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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시부모님에게 떡케이크 선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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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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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BY 오월 2007-04-04

김용택 시인은 초등학교 때 끝없이 핀 자운영 꽃을 보고 눈물이 났다지요.

참 다행입니다.

늘 남보다  쓸데없이 많은 웃음과 울음이 싫어 내 자신마저 미워 했는데

예쁜것을 보고도 울음이 나는 사람이 나 말고도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요.

나만 추운가요.?

아니면 모두 추운가요.

회사 겨울 유니폼 위에 겨울 잠바 하나를 또 걸치고 조심스레 밖으로

나갔더니 직원들이 날 보고 키득키득 웃습니다.

웃지 마세요.내가 지금 많이 아프답니다.

하지만 몸이 아파도 양지쪽 쑥들은 얼마나 컸는지 앵두나무 새싹은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해서요.

 

질척거리는 논 둑으로 조심스럽게 걸어봅니다.

우리 기사님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개들이 자꾸만 새끼를 낳는다며 \'정조대\'

운운까지 하며 이제그만  새끼를 못 낳게 하라하지만 그 분들은 정말 모르는게

있습니다. 내가 논 길을 걸을 때 강아지들이 줄줄이 날 따르며 호위 할 때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그리고 못생긴 강아지가 만들어 내는 귀여움이 얼마나 큰지

온통 몸 색깔이 까만 강아지는 어디가 얼굴이고 눈인지 분간이 안가 혼자 시커먼

덩어리를 한참 바라보다 깔깔거리며 웃곤하지요.

내 쌀값이 강아지들 사료값으로 사용 되더라도 난 힘닿는데로 개들이 강아지를

낳을 수 있게 도울것입니다.

바람난 개를 보는것은 좀 민망하지만.....

 

무모한 자신감은 되지않게 오만함을 키워 난 아프지 않을 자신감마져 가지게

하더니 가혹한 응징에 하늘만큼 땅 만큼 후회를 했습니다.

몇 년 쯤 먹을약을 모두 먹고 엉덩이가 아파 돌아누울 수도 없을만큼 주사를

맞고 팔뚝에 멍이 퍼렇게 들도록 혈관을 찾아 헤맸지요.

각설하고 죽을만큼 아팠습니다.

하지만 내가 아파도 식구들 밥 굶기지 않았고 ,청소도 시키지 않았고 설거지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끙끙 앓고 다니면서도 내 할일을 다 했다 생각했는데 생전 없던일 남편이 아이들을

향해 언성을 높였습니다.

모처럼 집에온 딸아이는 하루쯤 엄마 병간호를 하고나면 엄마가 벌떡 일어나

저를 챙겨주리라 생각했었나봅니다. 아빠의 꾸중만 많이 섭섭했는지 자기 집으로

휭하니 가 버리고 철난줄 알았는데 아직은 너무 어린거 같습니다.

 

남편의 아이들을 향한 꾸지람이 아픈나를 안절부절 못하게 합니다.

입안은 소태를 씹은 듯 쓰고 독한 약을 많이 먹으니 속이 훑어 내립니다.

누군가 강제로 입을벌려 먹여라도 주면 좋겠는데 끙끙 앓고 해주는 밥을

야속하게도 자기들 끼리 그렇게 먹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그렇게 권해도 보고 안 먹고 죽을 거냐고 화라도 좀 내주면

억지로라도 한 술 뜰텐데 참 야속한 사람들이였습니다.

아플수록 먹어야 기운도 차린답니다.

그래야 약도 먹을 수 있고요.

누가 나 좀 살려달라고 방으로 거실로 다니다가 혹여 가족들이 깰까 이불을 뒤집어

썼습니다. 난 내가 아파도 가족들에게 피해 준 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고3아들이

열두시가 너머 집에오면 밥 한 그릇 비우고 엄마는 보는 둥 마는 둥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데  날 보며 이렇게 물어옵니다.

\"엄마,언제까지 아플거야.?엄마가 아프니까 내가 살맛이 안 나네.\"

 

아들아!!내가 너와 눈맞춰 본것이 언제였드냐 난 너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가 아프니 니가 살맛이 안 난다고.....

진통제를 먹었습니다.

꼴에 에미인데 안 그래도 힘든 고3아들을 엄마가 더 힘들게 해서는 안 될거 같아서요.

여세를 몰아 남편도 그러네요.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 너 아픈건 정말 답답해 미치겠다고.....

내가 뭘 어쨌다고들 그러는지요.

엄마라는 이름은요.아내라는 이름은요 아파도 마음놓고 아파서도 안 되는 건가 봅니다

가끔은 내가 살아온 지난 날을 생각하면 눈물도 나지요.

하지만 질척이는 논 둑길을 걸을 때 못생긴 강아지와 눈을 맞출 때 보고 듣고 그 모든것이

행복이라고 마음을 돌려 놓습니다.

 

모진 시련을 견디고 새봄 희망으로 우리곁에 오는 모든것들은 누구의 정성스런 보살핌을

받아서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저 하나의 씨앗으로 한 그루의 나무로 그 자리에 있을 뿐인데 그 토록 아름답고 화사하게

제 몫을 다하지 않습니까.

내가 감사해야 하는것은 내가 이 세상에 있음이고 나머지는 내가 지고가야하는 내 몫일

뿐인거 같습니다. 원망도,미움도,서운함도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돌봐주지 않아도 씩씩하게 예쁘게 자기몫을 하는 들꽃처럼 내 인생에 찬란한 꽃을 피우는

건 내 몫일 뿐입니다.

유유 상종이라 했듯이 전 아직도 철이 없고 철이 없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내가 많이 아프다는 어리광을 담아 메시지 하나를 넣었습니다.

답장이 오기를  \"다정도 병 맞지요.\"

난 그런병이 아니고 정말로 아픈데 말입니다.

그런 싯귀를 어디서 보았다고 답장을 보냈더니 시가 아니고 \'시조\'랍니다.

이 조년의 시조인데 이 조년은 5형제의 막내랍니다.

그의 형들이름이 이백년,이천년,이만년,이억년 그리고 막내는 이 조년 이라면서

한번 웃고 일어나세요.그렇게 메일을 보내 오셨습니다.

 

웃음많은 제가 아픈가운데 실없이 웃었습니다.

이화에 월백하고~~~~~난 다정병이 아니고 정말 아팠는데 내가 다정해서 그게

병이라 생각 해 주는 사람도 있고 나로 인해 살맛이 안 나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나태해 질 수도 마음놓고 아플 수도 없는 것 그래서 다시 살아야 하고 살아갈 힘을

얻는거 같습니다.

어제는 눈이 왔습니다.

콜록콜록 기침을 해 대면서도 어쩌면 겨울의 마지막 인사인듯 싶어서 꽁꽁 눈 한 뭉치

를 뭉쳐서 하늘로 던져 보았습니다.

반은 눈이고 반은 흙인거 같습니다.

그 눈을 입으로 받아먹든 시절이 그립습니다.

눈이 오고 바람이 불어도 분명 봄이지요.

나도 인간이지만 희망을 주는 봄 같은 사람으로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나로 인해 살맛이 안 나게 내 주위사람들을 만들면 안 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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