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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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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엄마에 그 딸...


BY 일상 속에서 2007-07-11

 

아침 식사를 하던 중이였다.

딸아이 한다는 말이,

“엄마는 왜 엄마가 됐어요?” 라나...

“!!!...”

무슨 그런 난해한 질문을 하는 건지, 무슨 의도로

그렇게 묻는 건지,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열심히 수저질만 했다.

“아빠는 왜 아빠가 됐어요?”...

함구하는 엄마가 답답했는지,

이제 제 아빠한테 화살을 돌렸다.

남편 역시,

“............” 

묵묵부답...


‘이제 9살이 벌써 힘든 세상을

깨닫고 따지고 드는 거야?

왜 저를 낳았냐고, 부모가 돼서 해주는 것이 뭐냐고

물고 늘어지는 거야 뭐야?... 내가 사춘기쯤,

고등학생 때, 내 엄마에게 따져 묻던 벌을 이제야 받는 건가...

그래서 죄는 지은대로 받는다는 거로구나...‘


직장 일에 아직도 익숙치 못해서 헤매느라고 정신없는

제 엄마의 머릿속을 아침부터 뒤집어 놓는 불효막심한

딸뇬...

어쨌든지당간, 질문에 대한 답을 구상해야 했다.


‘세상 살기 힘들지? 학교 다니랴 학원 다니랴, 많은 숙제 하랴,

모두가 그런 거란다...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이 있을까?

태어났으까, 이왕 사는 거니까, 불행해하기보다는 행복을 찾으며

사는 것이 났지 않을까?...‘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거란 말이

있단다...‘


나조차도 인생관이 낙천적이지 못한데 엄마의 욕심이

자식에게만은 좋은 생각을 심어주고 싶은 욕심까지 들었다.

벌써 자식이 커서 밥상머리에서 이런 철학적인

말도 하게 되고...그래, 이제 곧 시집보낼 날도 오겠구나...

그렇게 시간이 가는 거야.

9살짜리가 벌써 삶을(?) 논하는데...

나의 고생도 이제 멀지 않았다.


온갖 생각을 겨우 정리해서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입안에서 돌고 있는 밥알과 김치 조각의 흔적을

샅샅이 없애고 경건한 마음으로 입을 열 터였다.


“에이, 부끄럽지? 그래서 대답 못하지?

아빠 가슴에 하트가 생기고 엄마 가슴에 하트가 생겨서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된 거지?

아빠 하트는 검은색, 엄마 하트는 빨강색...

그래서 나랑 오빠가 태어난 거잖아요. 그쵸?“

“!!!!!!..........”


‘피슝~~~~’ <ㅡ 벅찼던 가슴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는 듯 했다.


근간에 짖궂은 남자친구들에 대해 언급하는 일이 많더니,

서서히 이성에 눈이 트이기 시작했나보다.

생뚱맞은 가시나라는 것이야 진즉 알고 있던 터지만 살짝 약이

올랐다.

그런데 왜 아빠 하트는 검은색이고 엄마의 하트는 빨강색이라고

생각하지?

벌써 남자는 늑대 +도둑놈이란 것까지 통달한 걸까?


남편 역시, 요즘 아이들에게 부모 노릇 제대로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들었던지, 그래서 나처럼 살짝 약이 올랐었는지

딸을 곁눈질로 흘겨보더니 한다는 말이,

“장난 놀지 말고 밥이나 먹어!”란다.

좀체 맘이 맞지 않는 우리 부부...

일심동체(?)가 되는 순간이었다.

“맞어, 밥 먹다 말고 뭔 말이 그렇게 많아? 밥이나 먹어.”


출근시간도 빠듯하고 마음은 급한데 요즘 들어 부쩍 딸의 행동이

굼떠졌다.

그리고 엄마가 집을 비운 티를 내느라고 숙제도 엉망에 학습태도가 불량해졌다는

학원 선생님의 말씀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안쓰러운 마음에

전보다 조금은 너그러워진 엄마 노릇을 하는 중이라 자부했건만...


‘도대체, 저 지지배 사고는 누구를 닮은 거야? 하여튼 엉뚱해.

밥 먹다가 왜, 엄마가 됐냐는 질문이 떠올라? 공부 빼고는 모든 것이

궁금한 가시나라니까.‘

하는 차마 겉으로 뱉어내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삭히며 출근했다.


민원이 다녀가고 잠깐 시간이 남았을 때, 측면에 비가 내리는 대형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낮은 초등학교 건물 뒤로 달랑 나 홀로 서있는 고층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저 아파트가 도미노처럼 앞으로 쓰러진다면 앞에 있는 학교를

뒤덮지 않을까?...

저 높이서 사는 사람은 잠 잘 때 무섭지 않을까? 공중에 떠있는

기분이 들어서 잠이나 제대로 올까?...‘

하는 생뚱맞은 생각이 떠오르는게 아닌가 말이지...


“...!!! ㅎㅎㅎ...그 엄마의 그 딸이네...닮긴 누굴 닮아 엉뚱한 나를 닮았지.”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더니, 딸보다 한 술 더 뜨는 엉뚱한 사고를 갖은

내가 아침에 딸에게 곁눈질 한 것이 ‘뜨끔’하고 찔렸다..

저녁에 가거들랑,

무한한 사고를 소유한 딸의 사기를 올려줘야겠다.

무한한 사고는 무한한 창의력(?)도 낳을 수 있는 거니까....

아~! 꿈보다 해몽이 좋은 나...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자식을 연관 짓고 싶은 엄마의 욕심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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