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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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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들어 가는 세상


BY 낸시 2007-09-23

이 년 전 식당 계산대 앞에 서서 보이는 길 건너편은 범죄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관리 상태가 엉망인 홈리스를 상대로 숙소를 제공하는 건물, 건물 옆에는 더러운 침구를 둘둘 말고 잠자는 사람, 노상 방뇨하는 사람, 그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러 온 자선단체 차량, 그 차 앞에 얻어먹기 위해 줄지어 늘어선 홈리스들, 그들이 버린 음식 쓰레기.바람에 날아다니는 갖가지 포장용기, 비닐봉지, 쓰레기들과 뒤섞인 잡초...

말 그대로 버려진 땅이었다.

이 곳에 식당을 열겠다고 했을 때 남편은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라했다.

우리를 아는 사람들 모두 제발 그곳만을 피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가게를 열고나서  인터넷에 우리 식당은 가지 말라는 악필이 달리기도 하였다.

굶주린 홈리스가 우굴거리는 곳에서 밥을 먹는 것은 돈내고 할 짓이 못된다고...

지나가는 홈리스가 밥먹는 손님을 유리창 넘어로 놀리는 일도 종종 있었다.

악취가 진동하는 홈리스가 가게 안에 들어와 물을 달라기도, 화장실을 쓰겠다고 하기도, 밥먹는 손님에게 구걸하기도 하였다.

이 년이 지난 지금 정말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고 부러워하는 사람이 제법 많다.

이곳을 오스틴 중심가의 오아시스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근처에서 식당하는 한국사람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사람도 있단다.

그 이유가 나랑 같은 한국사람이어서라고...

그 동안 많은 아픔이 있었다.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하고도 딸하고도...

우리 가족은 좋은 말로 하면 모두들 개성이 강하고 나쁘게 말하면 독선이 강하다.

부딪칠 수 밖에 없다.

나도 결코 나를 양보하는 사람이 아니다.

부딪치고 아플 때면 꽃밭으로 나갔다.

꽃을 바라보고 땅을 파고 꽃을 옮겨심기도 하고 꽃씨를 받아 뿌리기도 하고...

홈리스를 상대로 숙소를 제공하던 건물은 주인이 바뀌고 술집이 들어섰다.

자동차 수리를 하다 비어있던 옆 건물에도 술집이 들어섰다.

둘 다 모두 내가 공짜로 가꿔주는 꽃밭 속에 있다.

맨 땅이 보이면 시유지, 사유지, 내땅, 네땅 가리지 않고 꽃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고 다니는 때문이다.

꽃값, 거름값을 내고 내가 심어만 주면 물은 자기가 주겠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시에서도 거름과 정원을 꾸미는데 필요한 돌을 제공하겠다고 하였다.

장사는 안하고 꽃밭 구경만 하고 다닌다고 비난하던 남편도 많이 협조적인 사람이 되었다.

식당은 일하는 사람들에게 맡겨놓고 꽃밭만 가꾸는 내게 화내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울남편은 남들에게 자랑하는 것을 좋아한다.

교회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사람 꿈은 오스틴 시 전체를 꽃밭으로 만드는 것이랍니다.\"

허풍이 있는 나는 남편의 말에 토를 단다.

아니 허풍이 아니라 나의 간절한 소망인지도 모른다.

\"오스틴이 아니라 전 세계를...\"

모두들 하하하 웃는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인생길을 따라가고 있음을 느낀다.

농담처럼 허풍처럼 웃으면서 말하지만 내 안에 간절한 소망인지 꿈이 있다.

내 눈이 가 닿는 모든 곳을 꽃밭으로 만들고 싶다는...

아들녀석하고 속상한 일이 있지만, 아들녀석을 다시는 안 볼거라고 맘 먹을 만큼 속상하지만 난 울지 않을 것이다.

적당한 풍랑이 있어야 항해의 재미가 있는 것이지...

그래도 이 정도면 순풍에 돛달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한다.

그러면 길건너 잡초가 나있는 땅을 본다.

올가을에는 저곳을 꽃밭으로 만들어야지...

그러면 삶의 의욕을 느낀다.

그래 내 삶은 가치가 있지, 나 때문에 아픈 사람도 있지만 나 때문에 행복하다는 수 많은 사람이 있는데...

나는 마음이 아플때 땅을 파고 꽃을 심는다.

진주조개가 아픔을 삭히려고 진주를 만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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