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째 넘이 알바를 잠시 끝내면서
공부를 같이 했던 제자에게 써놓은 글입니다 ^^;; 내용이야 어찌 되었던 글쓰라면 삼천리 밖으로 도망가던 둘째 넘이 개요까지 정하고 이렇게 많은 분량의 글을 쓴 걸보면 저로서 놀라지 않을 수 없던 일이었죠 엄마에게 보여달라고 애원해도? 귓전등으로 듣지 않고 다만 그애에게 성의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 지금 우리 작은 넘은 호주에 가 있고 큰넘은 기숙사에 가 있고 애들 아빠는 회사에 가 있고 저는 집에서 할일이 없어 빌빌 거리다가 좀 전에 유리창을 닦는다고 제키? 닫는 데 까지만 ........???
아들 넘이 써놓은 편지를 몰래 퍼왔습니다 혹여 공부하는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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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는 제자 승호에게. 내가 오스트레일리아에 가기 전에 정리하며 몇 자 적어 본다. 2학기로 넘어가는 가장 본격적이고 중요한 시기에 공부를 봐 주지 못해 미안함과 아쉬움이 많이 남는구나. 널 보면서 고등학교 다니는 동안 수학 때문에 많이 고민했던 내가 오버랩 되어 물심양면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과외선생님으로서 참 부족했었던 것 같다. 그 동안 이런 저런 일도 참 많았지. PC방 가서 서든어택을 즐겼던 일, 동호가 수박을 흘리고 뱉고 간 일 등등.
각설. 이제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해야겠다. 물론 그다지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겠지만 몸에 좋은 약은 입에는 쓰다고 선생님이 주는 몸에 좋은 약이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몇 개월 간 내가 너를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와 그에 따른 이런저런 이야기, 그에 따르지는 않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이게 뭐야. 얄팍한 선생님.” 이라는 말이 튀어나올 것을 예상하고 있지만, 중학교에 가서나, 고등학교에 가서 내가 쓴 편지가 어렴풋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얄팍한 선생님’이 생각만이라도 난다면 나는 그걸로 만족한다.
내가 정의하기에 사람은 네 종류로 나뉠 수 있다. 1. 시켜서 하는 사람, 2. 시켜도 하지 않는 사람, 3. 시키면 하는 척을 하지만 실제로는 하지 않는 사람, 4.시키지 않아도 하는 사람으로 말이다. 나는 며칠간 숙제를 내 줘본 결과 승호가 3 유형의 사람이란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중 공부에는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되어지는 2와 4 유형의 사람 중 어느 사람으로의 전환이 가장 바람직한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이 결정을 내리는 데에 있어서 나는 너의 성격유형을 많이 고려했는데, 외형적으로 장난기 있고 별 걱정, 생각 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은근히 자존심이 있어 보이고, 그 동안 사실상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잃은 것으로 보였어. 그리고 나 또한 너와 비슷한 성격이었고, 4 유형으로의 전환으로 내 나름대로 많은 효과를 보았기 때문에 네 번째 유형의 사람으로 바꾸려 노력했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그 방법이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았던 듯싶다.
나는 또한 왜 승호가 3번째 유형으로 자꾸만 빠져 들어 가는지-(예전에 말했던 문제점들과 더불어)에 대해서 생각해 봤어. 이 생각은 나의 경우를 대입하여 생각한 것인데, 나는 승호가 이렇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자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난 머리는 좋으니까 공부하지 않아도 잘하잖아. 그리고 이 머리로 노력하면 언제든지 최고가 될 수 있어.’라고 늘 믿어왔지만, 사실은 ‘노력해도 그냥 그 자리에 있으면 어떡하지. 공부는 열심히 하면서 성적이 안 오르면 머리가 안 좋다는 게 되어버리잖아’ 라는 두려움 때문에나 자신을 속인 것에 불과했다. 난 성의가 게으르거나 불성실하다기 보다는 이러한 이유로 진정한 의미의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만약 그렇다면 얼른 그 생각을 지워버리는 것이 좋다.
이런 식으로 자신을 오래 속이게 되면 나중에 한 순간 노력을 시도 했을 때 주저앉아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너무 우수한 형과 그 형을 잣대로 나를 바라보시는 부모님과 남들의 시선 때문에 꽤나 오랫동안 이러한 생각에 묶여 있었다. 어느 한 순간, 이런 생각을 떨쳐버리고 공부를 나름대로(지금 생각하면 굉장한 노력도 아니었지만) 열심히 했고, 시험을 봤을 때 생각만큼 발전이 없어서 충격에 빠진 적이 굉장히 많았다.
