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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


BY 너도밤나무 2007-03-04

가을에 감을 따고나면 까치밥이라고 해서 꼭대기에 감을 몇 알씩 남겨두죠.

먹이가 없는 겨울동안 까치가 배고플까봐  하찮은 미물도 함부로 생각지

않고 배려하던 우리네 넉넉한 인정이었죠.

저도 야박한 편은 아니어서 예의 그 까치밥을 해마다 감나무에 남겨두곤 했습니다. 

빨갛게 달린 까치밥을 보는 것은 황량한 겨울을 따스한 정감을 느끼게 해서 좋았죠.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튼  까치들은 겨울동안 맛난 간식을 즐겼죠.

 

 가을이 들어설 무렵 배추, 무, 시금치 등 가을채소를 심었습니다.

김장을 하기 위해  배추와 무를 뽑고 그중에, 모난 것이나 덜 자란 배추는 뽑지

않고 겨울을 나게 그냥 두었습니다.

올 겨울은 유난히 포근해서 시금치가 말라붙기 보다 나날이 푸릇푸릇 자라나더군요.  

푸성귀가 귀한 겨울 동안 그 배추와 시금치는 유난히 고소하고 단맛마저 나서

입맛을 돋게 해 주었습니다. 

며칠 전에도 그 채소를 뽑아다가 푸성귀의 고소한 맛을 즐겨보려 밭에를 갔습니다.

 

  갈 때마다 잎은 더욱 싱싱하고 조금씩 자라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배추도 시금치도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누가 뽑아갔거나 헤집어 놓은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예리한 것으로 다 뜯어먹은 자국이었죠.
그때, 

한 무리의 까치 떼가 이웃 밭에 앉아 열심히 무언가를 쪼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그 녀석들이 이웃 밭의 채소도 그렇게 민둥밭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 까치들은 채소를 쪼아 먹는데 정신이 팔려 내가 다가가는 줄도 모르고 있더군요.

그냥 놔두다가는 그 밭의 채소도 깡그리 사라질것 같더군요.

나뭇가지를 하나 집어 들고 소리치며 가지를 땅바닥에 쳤습니다. 

내 위협에 놀란 까치 떼가 우르르 나는 시늉을 하더군요. 

그런데 참 나,

아니 내가 만만한가

기껏, 주위를 맴돌다가 다시 채소를 쪼는 겁니다. 

아니, 나를 뭘로 보고 감히 까치 주제에 나를 놀리다니.

내 위협이 위협같지가 않았나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강도를 높여 동맹이를 하나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던졌죠 뭐.

그제야 일제히 떼지어 멀리 날아가더군요. 

우리 밭의 채소도 분명 저 까치들이 작살냈다고 단정을 지었죠.

 

 요즘은 유난히 까치가 눈에 많이 띕니다.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한두 마리가 고작 보일까 말까 했습니다. 

어쩌다 문밖에서 까치가 와서 지저귀어 주면 좋은 소식이 있거나 반가운

손님이 올 거라며 무슨 행운의 길조처럼 반가워들 했습니다. 

그런데 작금의 까치는 길조가 아닌 사람의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흉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수도 대단해서 한두 마리가 아닌 수십 마리로 떼 지어 몰려다니며 농작물을 해칩니다. 

또한, 우리 아파트 주변에서도  까치들은 전망이 좋은  높은 나뭇가지사이에

집을 지어놓고  날이 밝기도 전에 고성방가로 새벽잠을 설치게 합니다.

 

 사람이 까치에게 느끼는 정겨움이나 좋은 소식을 가져다 준다는 사람들의

순수한 생각과는 달리 요즘의 까치는 마치 사람을 비웃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생활 침해도 유분수지 바로 안방 창가의 나뭇가지에 앉아 귀청이 떨어져

나가라고 깍깍대기까지 합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자기네 일가친척, 사돈의 팔촌까지 다 몰려와 무슨 합창연습을

하는지 알토, 소프라노 번갈아 가며 난리부루스입니다.

듣다못해 창을 열고 저리 가라고 고함을 치면 잠시 주변의 나무로 옮겨 갈

뿐이지 까치 귀에 경 읽기입니다.

 

 흔히, 좀 아둔한 사람더러 새 머리라고 놀려대지만 이 까치란 놈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더라구요.

과수농가의 별별 까치 퇴치 용품들을 설치해도 얼마 가지 않아 피하는

요령을 터득해서 과일을 쪼아 먹는다니 아둔한 새 머리는 분명 아닙니다.

먹이 사슬이 사라져 개체 수는 많이 늘어나고 겨울 동안 먹을거리가 부족하다

보니 밭의 채소마저 다 쪼아 먹는 까치의 생존력에 실소를 자아내게합니다.

그깟 겨울채소야 별거 아니지만  농부님들이 애써 가꾼 과일을 거들내는

까치는 이쁨받기는 애씨당초 걸렸죠. 

환경이 변하니 미물조차  인간을 깔보기까지 하니  세상이 요지경 속입니다.

옛날이 좋았지.

이것도 다 인간이 분별없이 자연을 거슬러고 환경을 생각지 않고 저지른 인과응보 일테지요.

이제 더 이상 까치를 길조로 여기기에는 그 행실이 너무 眼下無鳥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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