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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89

모녀지간


BY 반.. 2007-08-14

뭐하냐 ?  일어났다고? 오늘 열무김치 담아서 니네 집에 갈건데 함께 목욕탕에 가자

왜 싫어?

 

어? 아~냐 가지뭐

 

물이 뚝뚝떨어지는 머리에 타올을 뒤집어 쓴채로 전화를 받고 있던 일요일아침,

전화는 끊어졌다

뭘까  찜찜하다.

언니네가 시댁에 제사 모시러  가고 엄마만 집에 남았나?

내용은 아주 단순하지만  섭섭함과 외로움과 거절을 하지못하게 하는 집요함이 뚝뚝 묻어나던 친정엄니의 목소리가 여전히 질척댄다. 

 

꼼짝없이 목욕을 두번하게 생겼다.

 

 

서너시간뒤

동네 목욕탕 찜방에 앉아 있는 엄마와 나.

 

 

-나쁜년!

 

엄마의 한숨소리.

 

난 그저 못 들은척 벌거벗은 채 딴청을 한다

 

-일주일내내 부려먹고 성당에 갔다 왔더니 아무도 없지 뭐냐.

 

-아침에  **년이 아빠가 영화보러가자고 그런다길래 목욕탕에나 갔다 가지 그러냐고 했

 

는데... 가려면 용돈이라도 주고 가던지... 죽도록 부려먹고 돈한푼 안주면서 즈그덜은 영화

 

보러 가고....  오늘 저녁에 내 가만히 안 있을텨

 

그제사 엄마 얼굴을 마지 못해서 쳐다본다.

 

물론 안됐다. 내 엄마가 아니라도 못사는 언니네 곁에 할 수없이 들러 붙어 있어야 하는 엄니

 

의 팔자를....  그  소관이라는 말 외에는 뭘로 설명할 수 있을까.

 

 

울엄마.  나 초등1학년때 남편을 보냈다.

 

헬수 없는 빛만 남았다고 그랬던가...

 

우쨌거나

 

언니가 초등학교 졸업할 무렵부터 엄마는 그녀를 대불고 남의집 살이를 했을거다

 

다만 짐작할 뿐이다. 나는 너무 어렸고... 그저 혼자 남겨진 나는 외로움과 두려움과 현실과

 

배고픔에 시달렸을 뿐이다.

 

그 언제부터인가 언니와 엄마는 남의 집살이를 벗어 났지만 단지 식당을 전전했을 뿐 신분으

 

로 따지면 달라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나 그리고 바로 위 언니 말고도 엄마가 책임질 자식

 

들은 셋이나 더 있었고 하나 같이 사는게 만만치 않았을 거다.

 

수 많은 날들이 지나고... 우리가족은 다 각기 다른 가족구성원을 만들었다

 

그래도 엄마와 작은 언니는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며 함께 산다.

 

언니는 엄마가 필요하고 나름 엄마도 언니가 필요하다.

 

내게 언니는 어떤사람일까.

 

한때 나도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에게도 사랑스러운 시절이 있었다. 술과 도박을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서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격기 전까지만 해도

 

모든것이 애틋하고 안됐고  속상했고 못마땅한것이 그녀 탓이

 

아니라 세상의 불공평 탓인듯 했었다.

 

지금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산다.

 

어떤 이유로 소통이 이루어 질 수 없음을 깨달은지 오래다

 

세상에는 말하고 싶지 않은 할 필요도 없는 수 많은 이유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엄마 그지 마라.. 내가 용돈 주는데 뭐하러 그렇게 돈을 받으려고해 그돈 통장에 넣지말고 그

 

냥 쓰면 되쟎아  언니네 사는것 위태위태한거 다 알면서.... 애들이 영화보러가자고 졸랐나

 

보지 왠일로... 평생 처음으로 가는것 같고만.

 

 

- .... 죽을때 돈 한푼 안 남겨 놨다 그럴까봐 그런다 왜  또다른  한숨이 포--옥 샌다.

 

 

 

목욕탕을 나와서

 

아이들과 남편을 앞세우고 묵사발을 맛있게 하는 하남에 다녀왔다.

 

하루가 갔다

 

-엄마 오늘 저녁 우리집에서 자고 가실래?

-아니다. 내가 안가면 작은것이  못자고 기다리는데 가야지 큰 년은 지 엄마한테 가서 자라

 

그럼 얼씨구나 좋다고 가는데   ##은  자다가도 할머니한테 기어 오는데...

 

그건 그렇다 둘사이 끔찍하게 챙기는 사이라는건 세상이 다 안다.

 

팔순 노인과 아홉살꼬마.

 

 

엄니는 언니집 앞에서 내렸다.

올려다보는 창문에는 아직 불빛이 새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안다.

죽는 날까지 엄니와 언니는 땔 수 없는 사이라는 걸

혹여 엄니가 이 세상을 떠난 후에나  땅을 치고 울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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