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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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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앞 마당


BY 낸시 2007-07-23

지난 가을 조그만 집을 하나 샀다.

집을 산 이유가 꽃밭을 가꾸고 싶어서이니 열심히 땅을 파고 꽃을 심었다.

꽃밭 가꾸는 일도  몇 년 하다보니 갈수록 요령이 생긴다.

어제는 근처 농장에 가서 돌을 주워다 마당에 쌓아두었다.

여러모로 쓸모가 많을 것이다.

꽃만 가득한 꽃밭은 그다지 재미가 없다.

동양화에는 여백이 있어야한다고 들었다.

나는 내 꽃밭에도 여백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꽃 사이로 걸어다니며 꽃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때론 꽃잎을 만지며 그 보드러움에 취하고, 나무 그늘 밑 벤치에 앉아 나폴나폴 날아다니는 나비도 바라보고 새소리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주워온 돌을 바라보며 상상의 나래를 폈다.

꽃밭 사이로 길도 만들고, 벤치도 만들고, 연못도 만들고, 심은지 얼마되지  나무는 벌써 자라서 아름들이가 되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었다.

즐거운 상상에 빠져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앞마당을 서성이는데 길을 가던 여자하나가 다가온다.

\"난 네 꽃밭이 좋다.\"

\"어, 그러니 고맙다.\"

그리고 생전 처음 만난 두 여자는 금방 다정한 친구가 되어 수다를 떨었다.

 

앞 마당에서 꽃밭을 가꾸고 있으면 산책하던 이웃들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엊그제는 우리 꽃밭이 동네에서 제일 예쁜 꽃밭으로 선정이 되었노라는 쪽지와 함께 몇가지 조그만 책자들이 현관에 놓여있기도 하였다.

남편이랑 아침에 동네 길을 산책하노라면 일부러 차를 멈추고 날 아는 척 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가꾸는 꽃밭이 맘에 든다고...

어떤 사람은 날더러 이사한 지 일년도 안되었는데 벌써 그 동네 숫컷이  되었느냐고 놀린다.

내 짧은 영어로 추측컨데 동물무리 중의 리더를 를 빗대어 하는 말인 것 같다.

물론 실제완 다른 그저 대화 중에 사람을 기분 좋게 하기 위한  말일 뿐임을 안다.

하지만 쬐그만 동양여자가 이사하자 마자 그 동네 리더가 된다...그다지 싫지 않은 상상이다.

 

아무도 내가 가꾸는 꽃밭에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으면 꽃밭 가꾸는 일의 재미는 줄어든다.

혼자서 즐기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과 같이 즐기면 기쁨이 두 배 세 배가 된다.

가끔 꽃을 사랑하는 마음을 내게 주신분은 내게 무엇을 원하셨을까를 생각해 본다.

꽃을 통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라고 하신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집 앞 마당을 이웃과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꾼다.

산책하던 사람이 시원한 그늘 밑에 잠깐 쉬었다 가는....

커피 잔 들고 와  앉아 새소리 물소리 들으며 사색에 잠겼다 가는...

이웃 아줌마 서넛이 모여 앉아 수다를 떠는...

유모차를 밀고 가던 젊은 부부도 잠깐 앉았다 가는...

나랑 수다떨던 여자는 가던 길을 가고 나는 다시 상상의 나래를 펴고...

호랑나비 한 마리가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나폴나폴  날아다니며 여름 한낮 백일몽에 잠긴 날 부채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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