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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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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선의 함정


BY 도토리 2007-04-16

내 나이. 스물 두살 나던해 12월.
친정 고모로 부터 전화가 왔다.
 
[맞선 한번 볼래?]
[엥???????????이 나이에 무슨 맞선을?]
 
[나이가 어때서?사람 괜찮단다..보기나 해봐라~]
 
남자라고는 오빠와 아버지 밖에 모르던 나.
나의 상대가 될지도 모를 이성과의 맞선이라..
 
처녀 총각이 짝을 찾기 위해
중매인을 통해 서로를 소개 받는 자리.
 
요즘으로 치면 소개팅이라고 하면 표현이 맞을까?
 
맞아 떨어지면 평생 짝이 되고
틀어 지면  맞선 경험횟수가 한자리  올라 가는~.
 
밑져 봐야 본전이고 
건지면 팔자 고치는 환상에 사로 잡히는 맞선.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호기심에 따라 나섰다..
 
지하 다방.
내 쪽에선 시골에서 아버지와 삼촌이 올라 오시고.
친정 언니와 고모 숙모가 동석을 했다.
 
왜 그리 떨리던지.
남자쪽에서도 울타리 안의 가족들이 나를 보기 위해 우르르 몰려 나왔다.
 
처음본 남자앞에 앉아 있는데 손에 땀이 난다,.
 
긴장된 마음은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아무 느낌없이
[맞선이 이런 거구나..두번 볼건 못되네..]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헤어졌는데.
그 이튿날  고모님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어떻드노??]
[몰라....난 아직 생각 없다 이나이에 결혼은 무슨.....]
 
[야 이년아~~한번만 더만나 봐라..우리가 보기엔 괜찮아 보이던데..인연은 놓치면 나중에 후회 한데이...]
[아이씨~~~몰라~생각없어~]
 
[다시 만날 약속 장소 정해 두고 시간도 잡아 놓았다..실수 시키면 안되니 한번만 더 만나라.]
 
[만나면 자세히 관찰 해봐라..요즘 되먹지 못한 인간들은 만나면 손부터 잡고 한다더라.
행동을 잘 살펴 봐라 젊잖은지 ..안그런지.]
 
 
마지 못해 약속 장소로 나갔다.
어색함을 어떻게 표현할까?
 
두번째 만남
질문이 오고 갔다.
[술 드시능교?]
[기분 최 고조일때 소주 반병이면 저승길 오락 가락 합니다.]
 
소주 반병에 저승길이 보이면 .
음주의 적당선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객관적인 느낌일뿐
여전히 내게선 아무런 느낌이 없다.
 
[어떻드노?]
[고모 걱정 처럼 손은 안잡던데??]
 
그말이 오케이 사인으로 받아 들여 지며.
나도 모르는 사이
양쪽 집안에선 알사 천리로 결혼 준비가 진행이 되었다.
 
맞선시두번 볼건 못되겠다던 다짐이 현실이 되어 버린 기구함.ㅎㅎ
 
22살 12월에 선을 보고
23살 3월달에 결혼으로 골인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난 참 바보였다.
연애 기술을 부리면 집안에서 쫓겨 나는줄로 알았고.
 
부모님의 명을 한번도 거역 하지 못한.
세상에서 가장 착한 딸이었다.
 
이상형이라곤 털끝 만치도 일치점이 없던 사람과의 혼인에.
거절 하지 못하고 그대로 딸려 갔다.
 
철이 들 시간도 없이 한남자의 아내로 붙들려와.
숱하게 겪은 결혼 생활의 시행 착오를 거치며.
 
어른으로 거듭 나기까지의 파란 만장했던 지난 시절이다..
 
맞선 후에 데이트시.
손한번 잡지 않은게  점잖음으로 어필이 되고
결혼으로 이어지게된.
나는 그걸 인연의 함정이라고 정의 한다.
 
소주 반병이라던 주량은 
세병을 거뜬히 먹어 치우고도
또 술을 찿는 주당이란걸 알게 되고
 
미꾸라지 처럼 남편 품을 빠져 나가려던 나의 꿈은
정이라는 그물에  걸려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투정과 시비는 나의 몫이었고,.
다독임은 남편의 몫..
 
나라를 I.M.F 라는 소용 돌이 속으로 몰아 넣었던 그해.
 유리를 제작하는  회사의  공장장으로 재직을 하던 남편이
그대로 주저 앉게 되었다.
 
직장을 잃게 된 그해.
절망과 한숨.
암흑 같은 예견된 앞날에 삶의 회의가 몰려 오기도...
 
세월은 굴곡진 모든걸 바로 세워 주기도 하고.
거꾸로 쳐박기도 하는 마력을 지녔다.
 
상처가 치유 되는것도 세월의 흐름이며.
묵은 김치가 맛이 나듯이.
나이가 들어가며 철이 드는가 싶더니
자연 스럽게 어른의 반열에 올랐다.ㅎㅎ.
 
그 동안의  삶의 회환들.
결혼 싯점 부터 헝클어 지기 시작했던 나의 인생 노트가
이제 반듯하게 정열된 글씨체로 체워 지기 시작을 했다...
 
실패한 결혼 생활이라며
늘 투정에 익숙해 있던 내가.
마음의 여유를 찿으며
조심 스레 행복이란 단어를 떠올려 본다.
 
내가 느끼는 행복의 기준은 아주 작고 소소하다.
욕심을 버리고.
사심을 버리고.
현제의 내 모습에 만족하는 삶..
 
타인에 의한 평가로 치자면 분명히 평균치 이하이다.
 
부도 명예도 가지지 못한 소시민의 삶이지만.
살아 보니 그거?
별것 아니더라~~
 
아무래도 내가 해탈의 경지에....킥~!
 
맞선으로 평생 속고 사는게 있다.
소주 반병이라던 주량은
숫자로는 헤아리기 힘들다.
술독에 빠져 산다면 과장일까?
 
그것도 내 스스로를 자위 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술을  퍼 마시는 횟수와 국가 경제는 비례의 등식이 성립될것 같아서.
 
딸은 연애 결혼을 시킬 참이다.
더러 중매한다는 사람이 있긴 해도.
결사 반대다...
 
연애 결혼으로 인한 행복 지수..
그것은 중매 결혼으로 느끼는것 보다
몇만배 더 배가 될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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