음. 충격에 빠진다라.- 승호는 이 부분에 내가 보기에 많이 취약해져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수학 100점도 맞고 그랬다’는 말을 내가 들은 적이 있는데 성의는 이러한 과거 때문에 지금의 수학 실력에 대해 막연하게 “나는 원래는 잘 하는데.” 라는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여. 물론 넌 사칙연산적인 부분에서는 실수도 적고 속도도 꽤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보는 시험 점수는 아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너에게 있어 계속되는 충격일 뿐이고, 하다못해 내가 내 준 숙제를 풀면서도, 풀고 나서의 채점 결과를 보면서도- 그런 충격은 계속해서 너에게 시련을 줄 것이지.
그 시련을 어떻게 타개하느냐? 어떻게 보면 굉장히 어렵고, 어떻게 보면 굉장히 쉬운 일이다. 그건 현재의 자신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거야. 말로만이 아니라 뼛속 깊숙이까지. 분명히 부모님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자기 자식에 대해 그 경지에 도달하긴 어렵다. “우리 아들은 머리가 좋은데 공부를 안 해서.” 라고 말씀하실걸? 하지만 너 자신은 가능하다. 그러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으로 끝이냐-하면 그게 아니다. 현재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일단 나는 수학문제를 풀다가 틀렸을 때의 두 사람의 경우를 들겠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그 문제가 자신이 실력이 부족해서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첫 번째 사람은 ‘아, 역시 난 못해.’ 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실력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고 그냥 넘어갔다. 두 번째 사람은 ‘아, 나는 이 부분이 부족하구나. 이 부분을 좀 더 열심히 해 봐야겠다.’ 라며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보고 그 부분에 대한 문제를 좀 더 풀어봤다.
첫 번째 사람은 문제를 풀면서, 틀리면 틀릴수록 자신감을 잃어가고, 실력마저 오히려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사람은 문제를 틀리면 틀릴수록 약점을 보강하고, 실력도 오르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너희 아버지가 내 주신 오답노트는 굉장히 훌륭한 공부방법이다. 그러나 오답노트는 누군가가 시켜서 문제만을 풀기보다는 공식도 적어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답과는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 보는 등 자기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나갈 때 진짜로 백배의 효과를 거둘 것이다.
그렇지만 이 부분에서 네가 버릇처럼 이야기 하던 말이 있다. “그럼 이런 수학 공부는 뭐하러 해요. 과학 공부만 하면 되지.” 난 이런 질문(?)을 받을 때 꼭 대답해주는 지론이 있다. “수학은 어디 써먹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평가받기 위한 것이다. 과학 공부는 고등학교 때 까지 배우는 건 가짜에 가까운 것이다. 대학교에 와서 진짜에 가까운 것을 배워라.”
일단 왜 공부를 하는지부터 말해보겠다. 공부는 다른 쪽 보다 우선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게임이다. 공부를 못하겠다고 운동이나 미술, 예술 쪽으로 빠지는 사람은 굉장한 경쟁에 시달리게 된다. 운동을 예를 들어보자. 운동에서 성공했다-하면 올림픽 금메달이다. 은메달은 알아주는 사람도 드물다. 그래도, 은메달까지를 성공했다고 치면, 60억 명 중에 2등을 해야 한다. 그러나 공부는 천만명중에 2등, 아니,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이 전교에서 1등만 해도 잘 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말만으로도 굉장히 손쉬운 것이지. 게다가 공부가 아닌 부분은 이제 진짜로 노력보다는 재능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게 된다.
이제 수학과 과학 이야기로 넘어가자. 수학을 써먹으려고 배운다고 하면 일단 초등학교 6학년 과정에서 모든 것이 끝나고, 계산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모든 계산연습은 모두 쓸모없는 것들이다. 물론 이공계를 선택하여 공과대학을 가거나, 자연과학대학을 가려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지금 많은 사람들이 가기를 원하는 의과대학, 한의과대학, 수의과대학, 약학대학에 입학해서는 수학이 거의 의미가 없고, 인문계열을 선택했을 경우에는 아예 수학과는 전혀 동떨어진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공계열은 말할 것도 없고, 인문 계열 상위권 대학들은 수학이 입시에 굉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수학을 그렇게 중요시하는가?
