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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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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어머니를 두둘겨 때렸습니다.


BY 정자 2007-05-20

아니! 아버지 언제 오셨어요?

응.... 지금 버스 기다리고 있다.

 

전에 보다 더욱 늙어 보이신다.

한차례 감기를 앓다가 또 느닷없이 암수술을 두 번이나 받으시니

영낙없이 기운이 없어 보이셨다.

 

우리집 근처에 아버지의 밭이 있다.

연세드시니 적적하다고 버스타고 들어 오셔서  버스정류장 바로 뒷편에 우리집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셨다.

 

마침 남편이 상추씨를 뿌린 뙤기 밭에 삐죽 삐죽 올라온 어린 적상추를 솎아내시면서 버스 기다리는 걸 보니 괜히 속상하다.

 

아버지 제가 태워 모셔다 드릴께요...

우선 옷 좀 갈아입고요...

 

뭘 귀찮게 그러냐? 내비둬라.....

노상 그런 말씀만 하신다.

 

이젠 있는 며느리는 나하나고.

집 나간 며느리에, 떠난 며느리에. 이혼당한 며느리만 잔뜩 있는 울 시아버지는

늘 그 말씀만 노상 하신다...

내비둬라...

 

아버지는 생선을 좋아하신다. 특히 생태찌게를 좋아 하신다.

여전히 손수 직접 생태를 다듬어 직접 끓여드시는 그 찌게를 오늘은 웬지 내가 해주고 싶었다.

 

아버지! 가는길에 시장에 들릴까요?

왜?

싱싱한 생태있슴 오늘 저녁 찌게는 제가 해드릴께요?

야야..그냥 내비둬라...

또 그 말씀이시다.

 

나는 또 내비둬라는 말을 내 마음데로 시장에가서 단골생선가게에 들러서 턱하니 잘생긴 생태 두마리를 사들고 와도 야야...그냥 오지 귀찮게시리.... 이러신다.

 

생전을 그렇게 사시는 분인데.

야야... 니 엄니 허리를 못 써서 방바닥을 기어 다닌다...

예? 뭐라고요?

한 몇칠됐는디.병원에 가도 영 신통치 않다....

 

어머니에 대해서 한마디도 나에게. 아니 맏며느리인 나에게 어떤 말도 하신적이 없는 분이시다. 말하면 더욱 껄끄럽게 잊혀진 그 아픔들이 생각 날까봐 그러실게다. 그런데 이젠 어머니가 허리를 못쓰신다고 처음으로 말문을 여시니 전해듣는 맏며늘인 나도 보통 아프신 게 아니구나 했다.

 

아버지! 내일 어머니 병원에 가신데요?

늘상 병원을 노인정보다 더욱 많이 가시는 걸 아는 내가 불으니

몰러..왜?

제가 내일 가 뵌다고 전해주세요?

야야... 니가 힘들텐데...

 

그냥 내비두라고 해도 갈 건데, 내가 힘들다고 먼저 걱정부터 하신다.

날짜 바뀌어서 얼른 어머니를 뵈러 가니 진짜 일어나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앉아 있는 모양이 단단히 허리병이 나셨다.

 

어머니는 어쩐일로 웬일로 왔냐고 하신다.

세상에 그새 목소리도 이빨빠진 호랑이처럼 힘이 하나도 없다.

뜨거운 찜팩을 만들고 엎드려보세요... 뒤집어 보세요....

어깨를 만져보니 날개죽지는 이미 털이 빠진 영양가도 모두 다 털린 빈 둥지같이 가볍다.

 

그 세월속에서 남은 건 이 아픈 몸에 세명의 손자를 키워야 하는데..

나는 어머니 제가 만지면 무지 아플거예요...

그래도 아픈 혈을 풀지 않으면 걷는 것도 힘들으니 좀 참아야 되요?

응... 알았다... 니가 힘들텐데...

 

한 참을 두둘기고 핫팩에 지지고 운동을 시키니 조금 부드러웠졌다.

어머니 머리 끄댕이를 잡아 댕겼다.

허기가 잇으신가 식은 땀이 머리에서 배어 나온다.

잠을 잘 못자죠?

응... 자다 깨고... 깨고 나면 잠이 안 오고....

 

야 야...그만혀라...니가 힘들텐디...

그래도 좀만 더 해야 되요... 이거 안하면 또 허리 못써요...

 

이젠 나나 어머니나 서로 말이 없다.

참 오랜 세월에 서로 등밀면서 등 두둘겨주는 고부간이 될 것이었는데.

너무 어렵게 에돌아서 온 것이다.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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