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 정상에서 바라본 섬진강물줄기에 내 마음의 숨은 물고기들이 마구 뛰어 노니는 듯 했으니 어디까지가 산이고 어디까지가 강물인지 나는 몰랐습니다. 살아, 나 살아 이렇게 아름다운 산에 우뚝 서서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음은 행복입니다.
산은 산대로 깊어 좋고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에도 어느새 꽃이 지천이니 지리산은 온통 세파에 찌든 나를 비우고 저 청아한 강산만 품으라 합니다. 내가 산을 어찌 품을 수 있으리까? 작은, 티끌같은 내가 산의 품에 조금만 안겨있어도 나는 감동이겠습니다.
꽃잎 하나둘 지지 못하고 통째로 톡톡 떨어져 빨갛게 물이 들어버린 화엄사 근처엔 이미 봄이 완연하거늘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얼마나 울었는지 동백은 소리도 없이 그렇게 주저앉아 봄을 재촉하고만 있습니다. 잠시 상념에 잠겨보는 시간......
산수유 이파리 꽃잎 마다 그대 고운 미소 스며있어 꽃만 보았는데 그대는 이미 함초롬 웃음 우물 가득 넘치고있으니 꽃잎도 시샘해서 더디 필까 두렵구려. 당신과 같이 한 이 한적한 산행에 더도 덜도 말고 딱 오늘만 같아라 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소! 여보.
남자와 꽃은 안어울린다 하더니만 산수유와 저는 잘 어울리지 않나요? 살 고운 가지에 연노랑 빛 흐드러지게 피지도 못하고 다가오는 봄, 혹여 아플란가 조심조심 꽃잎 피우는 산수유 은은함에 취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진은 다 보여주는 것보다는 조금은 감추고 남는 것만 보아도 아름다운 것임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하물며 세상 살아가는 우리들이 혹, 다 보여주며 살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는 날입니다. 당신앞에 웃 자란 초록빛 자운영 그 부드러운 이파리에 드러눕고 싶은 하루였습니다.
초록 바다에 나들이 나온 상춘객들의 모습에서 벌써 봄은 다가왔더이다. 사랑은 서로 마주 보는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던가요? 행복이 별건가요? 더불어 거닐며 같은것을 느끼고 더불어 오르며 같이 땀흘리고 더불어 고생같이 덜어주는 사람 사는 맛이 참 행복이 아닐까요?
그리운섬 김덕길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