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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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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상한 여자.


BY 영롱 2007-10-16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노처녀가 있다.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꼭 다른 나라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나 보다 두 살아래인 그녀는 일단 자유롭다. 여행이 취미인 그녀의 여행이야기는 사람을 설레게 한다.

 여행간 것이 언제인지, 아니 결혼을 하고 여행을 가기나 했었는지 기억도 없는 내 삶에 끼어 든 그녀의 미지의 세상은 듣는 것 만으로도 설레인다.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그녀의 홀가분한 짐보따리가 부럽다.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들 엄두조차 못 내는 나의 보따리는 늘 장롱위에 걸터앉아 있다. \'언젠가는...\' 하면서 한 번씩 올려다 보지만, 막상 기회가 온다해도 나는 못 떠날 것이다. 내 생활에 너무 길들여 져서 나는 어느덧 이 틀을 깰 엄두를 감히 못내게 되리라는 예감이다. 그래서 내 글은 식상하다. 누가 평가했듯이 식상한 내 삶을 닮은 내 글은 슬프다.

 나는 다른 삶을 원하지 않는다. 그냥 어제 같은 오늘, 오늘같은 내일을 꿈꾼다.  오늘처럼 반짝이는 가을날, 좋아하는 일, 열심히 사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부대끼며, 가끔 이렇게 끄적이며  살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 아가씨의 삶처럼 자유롭고 싶은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한 번씩 나를 조용히 적신다. 콘서트에 가서 열광하고, 뮤지컬 보러 다니고, 하루 종일 영화를 봐도 되는 삶,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고, 아직도 밥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삶, 다른 사람이 아닌 나만의 삶이 가끔은 탐난다.

 너무 일찍 결혼을 해서 너무 일찍 다른 사람을 위해 나를 버렸다. 결혼을 하기 전에도 항상 맏딸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줘야 된다고 생각하며 나는 없는 삶을 살았다.

 고등학생 아이가 공부 하는지, 감시하느라 주말에 등산 가자는 것도 뿌리친 나는 어쩌자고 이러고 사는지 한 번씩 슬프다. 

 별로 성공한 삶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 만큼 살려고 남들보다 곱절은 참고, 노력했다. 나는 나를 인정한다 이 점에서 만큼은...

  그러나 판타지가 되지 않는, 창의력이 딸리는 내 삶을 어떻게 할까?

이것만은 오늘과 달랐으면 좋겠다. 내일은 식상한 여자가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너무 큰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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