 이만큼 이루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터인데 가장 커다란 어려움이 무엇이었느냐고 물으면 내가 무엇이라고 할 것 같아?\"

\"나 때문이었다고 하겠지...\"

\"그래, 그러면 창피하잖아 그러니까 화만 내지 말고 좀 도와 줘.\"
\"흥,  창피해도 좋으니까 그런 날이 오기나 했으면 좋겠다.\"

 

예상했던 것이긴 하지만 정말 남편 때문에 힘들었다.

처음 육개월은 손해를 보던 때다.

남편은 눈만 뜨면 포기하라고 강요하다시피 하였다.

일하다 말고 둘이 싸우고  휭하니 차를 타고 나간 남편은 몇시간씩 연락이 되지 않았다.

조금씩 이익을 내기 시작해도 남편의 심통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정말 포기할까 싶은 마음으로 문을 닫은 적도 두어 번 있었다.

 

얼마전 200명분 주문이 들어왔다.

처음으로 동시에 많은 주문을 받고 긴장이 되었다.

남편은 그까짓 것 가지고 그런다고 비아냥이었다.

아무튼 한 달이 다 지나지 않아 같은 곳에서 두번째 주문이 들어왔다.

남편보고 좀 도와 달라고 하니 비아냥에 곁드려 화까지 낸다.

마지못해 가게에 나와 일을 하지만 하루종일 심통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있는 음식점의 순위를 정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있다.

한곳에서는 오스틴에 있는 모든 식당 중 우리가 오랫동안 일 위를 점하고 있다.

또 다른 한 곳에서는 가끔 십 위 밖으로 밀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십 위 안에 들어있다.

나는 손님들의 반응을 기적이라고 부른다.

식당 부엌을 구경해 본 적도 없는 나, 음식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입맛이 까다로운 것도 아니고, 음식하는 것을 즐기지도 않는 내가 처음 연 식당에 대한 반응으로는 정말 기대 이상이다.

아직 돈을 잘 버는 것은  아니지만 손님들 반응으로 미루어 앞으로 전망이 밝은 것은 사실이다.

조금만 도와주면 나중엔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을텐데  자긴 식당일에 결부시키지 말라고 날마다 심통을 부리고 있는 남편이 정말 섭섭하다.

잘 참다가도 가끔은 나도 다 때려치우고 이혼하고 남편 꼴을 안보고 싶다.

오늘 새벽도 혼자 나오면서 자동차 안에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느닷없이 옛날 유행가 가사가 떠올랐다.

\'당신은 모르실거야, 얼마나 사랑했는지... 뒤돌아 보아 주세요... 나 거기 서 있을께요...\'

웃었다.

\'그래, 세월이 흘러 간 뒤에 거기 서 있는 대신 내가 여기 서 있을께... 맘대로 심통 부려봐라.

너그러운 여자가 참지. 속 좁은 남자에게 뭘 기대하겠냐...\'

 

그리고 닭다리 살을 다듬으면서 내가 믿는 그 분에게 따졌다.

\'도대체 그 인간은 고쳐 주실건가요? 안 고쳐 주실건가요?\'

그 분이 피식 웃는다.

\'내게 물을 일이 아니라 널더러 물어보렴, 그 인간을 고쳐주긴 하겠지만 널 통해서 할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