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784

살아있음으로


BY 동해바다 2007-11-04


     
                               동트는 아침.....전북 장수군 장계면
 

     이틀동안 42km, 21시간을 산속을 누비며 걸었다.
     새벽 5시부터 저녁 6시까지, 그리고 다음날 역시 5시부터 오후 1시까지...
     강원도 산길따라 내려간 길이 어느사이 덕유산을 넘어 이제 지리산을 목전에 두고 있다.

     백두대간....
     우리나라 지도의 척추격인 산맥을 따라 지리산까지 장장 670km를 걸어가야 한다.
     산악회 따라 시나브로 쫓아다닌 것이 어느새 4년, 대간은 작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따라다니다 
     사정상 하반기 중도하차하고 올봄 다시 합류하여 지금까지 이어왔다.
     개인사정으로 쉽게 따라다닐 형편이 아니건만 산만이 나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 같아
     한달에 서너번은 기본으로 산행에 따라 나섰다. 

     2주전 덕유산 향적봉을 넘어 남덕유산과 서봉 할미봉을 이틀간에 걸쳐 역시 스무시간을 
     걷고 다시 엊그제 그 뒤를 이어 남원땅까지 걸어 내려갔다. 
     가을이 깊어감을 몸으로 느끼고 색색 고운 단풍을 눈으로 담아 가슴을 불렸다.
     이제 산 정상은 초겨울로 들어가고 있다. 바람불어 체감온도가 영하를 웃도는 날씨이다.
     산에서 일박으로 하고 다시 그 다음날 빡센 산행을 하는 여인들, 여유에서 오는 산행이 
     아니라 모두들 저 자신과의 싸움이라 여기며 걷고 또 걷는다.

     지난번 덕유산을 넘어 거창과 전북장수의 경계인 육십령에 도착했을땐 울컥임이 얼마나 
     컸던지, 그 흥분을 가라앉힐수가 없었다. 산마다 기가 센 산이 있는데 아마 덕유산이 내겐 
     큰 기운으로 다가왔었나보다.
     백두대간을 걷는다고 하면 엄청난 산꾼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지금 남아 함께하고
     있는 회원 여섯 명은 어찌보면 제일 약하고 힘든 사람들이다. 그만큼 투지와 끈기가 지금까지
     남아있게 만든게 아닌가 싶다.

     산행 3시간이 지나면 나는 발바닥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발바닥 앞쪽에 굳은 살이 베기기 시작해
     그것이 눌리면서 통증이 심해지는 것이다. 9시간까지는 걸을만 한데 그 후부터는 내가 걷는 것이
     아니다. 물론 산행은 무리하면 안된다. 하지만 백두대간이라는 것이 중간중간 멈추고 싶을때 
     멈출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계획된 장소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 한다. 
     참 많은 것을 배웠다. 훗날 여건만 허락된다면 제대로 된 대간길을 다시한번 타보고 싶은 게
     소망이다. 하지만 사는게 급급하니 이번으로 막을 내려야 할것 같다. 

     내 현실속의 삶은 변한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길 위에 선 우리는 참 약하다. 약하지만 또한 강하다. 
     이렇게 살아남지 않았는가.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산을 탈 수 있음에 또한 감사하다.
     남편으로 인해 힘들지만 또한 그가 살아 있음에 감사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