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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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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는 게 즐겁습니다.


BY 오월 2007-09-27

동그란 영근햇살 몰래 숨어들고 맑은 바람냄새

가득배인 뽀송한 빨래를 급하게 걷어 들이며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을 향해 \"빗님,오신다\"

하고 말 할 수 있는 결고운 사람으로 살고 싶었는 데

공사판 막노동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3~4개월

하루가 멀다하고 줄기차게 내리는 비에지쳐

이른아침 눈 뜨면 창문을 열고 \"젠장,또,비오네.\"

소리가 거침없이 나오는 9월  둥그런

보름달 떠오르고 더도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어느 겨울 시댁에 들려 경노당에서 고스톱 치신다는

어머님께 고스톱 밑천 하시라며 차 안에 모아둔

동전을 한 웅큼 챙겨드렸더니 이불위에 동전을

널어 놓으시고 세어보고 세어보며 어찌나 좋아

하시던지 집에 돌아와 텔레비전 앞에 돼지 네 마리를

사다놓고 모으고 모으고 또,모았더니 백 원 먹은 돼지배가

제일 먼저 부르고 오 백 원 먹은 돼지도 배가 불러오니

일 못해 힘들어도 어머님 흐뭇해 하시며 천진한 웃음,

보름달같이 웃어주실 거 생각하니 마음이 들떠 어서

가자고 남편을 졸라대며 비록 동전을 따로 모았지만

 

어머님 골라 세어보는 기쁨 맛보시라고 훌 섞어 가지고

가자 했는데,길거리 코스모스 이름모를 주황색꽃 보랏빛

쑥부쟁이 하얀 구절초 세상이 너무 예쁘고 즐거워서

참새처럼 떠들고 조잘대며 산 허리 감아도는 운무를

쳐다보다 문득 생각하니 돼지를 안 가지고 왔네요.

무서운 남편 눈치를 슬금슬금 보다가 \"어머님이,동전만

쓰실 줄 아시것어요.지폐도 잘 쓰실 줄 아시던디요.\"

했더니 눈치빠른 남편이 한심한 마눌 포기한지 오래라

미소짓고 웃으며 십 만 원 들고가서 동전 바꿔 오라 합니다.

 

푼수라 하건 말건 시댁에 들어서면 나로 인해 웃음꽃

만발하니 아주버님 신기해서 슬쩍슬쩍 주방을 들여다

보시다 내가 설거지 하면 안 돼겠느냐며 팔 걷고 들어

오시니 아들만 셋 두신 어머님 너나 와야 사람 사는 집

같다며 웃으시니 어느새 모든 시름 잊고 가슴가득  따뜻함

보름달 처럼 차 오릅니다. 먹잘것도 없는 것 정보따리

뒷자석을 가득 메우고 아쉬움에 끝까지 서 계시는

늙으신 어머님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안 보고 살때가

더 좋았다 싶은 안타까움이 밀려드는 순간입니다.

 

자꾸만 멀어 지시는 어머님 모습에 울컥하여 올려다

본 하늘에 구름을 헤치며 쏜살같이 따라오는 보름달이

어머님 모습으로 보여 고개를 떨구며 발 밑을 보니

누런 늙은 호박 한덩이 또,늙은 어머님의 모습으로

발밑에 있습니다. 참았던 눈물 찍어내며 돌아오는 길

그래도 조상님이 만들어 놓은 명절 바쁘다 힘들다

언젠가는 가족끼리 왕래도 힘들꺼라 생각한 조상님

들 께서 선견지명이 있으셔서 만들어 놓으셨나 봅니다.

힘 들고 고비고비 구비구비 그리 살아도 따뜻한

가슴들 있기에 사는 것이 참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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