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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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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을 가다


BY 도영 2007-11-06

지난 일요일..천성산의 가을을 눈안에  담고 왔습니다.

근무로 인해서 어쩔수없이 참석 못하는 남편 대신 천성산을 가기로하고

산행 전날 밭에서 호박 효소를 담갔습니다

누런 늙은 호박과 늙다가만 어쩡쩡한 호박을

밭둑을 뒤져서 따보니 크고 작은것들이 수십개는 족히 되었습니다

사실 농촌에는 일손이 부족하여 채 수확 못한 귀한 채소들이

지천에서 시들어 가는데 저도 수십개의 호박이 아까와서

효소를 담갔지요

 

물이 없는 관계로 옆집 할머니네 집에서 물을 길어와서 호박들을 깨끗이 씻고

밭에 두었던 흙 묻은 항아리 세개를 씻고 호박들을 썰다보니

힘이 들었나봅니다

그여파로 오늘 천성산 산행에 겔겔 매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농사를 짓는답시고 운동을 멀리 해서인지.. 나이듦인지..

발은 천근만근.. 줄어든 폐활량으로인해 쌕쌕 숨은 차오르고

애좀 먹었습니다..그리고 자극이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몸 관리에 들어가자!카고^^

 

그렇게 쎄빠지게 올라간 천성산의 가을은 색채들의 향연이 절정을 이루었으며

공룡능선 아래 펼쳐진 가을 단풍은 화려한 인도 카펫을 펼쳐놓은 것 같았습니다

간혹 좋은 여행지에 멀쩡하게 관광 갔다가 자살의 하는 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위치한 나이애가라 폭포에서 관광 객들이

종종 폭포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 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합니다

 

추측컨데..

이사람들이 일부러 자살 장소를 택하는것이 아니라

자연의 아름다움의 압도되어 충동적으로 \"저렇게 아름다운곳에서 죽자..\"

뭐 ..이런 심리가 순간적으로 정상적인 사고를 마비 시킨것은 아닐까요

저의 추측의 증명이라도 하듯이 저또한 이번 천성산 공룡 능선에서

그 비슷한것을 경혐을 했다면 놀라시겠습니까.

 

산아래. 발아래. 단풍위로 두팔 벌리고 훨훨 날아서  내려가면

인도 카펫 같은 단풍든 산이 나를 부드럽게 받아줄지도 모른다는

그리하여..나는 그 단풍 카펫을 타고 가을의 여신이 되고 싶다는

유아틱하고 아찔한 상상을 하게끔하는 아름다운 천성산이였습니다

 

저는

쉽게 올라가고 쉽게 내려오는 등산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가끔은 힘든 산행을 하고 하산후에 평길을 밟고 내려가면서 맛보는 안락함이 좋아서

험한 산행을 마다는 않습니다.

순간의 고통들이 이어져서 긴 열정을 만들내고 해냈다는 뿌듯함을 아니까요.

 

이번 천성산 산행또한

산행 대장님의 어쩌다 길을 잘못 들어 천상 공룡능선을 타야겠습니다선의에 거짓말에

사전 시나리오라는 것을 알아챘지만 멀리까지 와서 조금만 힘들여 올라가면

절경들이 눈안에 들어올텐데.. 꼭 그 절경들을 보여주고 싶은데 ..

공룡 능선을 눈앞에 두고 비켜 간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웠을 마음이 이해가 되었지요

남편 친구의 짚북재까지 두시간 남았을걸요그말을 철썩같이 믿고

두시간 죽었구나..하며 올라가보니 삼십분만에 짚북재 정상이 보여

시간반 벌었다는 기쁨을 준 산사나이 남편 친구의 센스에 크흐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비록 밧줄을 타고 내려 올때 모모 각시의 꺅꺅 대는 비명소리가

천성산을 흔들어 놓은것만 빼고는 완벽한 산행 이였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속을 걸어왔더니 마음이 화사해졌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속을 걸어왔더니 눈매가 부드러워졌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은 굳어져가는 회색 감성에 화려한 색을 입혀주었을뿐아니라

다음달 산행까지 천성산에서 받아온 기로 한달은 버틸수 있을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은 뻐근하고 밧줄 타고 내려오다가 부딪친 손가락의 멍이

파랗게 들었어도 기분은 개운 하네요

 

웃을일이 자꾸 줄어드는 중년의 나이에<나만 그런가?>

건강한 웃음을 웃고와서인지 자판 치는 손끝이 경쾌 합니다

이래서 사람들은 산행을하고 여행을 하면서 지친 삶의 기를 불어 넣는가 봅니다

2007 12월 마지막 산행을  마무리하면서 또 한해를 갈무리 해야겠습니다.

 

 

 

 

<자칭 전문 산악인 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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