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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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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해요.어머니.


BY 소심 2007-09-28

추석에 친정 어머님을 뵈러 갔다

85세의 내 어머니는 너무도 고와서 나는 왜 어머니를 다 닮지 않았는지

질투하게 만들었던 단아하고 선한 분이셨다.

그 어머니가 나만 보면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 마당에서 넘어 졌다. 왜 빨리 안 데려 가나 모르겠다.....울음이  쏟아질것 같은 모습으로 보채신다.

위장약, 관절약, 변비약, 약국의 매약인 소화제 그리고 영양제, 야쿠르트...

한 보따리의 약을 순서대로 챙겨 드시는게 일과시다.

자손들의 한없는 관심이 그립고도 마냥 부족해서 서글픈 어머니...

 

대전에서 혼자 사시는 시어머니는 82세지만 겨울에도 가능한 치마를 (무릎길이)입으시고

새벽 4시면 어김없이 깨서 기도와 성경보시다 새벽 예배에 다녀 오신다.

일년 365일 , 이 새벽 기도를 위해 교회 5분 거리로 이사하신지 5년간  딱 하루 빠지셨다.

그리고 성경책 쓰시고 식사하시고  단장하시고 심방동행이나 친구분들의 방문을 기다리신다.

노인정은 상상도 않으신다.

친구분들과 하와이도 시애틀도 워싱턴도 매년 다녀 오고 , 휴가때면 친구분 콘도에서 며칠 놀다도 오신다.

교인들, 친구들에게 음시솜씨를 뽐내시며 사시사철 송편이나 쑥개떡을 만들어 내고 ~

명절날 며느리들이 와도 깔끔하게 손질한 이부자리 내주며 모든음식은 미리 장만하여 싸보낼 음식은 냉동실에 두시고  오랫만에 만난 자손들 못 나눈 이야기나 하라며 부엌은 얼씬도 못하게 하신다.

이렇게 좋은게 나왔더라~ 한 개에 이십만원 한다는 독일제 냄비 (아주 작은)도 10년전에 사시고 옷도 롯데에서 좋은 걸로만 사신다.

나이보다 한 이십년은 젊어 보인다는 말씀에 자부심을 갖고 유지하러 애 쓰시느라 정작 당신 자식들에게 덜 희생적이어서 얄미웠던 시어머니는 노후를 아주 멋지게 즐기신다.

굴비 드실 때도 결코 머리나 꼬리를 드시는 법이 없고 당신이 가운데를 드시면서 \"너희는 살 날이 많고 더 좋은 세상을 살게 되잖니\"하셔서 나를 기절하게 하셨던 30년전 신혼때의 충격..

 

그러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끊임없이 노력하시는 시어머니의 건강함은 이제 우리 자식들에게 얼마나 다행인지. ~

정말 굴비머리가 고소하고 맛이 좋은 줄 알았던 , 마음도 건강도 돈도 모두모두 자식을 위해 아낌없이 내줘버리고 ,  어머니에게 남은 건 병마와 죽음을 기다리며 두려워하는

삭정이같은 육신과 아픔뿐.

자식에게 파 먹히고  논 위를 둥둥 떠다니는 우렁이처럼...

어머니를 보면 화가 나고 돌아 서면 슬프다 .

 내가 그 살과 피를 받고 어머니의 양분으로 지금껏 살게 해 준게 감사하고 , 자기 몫도 챙겨  놓지 않고 아들들에게 노후를 위탁한 처신과 아들들의 배신까지, 엉뚱한 수혜자들인 조카사위들의 병원건물까지...

 

나는 엄마처럼 살기 싫어서 발버둥쳤지만 더 한다고 흉을 잡혔다.

가장 닮고 싶지 않은 것들을 나도 닮아 있다.

나이가 드니 엄마모습이 내 모습이라고들 한다.

그래도 나는 엄마처럼 되지 않을려고 한다.

냉정한 시어머니가 오히려 더 당당하고 대접받는 세상.

어떡하던지 자식의 호주머니도 벌리게 해서  하고 싶은건 다 하시고 , 며느리들에게도

당당한 분- 무엇보다도 자신을 위하여 시간을 정해 운동하고 보약을 챙기시는

할머니 알파걸이신 시어머니는 미인도 , 학식도 전혀 아니지만 젊은 사람에게나 나이든 사람에게나 모두 사랑 받는다 .

 빍고 유쾌함으로. 그리고 항상 노력하신다.내일을 위해..

그래서 시어머니와는 노인이라는 생각도 세대차이도 별로 느끼지 않고 오히려\" 너는 왜 멋 좀 부리지, 머리가 별로다, 살을 빼서 맵시나게 옷도 입고 그래라\" 라고 핀잔이다.

 

남편은 좋은것은 장모님을 주고 싶어 한다 . 강한 엄마에게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측은지심을 갖게하는 장모에게로 쏠리는지. 그래서 사위는 장모 지향적이고 며느린 시어머니가 장차 내 모델링이다.

 

어떻게 사는게 좋은건지 ~

엄마처럼 살기 싫은  나는 요즘 젊은이들과 공부하고 밤에는 따로 스터디도 한다 .

12월에 있을 시험을 위해.

그래서 친정 어머니께 야단 맞았다.

가족에게 소홀하다고.

시어머니는 대찬성이다 . 그려 한 살이라도 젊을때 해보고 싶은것 다 해봐라.

대신에 건강은 챙겨 가면서~

 

시어머니가 챙겨주신 냉동실의 반찬을 꺼내 밥을 먹어야겠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는 두 노인네들에게 전화라도 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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