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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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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알바하는 정자이야기


BY 정자 2007-05-04

아줌마! 왜 뺠리 고추장 안갖고와요?

 

주문하면 얼른 주는 속도가 한 일 이분정도도 느긋함이 없는 손님말씀이다.

그러면 나는 더욱 느려진다.

저기유..지금 고추장 푸고 있다는데유...

 

말씀하신 손님은 멍하니 나를쳐다본다.

나를 왜 보냐고요... 하고 묻고 싶은데..

히히 그랬다간  손님 얼굴이 엉망이 될 것이고.

 

저기요,,죄송하지만 고추장 좀  주면 안될까요? 이렇게 손님이 주문하면

일이분도 길다. 그저 후다닥 갖다주고 싶은 이쁜 손님이다.

 

별로 안 죄송한 고추장 여기 있습니다. 하고 드리면

허허 웃으신다. 나도 따라 웃고.

 

여기는 즉석밥을 남비에 해드린다.

두사람이 오면 이인분으로 금방 밥을 해서 고슬고슬하게 하는 기술이 특별나다.

거기에다 노릇노릇하게 달군 누룽지도 긁어드리고  구수한 숭늉도 해 드린다.

 

가끔가다가 남자들만 서넛이 오는 손님들은 나 보고 밥좀 퍼달란다.

아줌마! 밥 좀 퍼줘요? 밥을 한 번도 안퍼서 몰라서 그러는 디...

 

히히 그러면 이번에 제가 시키는데로 한 번 해보실래요?

 이 밥은 오신 손님중에서 제일 멋진 사람이 푸는 겁니다.

어디 누가 젤 잘생기셨나....

둘러보는 척하면 서로 얼른 주걱을 잡기 바쁘다.

어이구. 이렇게 잘 푸시면 집에서도 사모님에게 사랑받죠.... 푸시고 난 후 누릉지를 해드릴까요? 구수한 숭늉을  해드릴까요?

 

대개 숭늉으로 해달라고 한다. 가끔가다 반 반  누룽지나 숭늉을 나뉘어서 해달라고 하기도 하지만 그레도 숭늉이 단연 인기다.

 

단체손님들이 오면 특히 직장회식으로 높은  분들을 모시고 오는데

나는 또 개구장이 기질이 삐질 삐질 나온다.

 

\" 밥이 아주 뜸이 잘 들었습니다... 근디 여기 이 분이 젤 잘생기신 미남이네요... 이 밥은 미남이 퍼야 더 맛있는 밥인디...\"

 

 이렇게 말하면서 그 높으신 남자 앞에 밥솥을 놓고  주걱을 집어 주면서

밥을 푸시면 맛있는 구수한 숭늉은 제가 해드립니다. 이러면

그래요.내가 밥은 젤 잘푸게 잘생겼어요? 하고 묻는다.

 

같이 온 부하직원들이 모두들 마주보고 웃는다.

사실 매일 남자들은 나가서나 들어가서나 밥을 풀 기회가 없다.

특히 직장생활에 집에서 밥 한끼도 못먹는 날이 더 많다.

이 참에 우리 식당엔 밥을 푸는 남비밥은 대 히트가 되었다.

 

같이 온 손님들은 상사가 퍼주는 밥을 넙죽 받아먹으니 기분이 편안해지는 모양이다.

부부가 같이 오면 나는 으례껏 남편쪽에 남비를 놓는다.

아내에게 밥퍼주는 남편이죠? 이러면 얼결에 예! 예!..

그러면서 누룽지도 맛있고 숭늉도 먹고 싶은디 두가지 다 해주면 안될까요?

손님이 그러시니 나야 안될 이유가 없다.

 

그럼유...밥만 아내에게 퍼주시면 얼마든지 해드리죠....

 

온 가족이 오시면 연세드신 분들은 일부러 처음부터 숭늉을 먼저 해달라고 한다.

에휴... 그럼 우물가에서 밥한다고 쌀씻고 있는디 숭늉을 먼저 찾으면 어떻케 해유? 했더니

그럼 그럼..내가 기둘려야지.

 

왜 밥을 빨리 안주는 거여? 이러는 손님에겐

밥이 익어야 주쥬~~~ 말도 더 느리게 한다.

 

아직 밥이 멀었나요.. 배고픈디... 이러시면

지금 주면 밥이 설었는데..지금이라도 드릴까요? 헤헤.

 

계산하시면서 한 손님이 그러신다.

큰 일났어요... 배가 무거워서 차가 안 나가면 워떡해유?

 

그러게 누가  그렇게 많이 먹으라고 했어유? 맛있게 잡수시라고 했죠!

히히... 손님보고 말타박하는 것도 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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