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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사랑 진한감동(53) 두살짜리 사진가의 독백


BY 남상순 2007-10-22

한생명이 세상에 태어나면 그때부터 사람입니다.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인생이 시작된 것입니다. 누군가 사진기를 들고 시간속에서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는 사진가입니다.

그런데 인간이로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기는 어미의 돌봄과 섬김을 통해 사람다워지는 과정을 살아냅니다. 비록 언어가 통하지 않고 의존적이요 모방적이라 할지라도 성장이라는 과정을 통과하면서 사람다워져 갑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사람은 그것이 사진에서 작품으로, 예술로, 미학으로 사진의역사로 이어지는 사진의 전과정을 통해 사진사에 남을만한 사진을 꿈꾸면서 메카니즘과 철학의 조합을 이루어 낼 것입니다.

궁금한 것은 겨우 돌 지난 아가의 상황을 어른들은 짐작할 뿐이지 그의 생각과 성숙도를 가름할 길이 없는것은 그가 표현할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돌잡이 아기의 고통과 희열을 누군가 들려주어서 그 과정을 이해할수만 있다면 부모의 행복은 증폭될 것이고 아가의 삶의 영역은 훨씬 수월해 질 것 같습니다. 서론 사설이 길어졌습니다.

사진이라는 또 다른 언어속으로 발을 힘차게 딛고 겨우 2년여 된 저로서는 호기심과 두려움 그리고  답답함과 신비로움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이 연약함과 미숙함을 짐작이나 하실수 있겠습니까?

먼저 아기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익숙치 못하듯이 명령만 내리면 즉각 복종해 주는 사진기라는 신비한 도구에 대해 익숙치 못해서 당혹스럽고 그 함수관계에 대해 끝없는 질문을 갖고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한가지 깨달은 것은 나는 명령의 주체가 되어있다는 사실입니다. 기계는 명령만 내리면 거의 실망시키는 법이 드뭅니다. 인생들은 주인을 잘 못 만나면 명령에 절대복종의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인생을 망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종교를 만나거나 평생 스승을 만나보지 못하고 멋대로 사는 사람이 인생의 시행착오가 애처롭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카메라는 내가 명령만 바르게 내려주면 절대 복종을 합니다. 내가 알면 알수록 내 의도가 분명할수록 속지 않고 헛되지 않는 열매를 거두게 됩니다. 그래서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숙한 존재로 내가 세워져 갑니다. 

 

사진을 시작한 두살짜리 아가가 터득한 소득치고는 상당한 소득이 아닐런지요 내가 명령의 주체가 되어있고 바른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자신의 실력을 갖추어가려는 진지한 노력은 반드시 결과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


두번째는 사진은 다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사진평논가 진동선교수의 글에 의하면 사진이 작품이 될려면 작품의 요소를 갖춘 사진이라야 합니다. 미술사와 미학의 오랜 미감의 잣대인 내용과 형식의 조형적 캐논(canon)에 부합한 사진을 말합니다. 누가 뭐라던 기계를 익히는 수준에 있는 저로서는 사진의 저변에서 열심히 내용과 형식의 조형적 캐논에 부합한 사진의 영역으로 발전하고싶습니다.  

부단히 사진들을 세상에 띠우고 잣대로 재어주기를 기다리며 어느날엔가 나의 독특한 경험체계는 누군가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며 나의 정신세계를 표현하고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지금은 내가 누구인지 내 정신세계가 무엇인지 스스로 찾고 싶어 무차별 탐색전을 펼치고 있는 터라서 감정의 기폭이 심하고 표현의 양상이 치졸합니다. 어린아이에게서도 깜짝 놀랠 인생의 진리를 갈파하는 수준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치기어린 부분들과 유약함을 피할 수 없는 시절이듯이 말이지요

언젠가는 나의 카메라와 나의 렌즈를 찾아내게 될것입니다. 내 사진 나이가 어리듯 나의 도전은 광활한 대지에 홀로 서 있는것처럼 당황스럽고 혼미합니다. 이런 기분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 마치 한살짜리 아기가 자기 인생을 표출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신통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미학과 사진역사를 창조해낸 사진의 거장들을 만나보고 싶어집니다. 이것은 사진의 이론에 접근하고 싶어지는 이유입니다. 어린아이가 조금 세상을 알기시작하면 자꾸만 묻습니다. 인생이 뭐예요?  이럴때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왜요? 왜요? 를  거듭하듯이 묻고 또 묻고싶어지는 것입니다.

설명해주는 설명이 더 어려울때도 있지만 어렴프시라도 사진언어를 알아듣고 사진의 방향과 이정표를 미리 볼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싶어 이론서적들을 찾아내기 시작합니다. 내 손에 쉽고 명쾌한 사진학의 서적들이 들려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알지못하는 아가가 세상을 한꺼번에 경험하고 싶다고 아무것이나 먹고 만질 수 없듯이 좋은 사진의 이론서적들을 접근하고 싶습니다  사진. 그 언어의 장벽을 뚫고 싶어집니다.

누군가 사진에 대해 이론적 근거를 제시해 줄 수만 있다면 천리길도 달려다 듣고 싶습니다.  60이 넘어서 시작한, 그것도 여자 (내 나이의 여자개념은 사뭇 이 시대감각과 다르다) 라는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보잘것 없는 사진가의 길이 이제 두살이 되었고 두살된 어린이의 고뇌와 욕구를 적어보았습니다.  

누구나 찍는 사진의 자리에 머문다면 더 이상 아무런 고민도 없을 것이다
내 정신세계를 담아 낼 사진을 세상에 내 놓아야 말을 배운 아가가 자기말을 하는 수준이 되는 것 아닐까요?  내가 작가가 되는가 취미로 끝날것인가 하는 것이 나의 사진의 출발점이나 목표점이 아닙니다. 나는 사진으로 내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말을 통해 느낌을 무시하며 살아오지 않았던가요 먼저 알기위해 계산에 익숙하다가 미쳐 느낌을 놓쳐 버리지 않았던가요 많은 경우 지식보다는 느낌으로 살며 느낌으로 결단 할때가 많고 언어 이전에 느낌이라는 또 다른 언어가 바로 사진언어가 아닐까? 합니다. 나는 오늘도 사진 한장을 두고 느끼며 또 느낌의 언어를 찾아내고자 한다

긴 글 읽어주셔서 아니 말같지도 않은 말에 귀 기울여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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