그건 수학이 굉장히 힘이 많이 들고 노력이 필요한 과목이기 때문이다. 수학은 노력해도 그다지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포기하고, 내버려 둬 버린다. 이 때문에 대학에서 학생을 평가를 할 때, 수학을 잘 한다면- ‘머리가 좋든가, 굉장한 노력을 했다’ 라고 생각해 버린다. 물론 세상은 절대적으로 불공평하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고도 수학을 잘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 그걸 얄미워하면서 보고만 있을 것이냐? 그건 아니다. 그럼 자기만 손해지. 그 사람을 따라잡고, 오히려 추월할 수 있을 정도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짜 불공평한 사실이 뭔지 아누? 실제로 노력하지 않아도 잘할 수 있는 사람 중에는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드물다.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이 수학을 잘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이 방법을 내 스스로 깨닫기까지 굉장히 오랜,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어야 했다. 난 수학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인지할 때마다 계속 편법을 많이 알고자 했고, 쓸데없이 어려운 문제에만 매달렸다. 처음부터 누가 이런 걸 알려줬었다면.
수학 공부를 잘 하는 방법은 기본에 충실 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은 단순히 공식이나 정리를 외우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수학에서 외우는 건 기본이다.), 손으로 그려보고, 수식으로 써보고, 말로 설명해보고, 머리로 이리저리 뒤집어보고, 최대한 많은 방법을 동원해서 자신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관한 문제를 풀어보고, 또 그 문제에 대해 같은 방법으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너무 어려운 문제는 무기력을 심화시킬 뿐이다. 시간이 급하다고 해서 어려운 문제만을 풀려고 하는 건 자신감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수학은 자신이 낸 답에 대한 자신감이 굉장히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 자신감은 어느 부분과도 맞바꿀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문제를 풀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거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대신, 어려운 문제에 닥쳤을 때, 바로 풀이과정을 보는 것 보다는 일단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여 풀어본 후, 모범 답안과 비교하여 풀이가 더 좋은 것을 취사선택하는 것이 좋다.
과학 공부로 넘어가보자. 초등학교 과학은 말할 것도 없이, 고등학교 과학만 해도 대학교에 가서 배우는 과학과는 딴판이다. 뭐, 대강 예를 들면, LPG의 주성분인 메탄가스를 영문으로는 methane이라고 쓰는데, 고등학교에서는 이를 메탄이라고 발음한다. 그러나 대학교 가면 이건 다시 “메떼인(번데기 발음 알지?)”이라고 말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나트륨도 소듐, 칼륨은 포타슘 등 고등학교 때까지 열~심히 배운 것들 모두 다 휴지통 안으로 들어간다. 내 말은, 그러니까 과학을 공부하지 말란 말이 아니라, 폭 넓게, 여러 가지 견해들을 살펴보면서, 편파적이지 않게 공부하고, 수능 과학탐구 영역을 다 맞을 수 있을 정도로만 교과서 이념에 충실하게 공부하라는 말이다. 교과서라고 다 맞는 말은 아니니까(그래도 학교 시험에서는 교과서에 맞게 공부해야 된다!!).
내가 이렇게 말한 공부에 대한 이야기는 나나, 학교 선생님이나 너희 부모님을 위한 게 아니라 바로 너를 위한 것이다. 공부는 당연히 너 자신을 위해 해야 한다. 너 자신을 위해 선생님이나 친구에게로부터 공부에 대한 지식을 짜내기 위해 철저히 이용해야 한다. 자신의 꿈을 공부에 대한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능력도 굉장히 중요하다. CIA가 되고 싶다고 했지? 그렇다면 그것에 대해 세부적인 내용을 인터넷이나 책을 찾아보고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고 또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라. 생각했으면 당장 그 일들을 시작해라. 친구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너보다 뛰어난 한 명을 라이벌로 생각하고 철저하게 이기려고 생각해봐라. 자기 자신을 라이벌로 생각하고 약점이 되는 부분을 철저하게 파는 것도 좋다. 그러고도 공부를 못 하겠으면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공부해라. 손바닥에 어머니와 아버지의 손가락으로 성함을 쓰고 주먹을 꽉 쥐고 부모님을 생각해라.
이런저런 이야기가 너무 길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많지만 글 솜씨가 부족해 멋들어지고 이해하기 쉽게 쓰지 못한 게 아쉽다. 공감하긴 힘들겠지만 내 이야기를 읽고 나름대로의 동기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해주었으면 한다.
영국에 가서도 몸 건강히 잘 지내다 오기를 바란다.
아이의 이름은 혹여 염려가 되어 가명으로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