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산 가는 길에 버려진 폐선 두 척 목이 마른 배는 뻘을 삼키고 뻘을 태우다가 뻘속에 처박혀 오도가도 못한 채 낡아가고있었다. 아팠다. 얼마나 많은 날을 그렇게 버려져있었을까? 뻘은 어머니의 젖가슴이다. 뻘이 숨쉴때마다 발버둥치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어머니의 숨결이다. 뻘은 어머니의 젖은 손마디이다. 갈라진 손가락 부르튼 손등, 어느 하나 완전할 이 없는 상처투성이 어머니의 목숨이다.
하늘에 길이 있어 새가 날듯 뻘에도 길이 있어 물이 흐른다. 산계곡 밀어올려 물길 만들면 그 길은 시내가 되듯, 뻘은 밀려왔다 밀려나간 자리 하염없이 지켜주는 돌부처이다. 시간이 어찌 흐르는지도 모르는 채, 일어나면 아침을 먹고 서둘러 알뜰장 노점으로 달려가던 날들이 하루이틀 반복될때마다 나를 짓누르는 또 다른 굴절된 자화상 하나가 거울 속에 있어 마음 한켠으로 섬이 생겨버렸다.
버려진 섬, 그래 그것은 무인도였다. 아무도 와 주지않는 텅 비어버린 섬에 나를 가두고 나는 그게 인생이려니 하고 마냥 달려왔던 것이다.
이제는 그 무인도에 집한 채 지어보고 싶다. 그 집이 거꾸로인들 또 어떠랴? 그동안 인생은 서로 등 기대며 살아가는 것임을 몰랐다. 저 집도 서로 등 기대고 보듬어 안으려 애쓰는데 나는 내 안의 자화상에 나를 가두기만 했을 뿐 하물며 허공도 서로 등 기대고 서서 하늘을 이고 서 있는데..... 마을은 각기 제 취향대로 서서 강물을 굽어보았고 강물은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의 포로가 되어 출렁거렸다. 다만 , 바둑판처럼 이어진 논만 정직해야 한다고 의연하게 살자고 미동도 없었다.
나는 저 길을 걷고 싶었다. 내가 저 강물위의 길을 바라보는 이유는 낯선 너를 만나 낯익은 나를 만들기 위함이다.
마니산 정상에서 바라보았던 그 길을 내가 걷고 있음은 참으로 행복이었다. 내가 발디뎌 나가 그 길 걸어갈 수만 있으면 그 길이 가시밭길인들 또 어떠랴!
글/김덕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