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은 진정한 농군
영근 가을은 콘크리트 길 위에 커다랗게 깔아논 멍석에
털털 털어낸 알갱이를 황금빛으로 쫘 악 흩뿌리고
질끈 동여매고 댕강 걷어 올린 치마단 으로
황금빛으로 춤추는 파도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
건들거리는 그녀석의 목에 스카프를 걸어주는
아낙네의 손끝이 애잖다.
녀석의 소매 자락이 바람에 펄럭 일 때 마다
후 두둑 달아나는 참새의 날개 짖은
힘겨운 농군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고
높이 올라 간 하늘에 붉게 걸린 노을이 사라질 즈음
말 없는 그 녀석은 불평한 마디 없이 두 팔을 휘 두른다 훠이 훠이
그녀의 가을걷이는 언제쯤이면 끝을 보일까
홀연히 굽은 허리를 힘들게 편 그녀가
머리 수건을 벗어들고 서서
그 녀석의 스카프를 매만지며 도란도란 속삭인다.
아 이 고 허리야 니 수고했다 그런데 고마 또 수고해라 우 짜 노
니 일이 내일일고 내일이, 니 일인데
낼 새벽에 또 보자 사랑한 데 이
농군인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바람에 건들건들 스카프자락 흩날리며 머 슥 하니 웃음을 날 린 다
벗어든 수건으로 탁탁 온몸을 두들겨 먼지를 털어내고 터덜터덜 논둑길을
걸어 붉은 노을이 걸린 산 아래 어렴풋이 피어오르는 굴뚝여기를 바라보며
황금빛 가득한 커다란 광주리를 옆구리에 끼고
그녀는 가을속에 걷고 있다
출렁이는 물 결속에 홀로인 그녀석의 넓은 소매 자락이 황금빛으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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