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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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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속에서..


BY 강나루 2007-06-21

아침 6시. 전날밤 씻어 놓은 쌀에  검정 콩을 넣어 밥을 앉쳐 놓고
운동화에 창 넓은 모자 쓰고  콩 밭으로 향했다.
며칠전  콩 싹 튀운 것을 시어머님이 밭에 심었는데 새들이 혹여 쪼아 먹진 않는가
수시로 살펴 봐야 해서이다.
이 곳엔 야생 비둘기도 있어 콩 싹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진 신경을 써야 한다.
마을을 벗어나 비탈길을 올라 간다.
길 한가운데엔 토끼풀이 무리 지어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문득 소녀적 네잎 클로버를 찾던 기억이 새롭다.
한번도 네잎 클로버를 찾진 못했었지만...
 
신선한 아침 공기가  가슴속까지 파랗게 물들여 준다.
콩밭에  다다라 보니 새 그림자도 안보였다.
녹색의 콩 싹이 뾰쭉히 올라와 있다. 너무 이쁘고 신기 했다.
한 알의 콩이 흙속에 묻히면 이렇듯 싹을 틔우고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 수 많은 열매를 맺는다.
콩밭 옆 시 외조부모님의 산소 가엔 노오란 들꽃이 지천이다.
이곳에서 평생 살아오신 마을을 내려다 보며 잠들어 계신 두분은
참 편안 하실 것 같다.
 
[ 와할아버님 할머님, 하늘나라서 편안 하시죠? 거기도 봄이 가득한가요?]
 
인사를 드리고 산소에 난 잡풀을 뽑는다 .
산새소리 자욱하다. 봄은 어느새 이 만큼 익었구나.
내친김에 마을 외곽길을 한바퀴 돈다.
모심기 끝낸 물논에 비친 산 그림자.
누우렇게 익어 가는  보리밭을 지나 저수지를  돈다.
바람에 하르르 물살  일으키는 수면 위로 아침 햇살 잘디잘게 부서지고
바람은 간들간들 내 볼을 간지럽힌다.
 
살아 있구나. 저 풀이나 나무나 들꽃처럼 나는 이 봄 속에 살아 있어
목숨은 목메이도록 저린 것이구나.
문득 걸음 멈춰 길가의 연보라색 들꽃을 들여다 보며 향기를 맡아 본다.
 
어디쯤 너가 서성이고 있다면
나에게 오라고 말하고 싶다.
봄 빛 가득한 내 가슴 열어 너를 반겨 주리라고.
 
길이 없다 생각해도 어딘가 길은 있어
세월의 들판에 핀  작은 플꽃 되어
청보리 익어가는 들길 사이
나즈막한 휘파람으로 다가올 너를 마중하고 싶다.
 
잠시  희망, 사랑을 꿈꾸어 보며
꽃 지고 난 가지에 무성한 잎과 작은 열매를  달고 있는 사과나무 과수원을 지나
집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마알간 아침햇살 한줌이 마루에 살큼 들어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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