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 잠한번 제대로 푹 잤으면 하는 바램이 들만큼 나이가 들었다 요상하게 사흘 잠을 푹 못자면 나흘째 되는날에는 숙면을 취해지고는 한다.
나흘째를 위하여 사흘을 지쳐서 헤롱헤롱 헤메다가 나흘째 되던날 깊은잠을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가볍고 기분 또한 새털처럼 가벼웁다 그러면 그날은 화장도 하고 싶고 옷도 빼입고 싶어지고 어디론가 외출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지난겨울 감기 몸살이 들었을때 감기약을 먹고 잔 나는 오랜만에 달콤하고 깊은잠을 자고 일어난적이 있었다. 그후부터 잠을 못자 괴로울때에 걸리지도 않은 감기약을 한번씩 지어 먹을까 해보았지만 잠을 자기위해서 차마 그렇게 하지를 못하고 있었다
어제일이다 사흘째 깊은잠에 굶주림 나는 달콤한 잠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고 며칠 못잔 잠을 자기위해서 나지도 않은 몸살을 핑계 삼아 약을 지어 먹었다 내 생각대로 잠이 쏟아지면서 약 기운에 취해서 팔다리가 축 늘어지는가 싶더니 회식을 가장하고 음주문화를 즐기면서 안들어오는 남편도 잊은채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비몽사몽간에 눈을뜨니 아침 11시.
토요일이라 집에 있던 두 부자가 잠을 못자 잠에 포복진 나를 차마 깨우지를 못하고 있다가 배고픔이 절정에 다다르자 복달이가 안방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나를 흔들어 깨워서야 일어날수가 있었다 걸리지도 않은 몸살약을 먹어서 인지 뒤끝이 영 좋치 않았지만. 시어머니와 동서와에 점심 약속이 있어 몽롱한 상태로 차 시동을 걸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조심조심 거리로 나서니 은실같은 봄비가 아직은 무채색의 거리를 적시우고 있었는데 약 기운이 가시질 않은 내가 본 오늘 봄비 내리는 거리는.. 그렇게 몽환적일수가 없었다. 봄비속에 켜진 빨간 신호등은 붉은 동백꽃 같아보였고 녹색불은 연못속에 연꽃잎 같았으며 색색의 오가는 자동차들은 꽃잎이 허공을 떠다니듯이 내 옆을 팔랑팔랑 스쳐 지나갔다.
시댁에 들러서 어머니를 픽업하여 동서네 아파트 앞에서 동서를 태우고 어디로가지 주춤한것도 잠시 한번씩 지나가다 보아둔 자명에 위치한 “예지원”이란 한정식 집으로 차를 몰았다. 이름이 이뻐서 꼭 한번 가고싶었던 그 집에 들어서니 주차된 자동차들이 럭셔리 시려워 심상치가 않았지만. 그까지 한정식이 비싸 보았자 한 이만원 하겠지 하고 차를 세우고 들어가니 입구에 쫙 서있는 종업원들의 옷차림이 고가의 음식 값을 말해 주는듯 하였다
속은 그렇지 않지만 멀쩡한 척 들어가면서 “예약을 안하고 지나가다 이름이 맘에 들어서 들어왔는데 방있습니까..” 여유를 떨며 안내해준 방으로 들어가 주문을 하려고 차림표를 보니 풀코스.. 켁.. 그렇다고 나오자니 조금전 입구에 들어서면서 예약 운운하며 당당히 들어왔던 나이기에 나갈수도 없고 에라 약 기운도 있어 몽환적인데 우떠냐 일치자..하면서 몽환적인 상태에서 풀코스를 시켜 버렸다.
산해 진미가 다 나왔다. 시어머니는 큰며느리 속도 모르고 코스별로 나오는 음식을 열심히 드시는 틈을타서 동서에게 귓속말로 “동서야..난 7000원짜리 쌈 밥 집인줄 알았다..이일을 우야노..킥킥” 동서는 나의 귓속말에 킥킥 대며 웃기 바빴고 나는 몽환적인 상태로 몽환적인 산해진미를 먹고는 익숙한 척 세련된 척 계산을 했다
산해진미를 먹어서일까 시간이 지나서 일까. 약기운이 가시면서 몽환속에서 깨기 시작 했다 동서을 내려주고 시어머니를 내려드리고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와 빽에서 꺼낸 영수증을 신호 대기중에 들여다보니 기가찼다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어..”자승자박을 하며 돌아오는데 아까 보았던 동백꽃 같던 빨간 신호등은 그냥 신호등에 불과했고 연꽃잎 같던 녹색 신호등은 얼마전 배드민턴 치다가 눈탱이 밤탱이된 시퍼런 내눈 같았으니... 집에 돌아오니 두 부자가 짜장면을 시켜먹으면서 묻는다
“뭐먹었어?” “몰라.묻지마.” “왜?” “말하기 시려..” “뭐 먹었는데?아따따..수제비 무긋나?” “수제비는..묻지마..속 따가워..” 입을 꼭 다무는 내게 재차 묻기에 조금 보태서 말했다 “쌀 한가마 먹었다..어머니 앞세우고 동서 뒤에 세우고 들어갔는데 나올수가 있어야지 아이구~~내가 미쳤지.미쳤지~~”
남편은 눈치를 채고 큭큭 대고 순진한 복달이는
“할머니랑 숙모랑 엄마랑 셋이 쌀 한가마를 해치웟단 말이가?” 눈이 커다랗게 되는 복달이에게 계산서를 보여주니 “으악 ..쌀 한 가마니 가격 맞네..” 쌀 한가마니 가격도 모르는 녀석이 오바를 하기에 “약 기운 때문이야..몽환적인 상태에서 ..그만..” 약 핑계를 댈수밖에..없었다 우리..절대로 약을 남용 내지는 오용하지 맙시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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