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헤...
제가 부부 싸움하면 울 시집이 들썩들썩 합니다.
있다면 나 하나.
며느리가 그것도 큰 며느리가 나 하나 입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죠.
저는 이렇게 귀한 며느리가 되었으니
싸워도 말 한 마디 안해도 울 남편 일단 눈치 이단으로 접고 들어 옵니다.
\" 저기.. 긍께 이번 주 수요일이 제사라네?\" 남편은 옛날에 안 그랬습니다.
오늘 제사니께 빨랑 가 봐? 일방적인 통보였죠.
전 어리버리 그 말 듣고 바리 바리 장 보고 그렇게 가면 울 시엄니 절대 부엌으로 안 나오십니다. 그렇다고 두살배기 종손자를 봐주시냐구요. 운다고 내가 업고서 전 부침게 한 게 생생한 기억입니다.
그런데 수요일이 제사라네? 이렇게 말하니 전 뭐라고 대답을 했을까요?
\" 그런디?\" 간단하게 말해야 상대가 별 할 말이 더욱 많아지는 법입니다.
남편은 또 그럽니다.
\"저기 오늘 오후에 갈 수 있어?\"
옛날엔 불과 몇 년전에 으름장 주듯이 빨랑 시집에 가보라고 하던 같은 남편이었는데.
지금은 오늘 나의 시간유무를 물으니
\" 아니!\" 심플하게 간단하게 대답을 합니다.
남편은 제가 옛날엔 조신하고 말 잘듣고 벙어리처럼 말도 안하고 그런 마누라가 그리운 알굴을 합니다. 그렇다고 니 뭘믿고 버티냐 한 번 나에게 그렇게 말 했다가 무식한 며느리는 누가 만들었는 디? 해놓고 선 그려서 다른 동서들은 모두 행방불명이 되고 이젠 나 하나 남은 며느리가 파출부로 보인다는 거여? 시방 그런 겨? 했더니
\" 누가 그렇데? \" 소리를 버럭 지릅니다. 죽어도 시어머니의 처사는 들춰 내는 것은 아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거고, 저도 여기까지 하고 말 묻어버리죠.
제사는 저녁에 지내는 데, 오는 며느리는 나 하나이고. 그렇다고 이혼한 며느리들이 제삿날 챙겨 명절 지내듯이 올리는 없고, 울 시엄니 부엌일은 차라리 시아버지가 하는 게 훨 낫을듯 싶은데, 울퉁 불퉁 성질 드세진 나는 맏며느리인 주제를 감당하기 도 벅차고.
이래 저래 남편은 혼자 제사를 보러 간 거죠...
하긴 시아버지와 아들이 제사장을 봐야 여자들 그 수고로움과 어려운 장보기를 현장체험학습을 톡톡히 해야 괜히 이런 거 비싼 거 사왔다고 타박도 함부로 못 놓을 것이고. 아이 업고 시장 보느라 여념이 없어 지갑 잃어버리고 건망증에 메모를 해도 빠뜨린 명태포 때문에 어지간히 혼 난 적이 있는데. 똑같은 경험은 아닐 지라도 얼마나 신경쓰는 일인지 알아 둬야 할 것이고. 요즘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참 돈 쓸 것 없다고 말해도 생뚱맞게 그 돈 다 어따가 썼어? 한 번 내가 물어 보면 그 맛이 어떨까 궁금합니다.
\' 야? 차 좀 갖고와라.. 장을 봤는디.. 이거 저거 다아 실어야 겠는 디?\" 후후..옛날에 나는 두살 된 딸내미 업고 양 쪽 손에 열무 두단에 대파 한 단에 또 참외 삼천원어치 들다 들다 못 들어서 나오라고 전화 했더니 코 앞인 데 뭘 부르냐고 한 남편인데. 이젠 나보고 차를 끌고 오라네... 내 참 어이없는 일이 이렇게 우습게 벌어 질 것 알았으면 참 재미없는 영화일 겁니다.
난 단 칼에 무우 자르듯이
\" 백미터를 차를 타고 가냐? \" 했더니
울 남편 그럽니다.
\" 야! 그게 디게 많어? 과일도 한 상자 샀다니께?\"
그럼 제수용 장보기가 그렇게 간단한 감? 하고 말할려고 했다가 그럼 또 성질 버럭 낼테고.
\" 아유..한 상자면 과일가게에서 집 근처는 배달 해 주잖어? 시장입구에 차 들이밀다가 그 눈치 자기가 다 받아낼 겨?\" 했더니 잉..그러네.. 근디 니 오늘 저녁에 올 거지?
사정합니다. 하긴 통 사정을 하고 제사 장보기도 해주는 데.. 안 가면 진짜 나쁜 며느리 되는 거지. 근디 아무래도 부침게는 어머니가 할 테고, 김치는 아버지가 절여 줘야 되고. 혼자 된 시동생들 눈치도 슬슬 봐야 되고..
어이구... 어쩌다가 하나 밖에 없는 며느리가 되었는 지 사람팔자는 진짜 모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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