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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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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을 다녀와서


BY 정상미 2007-08-08

전 날부터 잔뜩 찌 뿌린 하늘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설레는 맘 

가고 싶지 않은 맘 반이 밤새 저울질을 해댔다.

잠을 설쳐서 인지 눈두덩이가 웅덩이처럼 패인 것이 영낙 없는 삐에로 같았다

삐에로는 화장으로 자신의 모습을 감추며 자기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표현하는

인형같은 존재이지 않는가?

삐에로는 아니더라도 오늘은 나도 삐에로처럼 내 모습을 바꿔보고 싶었다.


시간이 넘었는데도 사람들은 오지 않는 것일까?

버스의 문이 활짝 열려져 있었지만 거기에 오른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이 모여 있을법한 공간을 찾던 중 지하에 방을 튼 어느 사무실1

 

희뿌연 연기가 사무실 가득하였다

어색한 분위기라도 없애려는 듯 소개가 이루어졌고 난 그곳의 법칙이 정해진 대로 인사를 하기에 바빴다.

커다란 거울이 있었던가?

희뿌연 유리창엔 나 아닌 다른 모습의 사람이 서 있었고 금새 그게 내 모습 일 수 있다는

착각마저도 일게 만들었다

그래 가끔은 나의 다른 면을 나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 알아간다는 것도

그리 나쁠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 고정모습처럼 보여지면 안되는 일이겠지


차는 광주를 벗어났다

보성이라는 말만 들어도 녹차의 고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지방 특산물 광고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가를 느끼게 해주었다.

유리창엔 비스듬히 비껴나간 이슬비가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갔다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이 보여 진다면 유리창 밖 세상의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

녹차밭으로 들어가 보니 주말이어서 그런지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았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초록산소를 가져가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들이

그들을 이곳에 오래도록 머물게 하는 듯 하였다

공기마저도 맛이 틀렸다

가슴이 확 트인 듯,

피부까지도 촉촉해진 기분이었다

하늘엔 초록빛  해가 보성의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초록비! 

누군가가 보성에서 맞는 비는 초록비라고 했다

우리는 보성에서 뿌려지는 초록비를 맞으면서 초록세상에 취해보았다


보성전체가 녹차밭으로 이뤄졋다고 해도 틀린말이 아닌듯 여기저기 녹차밭이 조성되어

지리한 몸을 풀게 하는 휴식처로 까지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어느곳이고 들리지 않으면 안될 곳들

우린 휴식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래서 보성이라는 도시를 향해 여행을 떠났고 그 여행지에서 좋은인연을 맺어

구름위 정자에 앉아 신선이 되어 곡주 한잔에 시도 읊으고, 국악소리에 취해도 보고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을 같이 음미하며 웃고 울고 감동을 나눴다.


어느 인연들이 모여 이런 시상에 취해볼수 있단 말인가

어느 인연들이 가슴에 묻힌 상심을 글로 써낼수 있단 말인가

우리모두는 동감의 동지가 되어 보성에서의 하루를 멋지게 보냈다.


밭두렁에 곱빼기로 쌓여 있는 감자!

보릿고개 시절엔 상처 난 감자도 놓치지 않았다는 일

보리타작을 하면 바구니에 낟알을 주워왔었다는 일


지금 우리가 만들어놓은 세상은 배부른 세상이라기 보다는

이미 우리는 우리가 만든 옳지 않은 습성에 젖어

아끼고 사랑하는 맘이 부족한 듯 싶어 맘이 아려왔다


보성은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는 곳이다

아마도 오래전에는 신선이 가장 많이 살았던 곳

선비가 가장 많이 살았고

가장 많은 선비가 배출된 곳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풍수쟁이들이 말하는 명당의 조건을 모두 갖춘 곳

겹겹이 쌓인 산들이 보기 좋게 어우러져 있고 간간히 마르지 않고 흐르는 계곡 또한

명당을 뒷 받침해주는 중요한 요인인 듯 곳곳에서 일어나는 빠지지 않은 풍경중의 하나였다 .

보성을 뒤로하고 광주를 향하는 길은

앞으로 이어질 인연에 대한 기대감과 신비로움으로 처음 출발 했을때보다 더 진지한 생각을 하게 하였다.

보성은 내게 새로운 인연을 준 아주 소중한 곳이기도 하지만

언제고 여행이 가고 싶을 때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편안한 안식처같은 초록 도시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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