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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 시험빈 자리가 하나도 없이 빼곡히 앉아있는 사람들팔팔한 이십대에서부터 반백의 육십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얼굴들... 배움에 나이가 무슨 소용이랴... \'책상 위의 소지품 모두 내려놓으세요!\'강경한 내 말에 모두들 깜짝 놀란 표정들이다.그도 그럴 것이 오전 시간엔 아무런 절차도 없이 그냥 시험지를 나눠 주었으니 이번 시간에도 여전히 호락호락할 거라 여겼다가 뜬금없이 날벼락 맞은 격일테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버젓이 앞에서 지켜보고있는데 그사람들 중에서도 젊으나 젊은 것(?)이책을 떡~하니 꺼내놓고 보는 배짱은 또 뭐란 말인가.곧바로 쫓아가 신경질적으로 책을 나꿔채 땅바닥에 내려놓았다.거의 내동댕이쳤다해야 맞을라나...어린 학부생들 같았으면 그 시험지 빼앗아버렸을거다... 잠시 싸늘해진 강의실 분위기.하지만 이내 눈치작전으로 되돌아가고야 만다.시험지 밑에 미리 작성해 온 자료를 깔고 쓰는 이.힐끗 거리며 아래 자료를 보고쓰려 안간힘을 쓰는 이....
- \'보고 쓰라해도 눈이 침침해서 잘 안뵈는디...\'뒤쪽에서 흰머리가 히끗거리는 이가 중얼거렸다.순간 잔뜩 긴장했던 강의실에 폭소가 터져나왔다. 그래...후배교수가 그랬지...오십대 넘은 사람들이 컨닝하면 그냥 눈감아주라고...시력이 좋지않아서 볼래야 볼 수도 없다고...보라고 옆에서 답안을 보여줘도 틀리게 쓰고 만다고... 밤새 공부해놓은 문제가 안나왔다고 울쌍을 지은 채펜만 들고 머리를 싸매고 있는 앞자리의 노목사님...그 모습이 차라리 순수해보인다.쪽지를 건넸다.\'공부한 것 아무거나 쓰세요\' 금새 표정이 밝아지시더니 바로 뭔가를 쓰기 시작한다.아이같은 그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하기야...누구를 탓하랴...무심한 세월이 유감이지...요즈음엔 나도 머릿 속 생각과 말이 다르게 나온 적이 가끔씩 있었쟎은가... \'왕의 남자\' 영화를 보며 아이에게 연산군을 광해군이라 해서 여태 당하고 있기도 하고.무식한 엄마라고...^^* 어느날엔가는 아이들과 드라이브 하던 길에귀곡산장같다는 도청 입구 폭포수를 지나치던 때... \'얘, 너 저 분수대 봤니?\'라고 했다가 \'어우~~울엄마 ~역쉬 무식해 무식해~~분수대와 폭포수도 구별 못해?\'라는 둘째넘의 야유를 받았지... 그 때 큰넘은 또 어땠는가...한 술 더 떠 은근히 이 어미를 놀렸었지...점잖게 목소리를 깔고 아우를 나무라는 척, \'아무려면 똑똑하고 현명하신 울 엄마가 분수대와 폭포수를 구별 못하셔서 그랬겠니~엄마가 폭포수를 보고 분수대라 그러시면우리가 새겨 듣고 그저 폭포수려니~하고 받아들여야지~ 이젠 엄마가 그럴 연세가 되셨쟎냐~\' 녀석의 말이 어찌나 능청스러운지그 순간 화도 못내고 박장대소를 했긴했지만속으론 피눈물(?)을 흘렸었지... 아...무심한 세월이여... 그래...그런 나이...이젠 정말 어느새 그런 나이가 되었나보다... 아들 딸 결혼 시킬 나이부모님이 우리 곁을 떠나실 나이자꾸만 기억력이 흐릿해지는 그런 나이... 수십 개의 전화번호를 일부러 외우지 않아도 거미줄처럼 술술 잘 나오던 머리가 이젠 폰에 일일이 입력해두어야만 안심이 되는 나이 기억력이 좋아 \'움직이는 백과사전\'이라 불렸던 내가어제 메모해 둔 쪽지를 찾기 위해책상 근처를 수십 번씩 맴도는 나이...혹시나 잊어먹을까 봐 메모를 해 둔 그걸 찾아서...^^ 아들 결혼 식 후 폐백실 앞에서내 손을 맞잡고 \'자꾸만 눈물이 나네...\'하며 눈물을 훔치던어릴 적부터 맑고 순수했던 친구 영순이...얼마 후면 나도 너처럼 그렇게 눈물 그렁이겠지... 하객으로 온 친구들의반색하는 그 모습 군데군데에도 어느결엔가 세월이 켜켜이 앉아있었다...
그래...우리 모두 이젠 \'그런 나이\'가 되었구나... 하지만...아무리 그런 나이가 되었더라도이쁘게 우아하게 세월을 맞자... 건강하게~!멋지게~!!힘차게~~!!!아자 아자~~!!!!
**장마가 잠시 주춤한 날에 한낮의 햇빛은 따갑기만 합니다...모두들 여전히 잘들 계시지요??많이 그립습니다...^^늘건강과 행복이 넘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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