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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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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와 아들


BY 오월 2007-02-27

세상을 살아가며 전혀 예상 못한 일들이 조금은 빠르게

또는 조금 늦게 또는 내 나이에 꼭 맞게 나를 찾아온다.

첫애를 딸을 낳고 나는 첫손녀를 집안에 안겨준 공로는

커녕 술 한 모금 입에 댈 줄 몰랐던 남편은 딸인 것을

확인하고 술을 마셨고 병원에 오신 어머님은 서운한 말씀만

하시더니 자리를 피해 버리고 마셨다.

병원 측의 오진으로 초음파 검사결과 아들이란 통보를

미리 받은 상태여서 실망과 놀라움을 이해도 하겠지만

엄청난 고통 뒤에 당하는 냉대라 더 마음이 아팠었다.

 

그래서 둘째를 가지고는 몹시 마음을 졸였고 아들을 낳았을

땐 그 기쁨 또한 그만큼 컸었다.

그렇게 낳아준 아들인데........

술을 먹는 아빠도 아니오

폭언이나 폭행을 하는 아빠도 아니오.

늦은밤 귀가해서 아들을 들볶는 것도 아니건만 아들이 커감에

따라 아빠와의 사이에 조금씩 위기 감이 서려짐을 느끼곤 한다.

이른 새벽 아들을 태워 늘 등교를 시키는 남편이기에 난 아들과

남편이 많이 친 할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빠의 깊은 사랑을 아직은 느끼지 못하는 철부지 여서 일까.

 

아들도 요즘 아이들 처럼 자기 주장 강하고 차겁고 이기적인 면도

있지만 의외로 따듯한 구석도 자상한 구석도 있어 크게 불만

해 본적 없고 밝고 튼튼하게 자라주어 늘 고맙게 생각 했었는데....

남편이 딸아이와 아들아이를 대하는걸 보면 딸에게는 부드러운

반면 아들에게는 강압적이고 거친 표현들을 써도 남자 끼리는

통하는 게 있겠거니 했던 내 마음이 이제는 조마조마 하는 단계

까지 와 버렸다.오륜 에서도 아버지와 아들은 친함이 있어야 한다.

했고 딸만둔 아빠들이 가장 부러운게 아들과 목욕탕에 가는 거라

해서 정말 그런줄만 알았다.

아들은 철 들며 아빠와 한번도 목욕탕에 간 적 없고 집에서

목욕을 하고 나면 팬티를 입고 엄마를 불러 등을 밀어 달랜다.

 

아빠와 함께 식사하는 것을 꺼리기에 가끔은 따로 밥상을 차리기도

했는데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아빠와 겸상을 차렸더니 마지못해

엉덩이를 엉거주춤 옆으로 돌리고 밥을 먹는 아들 잠시후 아니나

다를까 생선 발라먹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남편이 잔소리를

하고 행여 얹힐가 걱정하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은

꾸역꾸역 밥 한 그릇을 비우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옛날 형벌 중에 사형에 처하는 중벌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부모나

가족을 죽인 죄인데 예외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이 부자 지간에

겸상을 했을 때라 했다.

예전 그 글을 읽으며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있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전원일기 중에도 아들인 최불암과 노모인 정애란

두분이 겸상을 하고 아들들은 따로 상을 받는 모습이 연출 되었

다고 한다.

 

아들 다섯을 두신 친정 아버지는 가끔 나에게 만약 딸이 다섯 이였다면

지금 이렇게 외롭지는 않을 거라고 하소연을 하신다.

어느새 남편도 오십을 넘고 보니 그 용기며 뱃짱도 많이 사라지고

하루가 다르게 소심해져  감을 느끼겠다.

아들이 생각하는 마음을 남편이 모두 안다면 얼마나 상처를 받을까.

대화하는 방법이 조금 서툴고 엄마처럼 드러내 사랑을 표현 못할 뿐인데

언제쯤 아들이 크고 깊은 아빠의 사랑을 깨달을 수 있을지....

오늘은 샤워를 마치고 나온 아들이 아빠와 나란히 앉은 나를 부르며

이렇게 물어온다.\"엄마 면도기를 쓰는데 진동이 느껴지네!이건 뭘 위한

장치인지 엄마 알아.?\" 남편의 안색을 먼저 살폈다.

뭔가 말을 하려다 입을 꼭 다물고 마는 남편.

아들이 밉다.

 

요즘 자꾸만 남편이 작아진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하지 않던 아침 뽀뽀를 다시 시작했다.

바쁜 시간 미처 남편이 나가는걸 보지 못하면 나 간다고 소리소리

지르는걸 보니 남편도 아침 뽀뽀 받으며 출근하는게 싫지 않은

모양이다.그러며 아들방을 힐끈 본다.

그래서 효자 열 보다 악처 하나가 났다고 한 건가.

언제나 당신편 늘 믿어주고 사랑하는 아내 있음에 남편이여

언제나 힘 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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