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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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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글을 또 훔쳤지요.


BY 정자 2007-06-23

우리집은 없는 게 참 많습니다.

집전화는 한 칠년전에 사정이 생겨 통장 잔고가 없어서 자동이체 몇 번 못 빠져 나가더니

금새 밀려 저절로 거는 게 안되더라구요.

그러더니 받는 것도 뚝 끊어지는 데

나중에 공중전화로 전화번호를 눌러서 신호가 가나 안가나 해 봤더니

고객의 사정에 의해서 수신이 정지 되었습니다하고

어느 이쁜 목소리로 친절하게 알려주데요.

 

그런데 전화가 그렇게 안되도

별 큰 일도 없고, 느닷없이 아쉬운 일도 별로 없고

여긴 한적한 시골 한 구텅이고 보니 언젠가는 밀린 전화요금을 내고 다시 살려야지 했는데.

이젠 그 전화 없어도 살만  하게 된 겁니다.

 

전화가 없으니 지금은 당연히 있는 컴퓨터도 없습니다.

뭐 전화선이 있어야 인터넷이 되네 뭐네 하는데.

그렇다고 전화요금 안에 인터넷요금이 포함 되는 것도 아니고

또 따로 요금을 내야 한다는 데.

인터넷요금도 못내서 또 짤리면 그것도 귀찮은 일이 될 것이고.

이래 저래 미루다가 여태 그냥 컴퓨터도 없이 삽니다.

 

그런데 제가 어디서 글을 올리냐구요?

헤헤...

그냥 버스만 한 번타고 한 이십분 운동삼아 걸어 가면

평생동안 무료로 책을 빌려준다는 도서관에서 피씨방처럼 잘 해 놓고

돈도 안 받는 컴퓨터가 몇 십대입니다.

백수이니 어디서 놀러오라고 하지도 않고

나도 그냥 갈 데 없으니

만만한 여기는 여름엔 시원한 에어콘 틀어주고

도시릭만 갖고 오면 하루는 그냥  공짭니다.

 

누가 그러데요.

애덜은 어떻게 공부 시키냐고 컴퓨터 없으면 불편하지 않냐고 하는데.

우리 공부 할땐 그 시절엔 뭐 이런 거 저런 거 없어서 공부를 못했다고 핑계 댈 게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 얘들은 너무 할 게 많아요.

게임도 해야죠... 그럴러련 피씨도 제일 속도가 빠른 걸로 업 시켜야죠.

공부도 무지 무지 많이 해야죠.

학교도 학원도 몇 개나 다녀야죠.

사실 어린학생들이 어른보다 더 바빠요.

 

우리집에 사는 나의 아이들은 별로 할 일이 없는 거죠.

집에 게임기는 사 줄려고 했더니 구식이라고 하네요. 울 아들이.

그런데다가  한 십사년이 되가는 늙은  테레비는

정규방송만 나옵니다.

 

유선을 달면 아주 잘 나온다고 하던데.

수신료가 너무 비싸요. 그래서 그냥 2500원짜리 수신료나가는 방송국이 젤 싸다!

이것만 보자 했더니.

울 아들이 그러데요.

EBS는  학원비 내야 되?

 

이래저래 간편하게 삽니다.

간단한게 평생 가도 신물이 나지도 않고.

 

그런데 한가지 욕심이 나는 게 있습니다.

책이 좋으면 책에 욕심이 나듯이

글이 좋고 거기다가 그림이 좋으면 얼른 갖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아컴에서 글을 하나 또 가져 갔는데.

자꾸 가슴이 털날 것처럼 근질근질해서

자수를 해야 내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습니다.

오늘 참 좋은 여름입니다.

좋은 주말 되시고 안녕히 계십시오.

 

정자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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