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도 없고. 신문도 없고 전화도 없고, 그 흔한 테레비도 없는 어느 동네로 여행을 갔다.전봇대 하나를 온통 능소화가 차지해서 꽃 기둥을 세운 동네 이정표처럼 여긴 능소화가 늘 피는 동네예요 하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평균 연령이 육십대이고 젊은 축에 들고 그래도 에헴하고 어르신티를 두둑히 낼려면 미수잔치를 치뤄야 경노당이나 회관에서 어른 대접을 받는 동네다.
내가 작정을 하고 여길 여행을 온 것이 아니다. 운전을 하다말고 생뚱맞게 전혀 모르는 길에 접어들어서 어쩌다 길을 잃고. 여기가 어디예요? 하고 물어봤더니 말도 안하고 그냥 획 지나간다. 그렇다고 내가 그냥 가면 안되고. 또 따라 다니면서 여쭤보았다. 제가 여길 잘 모르는 동네데요..동네 이름이 뭐예요?했더니 그 걸 알아서 뭐 할려고? 대뜸 건너오는 어른 대답이 퉁망스럽다. 외지인은 일단 경계부터 하는 게 다반사 인거 한 두번 겪은 거는 아닌데.
그래도 헤헤 웃으면서 또 물으려니 여그가 여그지 뭐? 어디긴 어디여? 근디 사는 곳이 여그가 아니면 자네는 또 어디서 온 겨?..한 참을 듣다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거 참 디게 헷갈리네...
그래서 더 이상 묻지 못해 이름을 모르는 동네다. 정자나무가 너무 많다. 대부분 한 동네 듬직하게 한 그루 한 사오백년 묵은 수령을 잡순 느티나무나 떡갈나무등이 대부분인데. 이 동네는 삼 사백년 된 오래 묵은 나무들이 서로 허리 받쳐주고 얼키고 설킨 숲처럼 크고 그늘도 넒고. 아직 우물을 그대로 열어 둬서 내가 얼굴 디밀고 소리를 질러도 한 참 먹먹한 깊이가 대단하다. 우물색이 너무 깊다. 키가 늘씬하게 쭉쭉 뻗은 미류나무에 몇 년동안 지은 새둥지가 튼실하게 실뭉치처럼 뭉쳐서 제법 알을 낳았나 까치가 들락날락 하고. 동네 뒷동산에서 산비둘기가 두욱 두욱 암호보내는 신호도 심상치 않고. 돌아보니 여긴 아직도 오지여행을 한다는 여행가들에게 아직 들키지 않은 것 같고.
욕심 같아선 인심 풍부하고 미소가 인자한 할머니 만나면 촐랑대면서 하룻밤 어떻게 안될까요? 라고 하고 싶은 데. 첫 번째 만난 이 할머니얼굴이 전혀 그런 쪽과는 관계가 없을 듯 싶었다. 내가 괜히 지도를 놓고 왔나.. 물어 볼 것도 없이 지도만 읽을 줄만 알면 대번에 몇 번도로를 타고 설명을 들을 것도 없이 척척 알아 낼 텐데.
천하에 다시 없는 길치에 길맹에 지도에 있는 도로가 기인 선인가 보다 이렇게 알고 있는 수준에 믿을 건 오로지 동네 지나가다가 여기가 어디예요? 이건 특기라면 특기고 무기다. 그래서 다른 분에게 여쭤볼려고 정자 나무 밑에 어정쩡하니 서 있는데 ..
어디서 이미자의 노래중에 내가 아는것은 동백 아가씨 그거 하나다. 그런데 자전거 타고 오는 할아버지 뒤에서 노래소리가 크게 틀어져 동네 어귀를 돌아 입구에 들어오고 드디어 정자나무에 있는 나와 딱 마주쳤다.
\"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기 여기 동네 이름이 뭐예요? 동네가 참 좋아요?\" 했더니 느닷없이 나에게 이미자를 좋아하냐고 한다. 제가 이미자노래는 오로지 동백아가씨만 알지, 좋아 한 적은 없는데.
자전거 뒷 좌석에 소쿠리를 하나 매달아 그 속에 카세트를 담아 놓고 노상 동백아가씨만 연신 나오는 데. 그 소리가 동네 한 가운데에서 왕왕대고, 처음 보는 이 자전거며, 오토바이도 아니고 차도 아니고 자전거에 라디오를 크게 틀은 이 할아버지에 넋이 나갔다. 할아버지가 그런다. 이미자를 좋아 하지 않으면 맘이 안통한다나... 에궁...뭐 이런 동네에 이상한 사람들만 사나 싶어 자세히 봐도 멀쩡한 시골노인은 맞는 것 같고.
자전거를 보니 웃음이 나오고 피식 피식 웃기만 했다. \" 긍께 이미자를 좋아하냐고? 대답을 해야 내가 통 성명을 한당께?\" 얼결에 예.... 했더니 한 번 동백 아가씨를 불러보라네... 별 일이다. 에공 이를 어쩌누... |
덧) 얼떨결에 오지마을 여행기록을 올립니다... 2편도 있어요..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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