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끔 머리를 식힌다는 핑계로 고스톱을 친다.
명절때 시골 친정집에 가면 식구들이 모여 재미삼아 쳐본적은 많았다
그때의 내 별명은 \"열린지갑\"이였다
아직도 점수셀줄도 모르고 고! 도 잘 못 외친다 무조건 나면 스톱을 외칠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다리가 다쳐서 집에서 쉬고 있을때 같이 백수 생활을 한적이 있었다
글도 쓰고 주부독서회로 인해 책도 많이 읽는 편이라 그때도 아마 작가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한 7편정도 빌려다 열심히 방바닥을 뒹굴며 읽고 있는데....
남편이 컴에서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것이였다.
그건 바로 고스톱?
고스톱을 열나 치고 있는 남편 뒤통수에 대고 이봐요 고톱은은 뭐니뭐니 해도 광도팔고 죽기도 하면서 인간이랑 쳐야지 웬 싸이버 고스톱........
난 이토록 독서 삼매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당신은 고스톱에 빠져 허우적거리다니
나를 본받으라고????
하며 열심히 비웃었다.
그런데 신경이 온통 고스톱으로 향하고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기에
그거 재미있어?
그거 진짜 재미있어!
하며 슬슬 남편가까이 가서 결국엔 나도 한번해보게 가르쳐줘
남편은 재미 있다며 친절하게 치는 법까지 가르쳐주고 행여 돈을 잃기라도 하면
슬쩍 열받는것 같았다
싸이버 머닌데 뭘 기분나빠해 하며 면박을 주며 쳐보는데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가끔 큰 돈을 잃기라도 하면 남편은 말한다 오빠가 따줄까?
그렇게 다정하게 오가며 고스톱을 즐기는 가운데 나도 이젠 중독이 되어갔는지
아이들도 있구 남편이 나갔다 들어왔는데도 고스톱을 여전히 치고 있었다
마약과 같은것이라고 타박을 하면서도 계속쳤다
남편이 그만하라고 했다 그래도 했다
남편이 그만하라고 소릴 질렀다
그래도 몇번만 더 할꺼야 했다
드뎌 남편이 버럭 화를 냈다
약간 쫄았다
애들도 자기들 방으로 각자 흩어졌다
그래도 난 컴에 붙어 열심히 아주 열심히 마우스버튼을 눌러댔다
남편이 다가왔다
순간 코드가 뽑히고 컴은 창밖을 향해 슈~~~~~~웅 하고 날아가더니 쿵!
큰 괭음과 함께 브라운관이 터지고 박살이 났다.
무서워서 가슴은 팔탁거리며 뛰고 있었지만 남편이 미웠다
남편은 열이 있는데로 받고 방으로 들어갔고 그 틈을 타고 아이들이 뛰어나와
창틀에 올라가 초전박살난 컴퓨터의 잔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뒤 따라가 빼콤히 끼어 들어 쳐다보니 시커멓게 브라운관이 터져서 박살이 나 있었다
나는 남편을 원망하고 애들은 컴퓨터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한숨만 쉰다
다음날......
나갔던 남편이 저녁에서야 돌아왔다
우린 서로 싸웠다고 생각했기에 얼굴한번 쳐다보지 않았고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저녁을 하고 있는데 남편은 뭔가 열심히 나르더니 컴퓨터셋팅을 하고 있었다
새롭게 LCD모니터로 사가지고 와서 연결을 하고 있었다
견눈질로 살짝 훔쳐보니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연결을 하고 있는데 쫌 미안했다
그래서 나도 잘못도 했구 아이들도 서로 사과하고 빠른 화해를 바라고 있기에
포스트잍에 메모를 했다
어젠 미안했어 설치 끝나면 나가서 소주 한잔할까?이렇게 써서 모니터에 붙였다
읽어보더니 쓱 쪽지를 뗘낸다
그리고 우린 밖에나가 술 한잔 하며 화해했다
서로 고스톱 안치기로 그런데 그 버릇을 못 버리고 간혹간혹 남편몰래 치고 있다
가끔 애들이 보면 엄마! 이번에 아빠랑 싸우면 모니터 말구 본채 !
맨날 용량이 적어서 스트레스 받는다고 무슨 일만 있으면 엄마 본채 이번엔 본채 던져야해!
하며 그때를 회상하며 가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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