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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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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있고 싶은 날에...


BY 영롱 2007-11-06

아침부터 할 일이 참 많은 날이다.

모든걸 펑크내고 집에 틀어 박혔다.

핸드폰이 자꾸 울려서 아예 끄고, 내가 한 것은 빈둥거리는 것.

아침 드라마를 세 개 연속으로 시청하고, 뉴스도 보고, 씻고 나가야지 하고

씻고는 또 앉았다.

돌솥에 누른 누룽지를 박박 긁어 먹고, 긁어지지 않는 것은 물을 불려 끓여 먹고

밥을 또 먹고 커피를 마셨다.

잘 익은 햇볕이 달콤하다.

지금은 중년을 넘긴 시인이 이십 대에 쓴 초기시집을 읽다가

\'나는 뭘 했었나.  이 나이에 이 시인은 이런 시를 쓰고 있었는데, 난 뭘 하고 있었나? \' 싶다.

요즘 시집들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우리 나라는 유난히 남자 시인이 많다는 것이다.

시는 밥이 되지 않는 다는데, 도대체 이 시인들은 어떻게 된 걸까?

왜 여류 시인의 시집은 보기 어려운가?

먹고 사는 일에 매달리면서도 시를 쓰는 사람은 대부분 남자고?

이렇게 생각하다가 한 가지 일만 하는 남자가 시쓰기에 더 적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직장, 육아, 가사, 여러가지 집안 대소사에 여자들은 어쩌면 시를 쓰는 감수성과 여유가

바닥난 지도 모르겠다.

해야할 것들을 하지 않았을 때, 불안과 함께 오는 통쾌함을 지금은 즐기면 된다.

나중에야 그때 일이고...

핸드폰을 받지 않는 것으로, 꺼 버리는 것으로 무시하는 이 베짱은 어디서 온 걸까?

오늘 난 내가 아닌 것 같다.

항상 성실해야 한다는,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좌우명 아닌 좌우명을 명찰처럼

붙이고 총총거리던 나는 저 잘 익은 햇볕속에 녹아 버렸다.

좀 불안하긴 하다.

열무 몇 단 이고 장에 간 엄마 기다리는 기형도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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